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를 만들면서...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어느덧 현대는 더 빠르고 더 많은 정보가 "최고의 가치"라는 물질적, 실용적인 사고가 압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더 좋아진 기술로 인해, 이젠 전자우편과 기타 모든 정보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라인이 생기기도 했다. 자크 엘룰이 말했듯이 우리는 "더 뛰어난 기술" = "더 큰 가치"로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신세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은 스티커 사진, 호출기와 휴대폰, 그리고 바로 "홈페이지"이다.
휴대폰의 경우, 한국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활성화될 것 같지 않았으나, 통신산업 전반에 참여한 많은 기업체에서 너나 할 것 없이 A급 탤런트들을 광고에 투입하여 휴대폰 없이는 현대를 살아갈 수 없다는 식의 "광고 이미지"를 신세대에게 주입시키는데 성공한 것 같다.

이미 휴대폰은 신세대의 필수품으로 간주되어 벌써 가입자가 천만을 넘어서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기업체의 광고 이미지가 미국 비버리 힐즈에서나 볼 법한 휴대폰을 필수품으로 바꾼 셈이다.

신세대에게 있어 홈페이지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많은 홈페이지를 돌아본 결과 저학년의 경우 자기 소개, 사진, 흥미있는 사이트를 링크할 수 있는 많은 인터넷 주소, 그리고 방명록으로 채워져 있고, 고학년의 경우에는 거기에 자신의 전문 분야의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꾸밈을 더하고 있다.

장황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요지는 나의 홈페이지에 대한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홈페이지는 거의 모든 페이지가 문서로 채워져 있다. 흔히들 쓰는 신세대의 뛰어난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동영상이나 그림과 같은 볼거리도 없다.
솔직히 말해서, 내겐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그 말은, 굳이 변명하자면, 나의 짧은 시간 속에서 내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외적 테크닉이 아니라 내적 가치였기 때문에 얻어진 필연적 결과인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할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얘기하고 있는 가치란 것이 너무 저질이란 사실이다. 뛰어난 기술로 기껏 보게 되는 것이 탤런트들의 정사 장면 동영상과 각종 포르노 사이트들, 혹은 게임과 같은 눈요기감으로 끝나는 인터넷의 일면에서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것들을 위해 사람들은 그 잘난 기술을 찬양하며, 빠른 속도는 놀라워하면서도 정작 얻어지는 정보 자체의 질적 가치는 간과하는 것인가?

내 홈페이지는 나의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 내 생각들을 담은 도구에 불과하다. 자기 자신의 홈페이지가 있다는 "홈페이지 자체"의 존재가 목적이 아니라 내 생각들을 전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하다 하겠다. 물론, 많은 자기 홈페이지를 가진 많은 이들도 나와 같겠지만, 나는 이 페이지를 통해서 우리가 쉽게 잃어가고 있는 가치들을 되돌아 보도록 권유하고 싶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인간 관계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정서이다.
또한, 지적인 논리를 버린 현대의 많은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에 대한 반기이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도 하나의 모더니즘이지만.) 그리고, 이 사회에서 빚어지고 있는 양비론에 대한 반성의 글이 포함되어 있다. (양비론이라는 것은 어떤 두 부류의 시시비비를 가림 없이 양쪽 모두가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싸잡아 비판하는 일련의 행태를 가리킨다. 이 부분은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또한, 내 자신이 관심으로 가지고 있으며 또한 현대의 흔한 대중 문화인 영화와 음악에 대한 정보와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였다. 나는 모든 청년기에 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말은 실천 없는 구호 내지는 현실적이지 않은 지적 유희를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많은 선배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또한 많은 다른 이들이 역사 속에서 성취한 업적들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양서들과 그에 대한 작은 언급들을 하나의 페이지로 설정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글들이 내 페이지에 업데이트 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진심 어린 충고들도 환영한다. 보다 많은 이들의 생각을 통해 사람들을 사귀고 그들 가운데에서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기를 마지않는다.

(199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