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리브리스 vol. 3
엑스 리브리스 21: 청결,
순수?
어느 사회에서든 사람들은 대체로 청결이나 순수에 높은 값어치를 매긴다.
그러나 그럴 때 우리가 놓치는 것은
그런 청결이나 순수가 억압의 징표이기 십상이라는 사실이다.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한 거리는
공중도덕의 성숙을 드러내는 것 이상으로 그 사회의 억압성을 드러낸다.
그 거리의 청결함은 훼손된 자유의 대가이기 쉽다.
걸인들을 찾기 힘든 거리가
그 사회의 경제적 윤택을 드러내는 것 이상으로
그들을 수용시설에 감금하는 권력의 억압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종석, "자유의 무늬")
myjay :: 내 말이 그 말이다!
엑스 리브리스 22: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신해철,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myjay :: 좋은 화두라 생각한다..
엑스 리브리스 23: 그가 곧 들이닥칠거야.
조심하게.
눈물을 보이거나 신경을 거슬리지 않는 게 좋을거야.
그 이유를 알려주지.
곧 이곳으로 Santa Claus란 녀석이 들이닥칠거야.
그는 리스트를 작성하여 두번이나 확인을 하지.
그리고는 거만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찾아내지.
그가 곧 이곳으로 들이닥칠거야.
그는 누가 자고 있는지,
누가 깨어 있는지를 알고 있지.
그리고 그는
네가 선인지
혹은 악인지를 알고 있지.
그러니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 좋아.
이런! 조심하게.
눈물을 보이거나 신경을 거슬리지 않는 게 좋을거야.
그 이유를 알려주지.
그가 곧 이곳으로 들이닥칠거야.
(캐롤 송,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
myjay :: 무서운 노래다..
엑스 리브리스 24: 몽
하나 미리 알아 둘게 있죠
내 꿈은 현실 가운데
붉은 와인이 스며든 혈관처럼
평화로운 안식의 공간
그렇지만 두려워 말아요
누구도 위험하지 않죠
단지 꿈과 현실의 높은 벽이
내게만 낮을 뿐 그 뿐
혹 내가 맨발로 어딘가를 향한데도 그래도
깨우지 말고 날 지켜만 보아요
마치 조금 더 긴 꿈인
우리 삶의 영원을 빌듯이
사람들은 깨어 꿈을 꾸죠
꿈보다 더 꿈 같은 꿈
아름다운 저 불꽃을 끌어안을 나방의 처절한 믿음
위경련을 부르는 계획들
계획을 부르는 계획
단지 계획뿐이죠
바벨탑의 경이로운 구원을 믿는
혹 내가 해일을 향하여 헤엄쳐도 그래도
깨우지 말고 날 지켜만 보아요
마치 조금더 긴 꿈인
우리삶의 영원을 빌듯이
(조규찬, "몽")
myjay :: 해일을 향하여...
엑스 리브리스 25: 편파성
우리는 편파적이다.
그러나,
편파성에 이르는
과정은 공정하다.
(김어준, "딴지일보")
myjay :: 난 딴지일보의 편파성이 좋다!
엑스 리브리스26: 9-11
오천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9-11 테러범들은
분명 인류의 적이다. 악마다.
그런데 클린턴은 왜 1998년 8월 수단의 알시파
의약품 공장을 폭파했을까? 수단과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빵보다 의약품이 더 귀중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1985년 레이건 행정부는 왜 베이루트에서 테러
폭파를 감행했을까? 80명의 생명과 250명의 부
상자의 인권보다 미운 놈 하나를 체포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까? 사망자와 부상자가 거의 어린이
와 여자들이었기 때문인가?
터키가 쿠르드 족에 대한 인종청소 만행을 저지
르는 동안 클린턴 행정부가 진압무기의 80%이
상을 지원한 것은 왜일까? 쿠르드족보다는 미국
군수산업체의 '경제적 이익'이 더 중요했기 때문
일까?
진실은 정말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 뿐인가?
진실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결국에는 미치게 만든다.
(장영준, "촘스키, 9-11" 서문에서)
myjay :: 진실은 중요하다. 미추에 상관없다.
엑스 리브리스 27: 내 삶을 걸고..
드레퓌스에겐 죄가 없다. 나는 단언한다.
드레퓌스에게 죄가 없다는 것에 나는 내 삶을 걸고 내 명예를 건다.
이 엄중한 순간에 인류의 정의를 대표하는 재판정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배심워들 여러분 앞에서,
모든 프랑스와 전세계 앞에서,
나는 드레퓌스에게 죄가 없다고 선언한다.
나는 나의 40년 간에 걸친 작업과 그 노동이 나에게 준 권위를 걸고
드레퓌스에게 죄가 없다고 선언한다.
또한 나는 내가 획득한 모든 것, 지금의 내가 되게 한 이름과
프랑스 문학의 확장에 기여한 내 작품을 걸고
드레퓌스에게 죄가 없다고 단언한다.
만약 드레퓌스가 유죄라면 이 모든 것이 붕괴되고
나의 모든 작품이 사라질 것이다!
드레퓌스에겐 죄가 없다.
모두가 나에게 반대하는 듯하다.
상하 양원이, 민간 권력과 군부권력이,
거대 신문들과 그들이 중독시킨 여론 모두가
나에게 반대하고 있는 듯하다.
내 편에는 오직 진실과 정의라는 이상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평온하며 나는 승리할 것이다.
나는 내 조국이 거짓과 불의에 놓여 있기를 원치 않았다.
지금은 나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프랑스는 프랑스의 명예를 구하는 데
도움을 준 나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다.
(에밀 졸라, 드레퓌스 재판 최후진술에서)
myjay :: 용기는 세대를 넘나드는 감동을 준다.
엑스 리브리스 28: 두 번째 편지
여보.
면회를 하고 오면 당신 혼자만 아프리카 오지,
아니 우주의 어느 한복판에 놔두고
혼자 도망나오는 것 같아 면회가 끝난 뒤에도
괜시리 구치소 굳은 마당에서 서성대다가 오곤 합니다.
그런 때의 하늘은 연자색의 음울한 회색빛을 칠하고 있습니다.
노아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
방주를 만들기 위해 못질만 해대니
그의 보인이 노상 바가지를 긁었겠지요.
그러나 그런 무능한(?) 남편 덕택에 홍수에 죽지 않고
오래도록 생을 누렸듯이, 나도 당신 덕으로
천당갈지도 모른다는 계산을 열심히 합니다.
당신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염려는
당신이 추위에 약하다는 점입니다.
춥지만, 닥쳐지고 주어진 상황이니 의미를 주세요.
또 쓸게요. 영 드림.
( "민주인권 일지사건"으로
한겨울에 수감된 정연주씨에게 보낸 아내의 편지)
myjay :: 난 이 부부의 신앙으로 민주화에 무임승차했다..
부끄러운 수혜자인 셈이다.
엑스 리브리스 29: 어머니
병원에 갔는데 태일인 아직 살아 있었어.
옷은 홀랑 벗겨지고 하얀약이 온몸에 발라져 있고
온통 붕대로 가려져 있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어.
팔다리는 이미 굳어져 있었는데도
목소리만은 아직 또랑또랑했어.
'혹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했지만 소용 없었어.
성경책을 붙들고 '이 가여운 목숨 당신 뜻대로 하소서'하는
기도밖에 할 수가 없었지.
태일이가 오히려 날 위로하는 거야.
'어머니, 내가 못다 이룬 일 어머니가 이루어 주세요' 하면서.
그때 생각했지.
우리 아들이 하려고 했던 일이 뭔진 자세히 모르지만
근로자를 위하는 일일 테고 테일이의 성품을 보았을 때
그건 좋은 일, 훌륭한 일일 거다.
그렇지만 그 일이 쉬운 일이 아니고 이렇게 목숨까지
바쳐야 하는 무척 어려운 일이겠지.
그래도 걱정 말아라.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기어코 내가 너의 뜻을 이룰 것이라고.
(23세에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전태일의
유언을 들었던 어머니의 고백, "이소선: 아, 우리들의 어머니!"에서)
myjay :: 어머니의 마음은, 항상 눈물겹다..
엑스 리브리스 30: 먼 훗날 언젠가..
나..
거친 삶 속에서
너와 마주친 그 순간 모든 게 바뀌어졌어
나..
표현 못해도
내가 못가진 그 따뜻함 싫지는 않았어
감추고 싶은 나의 지난 날들
기억하기 싫은 내 삶의 흔적을
말하지 않아도 넌 그저 눈빛만으로 날 편안하게 해
먼 훗날 언젠가 나를 둘러싼 이 모든 시련이 끝나면
내 곁에 있어 줘..
넌..
내가 잊어버린
마음을 여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줬어
넌..
내가 포기했던
일상속의 행복을 내게 돌려줬어
좀 더 다정하게 말하려 해도
그럴 재주없는 이런 나지만
네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너의 머리맡을 나 항상 지킬게
네가 무서운 꿈을 깨어나
내 이름을 부를 땐 나 언제나
말하지 않아도 넌 그저 눈빛만으로 날 편안하게 해
먼 훗날 언젠가 나를 둘어싼 이 모든 시련이 끝나면
내 곁에 있어 줘..
(신해철, "먼 훗날 언젠가")
myjay :: 복음적인 위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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