단상(Short Notes) no.6
2003. 2.
무인도
대학교 2학년 때 즈음
최재진이라는 선배가 나에게 그랬다.
"넌 무인도에 혼자 떨어뜨려놔도 살 녀석이야."
당시에 그 말을 반신반의했던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가끔 나에게 잔정이 남아있지 않겠는가 하는
허황된 기대를 가져보지만 역시 난 무인도에 적합한
사람이란 확증을 얻곤 한다.
바쁜 와중에 혼자 떠난 여행길..
다시 난 무인도에서 나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myjay :: 한 사람의 분량대로 식사를 주문하고 영화를 보고,
공연티켓을 예매하는 나에게서 다시 웃음을 찾다.
열정이 없으면..
지식이 없으면 조금 없는 것이고
성실함이 없으면 절반이 없는 것이며
열정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myjay :: 처음에 나는 정반대로 생각했다. 천재성에 미혹된 탓이다.
관념적 사고의 한계성
자기가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관념적 사고는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기 전까지는
결코 확증할 수 없다.
myjay :: 어설픈 공감의 정서는 회칠한 무덤같이 가식적이고 값싼 동정에 불과하다.
물결
나무에도 결이 있고 근육에도 결이 있다.
물에도 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결이란 말을 쓰나보다.
최근에 강과 호수, 그리고 바다를 볼 수 있는 일이
많아서였는지, 혹은 어릴 적 바다 근처에 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물결을 보고 있으면 평안을
얻는다.
제멋대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물들은 나름의
규칙대로 여러 가지 모양의 결을 만들며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서로 중첩되거나 반대되는
물결끼리 만나면 서로 타협과 조정의 과정을 거
치기도 하고, 때론 위로 솟으면서 하얀 파도를
생성한다. 어두운 날씨에는 우울한 색을 띠고
청명한 날씨에는 푸르름을 과시한다.
물결을 보면서도 삶에 대해 배울 것들이 많다.
myjay :: 온유함.. 그에게서 배울 미덕이다.
소모품
나는 내 안에
빛나는 무언가가 있는 줄 알았다.
다른 존재에게서 보여지는 그런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흥분되는
무언가 가치있는 것들이
내 안에도 숨쉬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내 속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보지 못했던 이유
그건 내 안에 빈 공간만이 있을 거란 두려움..
그것 때문이었다.
"내 속엔 아무 것도 없다."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난 오히려 그간 가져왔던 나에 대한
그릇된 자기애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난 소모품이라는 것을
내 안에 무엇이 있냐로 나의 가치가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소모되었느냐가
나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게 되리라는 것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때론 인정하기 힘들 때가 있다.
난 아직은 '이기적'인 소모품이다.
myjay :: 이제야 알 것 같다.
왜 나를 내던져야만 가끔씩 내 안에서 섬광의 단편들을 보게 되는지.
왜곡된 폭력성에 관한..
신문에 아내를 야구 방망이로
때려서 갈비뼈가 부러진 기사가 났다.
모든 이유를 불문하고
왜곡된 남성의 폭력성에 분노한다.
적당한 표현이 머리를 스처간다.
"개새끼..."
myjay :: 인격체를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면 그런 미친 짓이 가능하다.
heartache 2
God sowed the seed of ache
into human's heart.
And it's nerves had reached
their full growth to the end of the body.
When the men try to control
their feelings about attachment,
they feel a sharp pain
from the bottom of heart to the end of the feet.
That's so-called "Heartache"..
MyJ :: 너무 고통스러워 심장 깊숙한 곳에 손을 넣어 그것의 뿌리를 뽑아내다.
신경이 발바닥까지 뿌리내려 고통에 전신을 비틀다가 이내 무감각해지다..
그런 날..
굳게 마음을 먹어도
안되는 일이 있나봅니다.
색이 바랜 듯한 하늘이
길게 늘어진 구름들을 품고
나의 호흡 안에 충분한 습기를 선물하는
그런 날엔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무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시간이 흘러
원래는 명쾌하고 분명했던
감정의 원인들도
이제는 흐릿해져가고
무슨 이유인지 무엇 때문인지도 모른 채
가슴이 답답해지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마음 먹은대로 생각한대로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직은 마음 속에
무거운 한이 쌓이지 않은 탓이겠지요.
굳게 마음을 먹어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흔들리는 날이 있나봅니다.
섬광..
최근 늦게 자도 아침 일찍 깨는 날이
며칠 째 이어지고 있다.
드디어 새벽잠이 없어지는 나이가 되었나 하는
생각에 내심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혹은 그 반대거나.)
하지만 급기야 오늘은 8시가 넘고 9시가 넘었다는
자명종의 지속적인 경고에도 눈을 뜰 수 없었다.
아직 그 나이가 아닌가 싶어서 한도의 한숨을 쉬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갑자기 눈 앞에 섬광같은 빛이 번쩍했다.
마치 페노메논이란 영화에서 주인공이 본 것과 비슷한 밝기의
빛이 눈 앞에 쏟아졌다. 잠시 후 또 한번의 섬광이 빛났다.
통증이 심하게 느껴지면서 눈을 떴다.
눈 앞에 보이는 건..
두 주먹 불끈 쥔 나의 사랑스런 조카였다.
안 일어나면 한 번 더 섬광을 선물할 생각이었나보다.
"삼촌, 일어나.. 나랑 신나게 재밌게 놀자.."
"...어..어.."(마치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카오나시 말투 같았음..)
MyJ :: 천재가 될 뻔했는데.. 아쉽다.
빈틈..
작년 중반까지 조카는 나를 "따쭘"이라고 불렀다.
"삼촌"이란 ㅅ발음이 잘 안되기 때문에 말을 배우는
아이들은 항상 "땀춘", "따촘" 등의 발음을 하는 듯 하다.
조카는 나를 "따쭘이, 따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말의 모양새 때문인지 조카는 나를 따쭘이라고 부를 떈
마치 개미같은 곤충류나 갑각류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작년 말 언제인지 조카가 나를 보면서 외쳤다.
"삼촌!"
그때의 감격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도 이제 인간으로 승격된 것이다!
무럭무럭 자라는 조카를 보면서
가끔씩은 어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조카가 여전히 아이라고 느끼게 되는 일이 간간이 생긴다.
보통 조카는 8시반 정도에 일어난다. 대걔는 그 시간이면
나는 세면을 마치고 옷을 단정하게 입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때는 조카가 눈비비고 일어나서 나를 발견하고는
"삼촌, 삼촌 어디가?" 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일이나 전날 늦게 잔 다음날
기상시간이 9시를 넘기게 되면
간혹 난 조카가 선물하는 섬광과 함께 눈을 뜬다.
면도도 안하고, 까치집이 지어진 머리를 한 채
잠옷바람으로 일어난 나를 보면
조카는 내 얼굴이나 팔을 마구 잡아당기며
"따쭘이 일어나.. 따쭘이 이리와.."하며 나를 끌고 다닌다.
다시 하등생물로 격하되는 순간이다!
이 아이에게는 "빈틈"을 보이면 인간 대접 받기 힘들다..
MyJ :: 업어 키웠더니.. 쩝..
headache
어릴 때 가끔 머리가 아프면
밤새 외계인이 와서 내 머리에
세뇌용 칩을 집어 넣었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면
그 칩에서 어떤 신호를 보내서
내 반응을 재전송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머리가 아플 때면
"그래봐야 소용없어. 난 괜찮아. 아프지 않아."
하고 가끔 소리내어 혼자 말하곤 했다.
MyJ :: 지금 생각하면 이게 골룸 초기 증상인 거 같다..
건강한 신앙 1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머리에 쌓이는 신앙이 있다.
하지만, 머리에 쌓이는 신앙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때로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거나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신앙이다.
그 감정을 가지고 절대자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신앙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
"신 앞에 선 단독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듯하게 보이는
이런 말들이
실제로는 행하기가 가장 어려운 건
왜곡된 자기애에 기인한다.
스스로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어야, 어느 정도 청결하고 성실한
무엇을 자기 겉에 걸쳐야
그제서야 신 앞에 그 모습으로 서고 싶은 욕구가
우리 안에 내재해 있다.
그것이 신앙이 아닌 이유는 자명하다.
신앙은,
도덕률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절대자 사이에서 생기는
인격적인 교제의 풍성함이기 때문이다.
MyJ :: 여전히 내가 원하는 건 절대자가 아니라 유토피아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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