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libris no. 5

2003. 6. 5. - 12. 2.

엑스 리브리스 51: 비트겐슈타인 (전기)

여기서 제시되는 사상이
진리임은 나에게 논쟁의 여지가 없고
확고부동한 것으로 보인다.

철학은 말할 수 있는 것을 통해서
말할 수 없는 것을 한정하여야 한다.

하나의 이름은 하나의 대상을 지시한다.
대상들은 세계의 실체를 구성한다.
하나의 명제는 요소명제들의 진리함수이다.

참인 명제의 총제는
자연과학의 총체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삶의 문제의 해결은
그 문제의 소멸에서 찾아진다.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 논고" 부분 인용)


MyJ :: 루돌프 카르납을 따라가다 비트겐슈타인을 만나다!



　

엑스 리브리스 52: 뒤로 걷는 사람

사람은 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등을 돌린 채 걸어가면,
그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가 매우 쉽다.
그러나 상대방과 얼굴을 마주 대하면서,
곧 또다시 오겠다는 확신을 심어 주는 인사나 몸짓,
혹은 "나 여기 있어요"라고 연신 이야기하면서도 뒷걸음질로 걸으면,
실제로는 사라져 가는 것이지만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은 선뜻 느낄 수 없다.

충분히 "선한 의지"를 갖고 쉽게 약속하는 사람이 선으로부터
뒷걸음질 치면서 차츰 멀어지는 경우도 이와 같다.

이 경우, "의지와 약속"을 실행하지 않고도 선을 향한 방향은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선으로부터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세운 "의지와 약속"은
앞으로 전진하는 발걸음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정지 상태일 뿐이다.
실제로는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공허한 의지와 실천되지 않는 약속은 낙담과 실망만을 남겨준다.
그것은 불타는 의지에 열정적으로 항의하다가
곧바로 타버리게 되고, 결국 정체만을 남긴다.
술에 찌든 사람이 더 취하기 위해 강한 자극을 원하는 것처럼
후퇴하기 위해 "의지의 약속"을 보다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키에르케고르, "뒤로걷는 사람")


MyJ :: 이제 난 쉐퍼보다 키에르케고르가 좋다.. 그가 더 깊이있다.




엑스 리브리스 53: 언제나 마음은

언제나 마음은 널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사람의 일이란 게
그렇게 단순하지 만은 않아

서로 똑같은 도시의 어딘가에 있으면서
만나기가 쉽지도 않아
어쩌다 전화에서 너의 부재를 확인하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중에
네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 나오는 세상이라
가만히 있다가는 좀더 멍청해질 것 같아

우린 똑같은 초조함 속에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인지 몰라
내 말이 지나치게 엉뚱하지 않다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중에
네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누구나 겪어야 했던 아픔의 느낌을 마치
혼자만의 것인 것처럼
언제나 겉으로만 아파하는 나에게

무어라 말하진 않아도 그저 웃는 모습으로
큰 위로가 되주는 너
나 또한 너에게 그런 위로가 되었으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중에
네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네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동물원, "언제나 마음은")
　

MyJ :: 그래.. 사람의 일이란 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엑스 리브리스 54: 서쪽 숲

나 어릴 적 어머니는 말했죠
저기 멀리 서쪽 끝엔 숲이 있단다

그 곳에선 나무가 새가 되어
해질 무렵 넘실대며
지평선 너머로 날아오른단다

오, 내 어머니
오, 난 가지 못했죠
오, 난 여기서
언젠가 언덕을 넘어
떠나고 말리라 노래만 부르죠


커갈수록 사람들은 말했죠
어디에도 서쪽 숲 같은 건 없단다
여기 너는 두 발을 디딘 곳에
바위틈에 잡초처럼
굳건히 버티며 견뎌야 한단다

오, 내 어머니
오, 난 가지못했죠
오~ 난 여기서
언젠가 언덕을 넘어
떠나고 말리라 노래만 부르죠

(이적, "서쪽 숲")
　

MyJ :: 내가 자라면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현실에 존재하지 않던 내 이상향..




엑스 리브리스 55: crossroad

I've got nothing on my mind: Nothing to remember,
Nothing to forget. And I've got nothing to regret,
But I'm all tied up on the inside,
No one knows quite what I've got;
And I know that on the outside
What I used to be, I'm not anymore.

You know I've heard about people like me,
But I never made the connection.
They walk one road to set them free
And find they've gone the wrong direction.

But there's no need for turning back
`Cause all roads lead to where I stand.
And I believe I'll walk them all
No matter what I may have planned.

Can you remember who I was? Can you still feel it?
Can you find my pain? Can you heal it?
Then lay your hands upon me now
And cast this darkness from my soul.
You alone can light my way.
You alone can make me whole once again.

We've walked both sides of every street
Through all kinds of windy weather.
But that was never our defeat
As long as we could walk together.

So there's no need for turning back
`Cause all roads lead to where we stand.
And I believe we'll walk them all
No matter what we may have planned.

(Don McLean, "Crossroad")




엑스 리브리스 56: 콜럼버스의 달걀

신대륙의 발견 500주년에 행해진 가상 재판에서
콜럼버스는
유괴와 살인을 저지른 잔혹한 침략자로 단죄되고
'신대륙의 발견'이라는 당찮은 이름이
여지없이 폐기되었습니다.

'신대륙'이 아님은 물론이며
'발견'이 아닌 '도착(到着)'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후의 신화로 남아있는 '콜럼버스의 달걀'도
이제는 비범한 발상의 전환이라기 보다는
생명 그 자체를 서슴지 않고 깨뜨릴 수 있는
비정한 폭력성의 대명사로 전락되어 있습니다.

과연 신대륙에서는
무수한 생명이 깨뜨려지는 소리로 가득하였으며
그 소리는 지금도 세계의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신영복, "더불어 숲" 중에서)
　

再喜 :: 달걀을 깨뜨려서라도 목적을 이루겠다는 그의 가치관은 식민주의적 가치관과 닮았다..




엑스 리브리스 57: 삶이란..

삶은 안타까움입니다.

여위어 버린 사루비아 잎사귀
스치는 바람 마냥 호젓한 것입니다.

담쟁이 물들어 가듯 그렇게 수줍은 것이며
바지랑대 끝에 앉은 고추 잠자리
닳아버린 날개 마냥 투명한 것입니다.

햇살에 두어번 접힌 바람에 걸려 넘어진
나비의 피곤함이며
계절 잃은 들꽃의 쓸쓸함이기도 합니다.

서리 앉은 노오란 국화의 상큼함이며
뜨락에 시각이는 유리빛 겨울햇살이며
몽당 연필 깎는 먼 옛날의 가슴터질 그리움입니다.

(박순옥, "삶이란")
　

再喜 :: 연구실 막내의 글.. 감각이 있다..

　

엑스 리브리스 58: 재벌 편에 선 신문

프랑스의 '르몽드'지가
친절하게 지적해준 것처럼
한국인들이 읽는 신문은
대개 재벌 편에 선 신문들이다.

(홍석봉, 인사12월 편집자의 글 "중세의 겨울"에서)

　

再喜 :: 내가 친절하게 첨언하자면 한국인들이 읽는 '대개'의 신문은 조중동을 지칭한다.


　

엑스 리브리스 59: Gollum

영국 작가 Tolkien이 써서 유명한 "The Hobbit"과
3부작 "The Lord of the Rings"에 나오는 인물
Gollum이야말로 그 어느 책에서보다도 잘 묘사된
악의 화신이 아닌가 싶다.

저자인 문학 교수 Tolkien은
그 어느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못지 않게
인간의 악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갖고 있었다.

(M. Scott Peck, "People of the Lie" 중에서)

　

再喜 :: 골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다..
　

엑스 리브리스 60: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자신을 더 믿어 주기를
잘못은 인정함이 용기임을 알기를
약자 앞에 한없이 약해지길
부당한 힘 앞엔 한없는 강자이길

감당하기 힘든 슬픔 앞에 설 때면
함께 눈물 나눌 벗을 가진 삶이길
외롭지 않길
야망보다 사랑이 더 귀함을
두 눈빛 가득히 담고 살아가길

자랑하기 보단 나눠주는 삶이길
화에 인색하고 웃음에 넉넉하길
자연 앞에 겸허한 가슴이길
머무는 곳마다 빛과 소금 되길

풀잎에 맺힌 이슬 같은 세상을 씻어 줄
그 맑음을 꼭 간직하길..

(조규찬, "언젠가 이 노래를 듣게 될 내 아이에게" 중에서)
　

再喜 :: 같은 바램이다..

　

엑스 리브리스 61: 묵상 시의 어려움

묵상할 때조차도 솔직하기가 어렵다.

마음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단순하게 적어보는 것보다는,

고상하면서도 진부한 교훈을 몇 자 기록하면서
우쭐대는 것이 훨씬 더 쉽다.

(폴 투르니에, "강자와 약자" 중에서)


再喜 :: 혼자 있을 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일처럼,
       필요성을 느끼지만 막상 잘 되지 않는 일도 없다..




엑스 리브리스 62: 주혈흡충의 사랑

주혈흡충은 암수가 평생 같이 산다.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한쪽도 죽게되는데..
평생 수컷이 암컷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이다.
“이들”이라는 지칭대명사 조차도 안어울리는 것들이리라.
그러나 세상에 펼쳐진 난잡한 사랑보다
더욱 가치있고.
더욱 고결하기에..
이것들을 이들이라 함부로 지칭할 수 없게된다.
“이들이 되어본다”
“사랑을 해본다”
“가치있게. 그리고 고결하게”

함께한다는 것보다 가치있는 것이 있을까?
혹이나 지금 당신들이 사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녀와, 혹은 그와 같이하고 있음을 잊지말기를.
함께하지 못함이..
이해하지 못함이고,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니까..
적어도 주혈흡충보다는.

(박순옥, "주혈흡충의 사랑")


再喜 :: 이름 외우기가 힘들었다. 주혈흡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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