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를 바꾸면서...

홈페이지를 바꾸면서

홈페이지가 새롭게 단장되었다. 사실 처음에 홈페이지의 껍데기를 바꾼다는 데에는 많이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처음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했던 말을 떠올리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사실이 그렇지만 홈페이지의 겉모습을 바꾸기 위해 꽤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pic3s.jpg (36361 bytes) 시간 뿐만이 아니다. 내 글을 담기 위한 모양이 너무 세련되어 지는 것도 불만이라면 불만일 수 있겠다. 차라리 소박한 면이 남아 있는 과거의 페이지가 더 익숙한 모습은 아닐까 하며 아쉬워 하기도 했다. 사실 내용은 크게 바꾸지 않았고 삽입된 사진들도 모두 본인의 어린 시절 사진을 흑백으로 바꾸어서 조금이나마 고전적인 정서를 보여주고자 애썼다. 또한 약간의 웃음을 위해 간간히 재미있는 문구들을 삽입하기도 했는데-방명록 그림이 그런 류이다-전체와의 조화를 깨기도 하지만 보면서 친근한 웃음을 짓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고치지 않았다.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시작할 때 나타나는, 조금은 차가운 느낌의 도시 배경 화면인데, 작업은 Photoshop으로 했고, 처음 배우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효과와 레이어들을 응용해 보았다. 아직 익숙치 않기 때문에, 도시 배경의 현란한 배경이 작업하기에 편해 고른 것 뿐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배경이 내 페이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조금 더 노력해서 좀 더 좋은 배경화면 -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의-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내용은 그대로이고 전에 있던 뉴스 글들은 따로 편집해서 각각 에세이, 영화, 음악, 기독교, 책들의 공간에 배분했다. 앞으로도 뉴스에 올라온 글들을 그 달이 지나면 분배하는 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전체 글을 볼 수 있도록 "INDEX" 페이지를 만들어 놓았다. 솔직히, 처음 홈페이지를 바꾸려고 했을 때는 글자색 - 전에는 아쿠아(하늘색 계통)였다 - 때문이었는데 그 이유는 인쇄할 때 칼라 잉크 카트리지를 소모해 버린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글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던 차에 후배의 권유로 Photoshop과 Windows Image Composer로 껍데기를 손 볼 계획을 세운 셈이었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그림: 유년기의 사진"들이다. 본인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 과거에는 내 글 자체를 평가하기 보다는 나이를 문제 삼아 판단하는 이들에게 큰 반감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때에는 한 분에게 '새파랗게 젊은 것이'와 같은 식의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나이의 어림은 사고의 편협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어린 나이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편협성이 있게 마련이다. 살면서 얻게 된 그릇된 나의 태도는 그러한 편협한 내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쪽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지금은 그런 행동들을 고치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여전히 나는 그 사람의 견해를 그 사람의 지위나 나이에 비추어 평가하려는 것을 지양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나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다른 이의 생각에-그가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나보다 어리건 늙었건, 여자건 남자건 상관없이- 진지하게 반응하려 하고 있다. 또한 그 가운데에서 시비를 가릴 것은 가려내고 또한 귀감으로 삼아야 할 부분은 마음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다시 사진 얘기를 하자면, 이제껏 내 홈페이지 임에도 불구하고 사진 한 장 올리지 않은 것은 내 글 자체로만 평가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묘해서 사람의 외모로 모든 생각과 인격을 파악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에서 몇 번 생각하다가 그만 두었었다.

이제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후배들의 도움으로 스캐너를 음료수 몇 잔(?)에 이용할 수 있게 되어 몇 장의 사진을 실었다.
(누구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듯이, 잘 나온 것만을 추렸음을 밝힌다.)

이제 겉모습 바꾸기에 시간을 들인 만큼, 다시 좋은 글들로 좋은 만남을 이루어 갔으면 한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박노해 씨의 책 제목이 떠오르는 저녁이다...

1999.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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