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입니다..

엑스 리브리스 vol. 2

엑스 리브리스11: Amen

첫별이 뜨면 난 어느새
새로운 시작을 기도해..

끝이 없는 미련들..
소리없는 바램들..

나의 어둠 속에 빛 되도록

날이 가기 전에
별이 지기 전에

나의 방황을
나의 가난을
별에 기도해 다 잊기로 해

나의 욕망을
나의 절망을
다 잊기로 해 나를 믿기로 해

나의 평안을
나의 사랑을
별에 기도해 날 믿기로 해

아멘..

(이소라, "아멘")

myjay :: 난 나의 연약함을 믿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릎꿇는 일임을 믿는다.

절망, 고통과 후회 속에서 눈물로 당신께 내 영혼의 모든 생각들을 밤새도록 쏟아내

다..쏟아내다.. 그러다 지치면 하는 마지막 한 마디.. "아멘.."

엑스 리브리스12: 歸鄕

혀 차는 목소리들 조각난 날 향해
이리 와 봐요 이 아이를 좀 봐요
외로움 투성이네요
다행이에요
이제라도 우릴 만났으니

꽤 오래됐나봐요 혼자였나봐요
까맣게 굳은 이 영혼을 좀 봐요
시든 사랑도 있네요
다행이군요
이제라도 우릴 만났으니

먼저 눈물부터 지워야겠죠 깨끗이
처음 심어 놓았던 사랑의 씨앗 살려야죠
가장 심각한 상처인 외로움 그리움
더 이상은 없게 해요

좀더 신중했어야 해요
외로움을 심을 때
이 처참한 아이는 그 곳에 있기엔 너무도 약했죠

왜 이 아이를 모두 버려둔 건가요 웃으며
처음 심어 놓았던 사랑이 없네요 서로에게
가장 행렬에 물든 외로움 그리움
이 아이는 그 중 하나..

("귀향", 조규찬)
　

myjay :: 난, 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엑스 리브리스 13: trust in Him

Trust in the LORD with all your heart
and lean not on your own understanding;
in all your ways acknowledge him,
and he will make your paths straight.

(잠언, 3장 5-6절)

엑스 리브리스에 관하여..

이 말을 처음 들은 건 진중권의 책을 통해서다.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
"인용하자면"이란 의미의 이 말은,
진중권에게는 텍스트를 떼어내어(해체) 재구성한 후에
그 모순성을 드러내 주는 작업에 쓰였다.
난 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진중권이 좋다.
그래서 그의 스타일을 많이 가져다 쓰곤 했다.

때때로 나는 내 생각과 거의 비슷한 글들을 발견한다.
예전엔 그런 글을 여기저기 발라내어 내 입맛에 맞는
모양으로 재구성하여 나의 독특함을 드러내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많은 글들을 읽고, 글들 뒤편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난 동의할 수 있는 글들은 되도록이면 그대로 인용하려는
생각이 점차 굳어지고 있다. 내가 생각한 의미들을
되도록 분명하고 명쾌하게 전달하기 위해
마구 난자하듯이 손을 댄 표현들 너머로
나의 유아적 우월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악취미가 발동하곤 했다.

욕구를 자제하고 후반부에 comment를 달면 될 일이다.
좋은 글을 내 입맛에 맞게 오염시킬 이유는 없다.

상국 :: '오염'이란 표현은 오바다...글구..오염이면 어떤가..

엑스 리브리스14: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푸르른 날")

myjay :: 소리를 내어 읽으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은

그런 시.. 낭독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자.

엑스 리브리스 15: between John and Acts

세 번째 가라사대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주께서 세번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가로되
주여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을 주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 양을 먹이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젊어서는 네가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치 않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John 21: 17-18)

myjay :: 파멸.. 자격없음.. 용납.. 두 권의 정경 사이에서..

엑스 리브리스 16: 더 이상..

So we'll go no more a roving
so late into the night,
though the heart be still as loving,
and the moon be still as bright.

For the sword outwears its sheath,
and the soul wears out the breast,
and the heart must pause to breathe,
and Love itself have rest.

Though the night was made for loving,
and the day returns too soon,
yet we'll go no more a roving
by the light of the moon.

(Byron, "We'll go no more a roving")

myjay :: 바닥으로 내려가야 올라올 수 있다.

엑스 리브리스 17: 위선이라면

순진하다면
반성할 일이지만

위선이라면
회개해야 한다.

(김기현, "공격적 책읽기6")

myjay :: 찌르는 말들은 아프지만, 죽어가는 존재를 살리는 힘이 있다.

엑스 리브리스 18: 운명

"널 말해주는 건,
네 능력이 아니야.
네 선택이지."

(덤블도어 교장,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myjay ::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는 해리 포터.. 그가 옳다.

엑스 리브리스 19: 모

나이가 한두 살 더 먹어갈수록
성격이 더 둥글둥글해지는 게 아니라 모가 난다.

특히 글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도 글을 대하는 내 태도에는 분명히 편벽됨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편식이 더 심해진다.
내가 읽는 신문 잡지는 정해져 있고
내가 읽는 필자나 저자도 거의 정해져 있다.

이따금 내 읽기의 변경을 넓혀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들이는 수고에 비해 보답은 늘 적다.

(고종석, "자유의 무늬")

myjay :: 고종석에 호감이 간다.

엑스 리브리스 20: 그리움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유치환, "그리움")

myjay :: 어머니가 흐린 오후에 장난스레 외던 시..

난 어머니의 우울함을 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