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의 세상보기: 세상보기를 마감하며

'세상보기'를 연재한 지가 벌써 2년이 가까워 갑니다. 그 동안 겪었던 일들을 깊이 돌아보며 조금씩 정리해 두었던 메모들이 이제까지의 제 부족한 글의 밑바탕이 되어왔습니다. 무엇보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저같이 부족한 사람에겐 너무나 감사한 삶의 여정이 아니었나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인가 얘기했던 것처럼 이십대의 중반인 나이에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참 어려운 일임을 절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글을 쓰면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일단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면 그것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와 글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다양한 관점들을 섭렵하려는 성실함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문제제기가 끝났다면 또한 이제는 그 대안을 고려해보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나면,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 시작됩니다. 그와 같은 치열한 '행동'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죽은 생각이기 때문이며, 상아탑에 갖힌 백면서생에 다름 아닌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글을 쓰는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제 생각과 제 글도 제 삶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저 스스로를 참으로 부끄럽게 만들곤 합니다.

행동이라는 관점이 하나의 큰 부담이라면, 또 다른 부담은 다름 아닌 '관계'에서 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특히 기독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비판 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많은 것들을 고려해 보아야 함을 알게 됩니다. 한 예로 제가 복상에 쓰고 있는 또 다른 글인 '도발적인 캠퍼스 보기'는 때때로 제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간사님을 힘들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공동체를 보다 냉정하게 분석해 보고, 생각하고 비판적인 대안들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은, 원론적인 부분에서는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하고 더 생산적인 논의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공동체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비판이 나오는 건 모두 내 잘못이야'라는 책임의식과 정죄감에서 벗어나기 힘들 때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기에 항상 제 마음 가운데에는 글쓰기에 긴장감이 있었으며, 돌아보면 스타일의 과격함이나 배려가 부족했던 부분들은 지금 생각해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말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영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낮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인생의 여정동안 더 많은 기도와 묵상과,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과 그것을 담아내기 위해 땀 흘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나이가 되었을 때, 그 때 제가 '이야기하는 삶' 또한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이 오래 연재가 되었음에도 관심 가지고 지켜보신 분들과 연락을 주셨던 분들, 그리고 흔쾌히 글을 받아주시고 마감 늦은 날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를 신뢰해 주신 논고개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