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입니다..

Short Notes about Movie vol. 2

무비 노트 6: 장이모 감독의 "영웅"

"고급" 쓰레기다.

MyJ :: "고급" 임에는 틀림없다.

요즘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천하"다.
　

무비 노트 7: 베를린 천사의 시

극중 천사로 나오는 남자 주인공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그는 천사로 있을 때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천사를 볼 수 없고
천사도 사람들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천사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생각을 읽게되면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그녀의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그리고 그녀와 대화하기 위해
천사의 신분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인간이 된 그는 이제 더이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 더이상 높은 빌딩에 걸터앉아
관조적으로 세상을 내려다 보며 지낼 수 없게 되었다.

배고픔을 느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생존을 위한 여러가지 문제들에
봉착한 인간들의 현장에 이 천사도 던져졌다.

그녀가 그를 알아볼 지, 과연 관계가 진전될 지,
그녀의 문제를 그가 도울 수 있을 지..
모든 것은 의문에 쌓인 채로 말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천사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군중 속에서 처절하게 느끼는
고독과 소외, 그리고 방관적인 태도를 상징한다.

그런 관계성 속에서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 그것은 현대인에게 있어
천사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처럼 어려운 선택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 어려운 선택을 통해 무언가 삶의
무미건조한 일상성을 돌파하기를 갈망한다.

영화는 천사의 지위를 버리고 인간이 된
주인공의 손을 들어준다. 애초부터 영화는 그랬다.

영화의 모든 영상이 흑백으로 이어지다가
천사가 인간이 된 순간 장면은 색을 입게 된다.
무에서 유의 창조인 셈이다.

함께 있던 친구인
또다른 천사는 항상 무표정해 보인다.
별 즐거움도, 삶의 애뜻함도,
정서적 따스함도, 내면의 열정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영화 속 천사는
고독한 울타리 속 인간일 따름이다.
　

무비 노트 8: 폴링 다운

사실 조금 짜증이 난 것 뿐이었어
물론 그 전에 화가 나는 일이 있었지
그 화가 지속적인 일의 결과이긴 했지만

사실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었어
그때 문제의 전화가 오지 않았으면 말이야
가라앉기도 전에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말이야

결국 난 저지르고 말았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뜨리고 말았지

차분한 말투로 미리 계획이라도 되어 있었던 듯
그렇게 이제까지 쌓아둔 분노들을

산타 클로스가 선물 꾸러미를 풀 듯이
하나하나 뱉어내고 말았지.

사실 조금 짜증이 났던 것 뿐인데
반복되는 일상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인데
난 그렇게 나쁜 녀석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추락하게 되더군.

MyJ :: 마이클 더글라스의 "폴링 다운"에 감동하며 들었던 생각.

　

무비 노트 9: 무간도

10년의 세월 동안
착한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나쁜 사람은 착한 사람으로
생활한다.

나쁜 사람은
착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나쁜 방법으로 착한 사람이 되고

착한 사람은
나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익숙한 나쁜 생활에서 몸부림친다.

착한 장(場)에서 살던 나쁜 사람은
각인된 패턴으로 자신의 악행을 감추지만
악한 장(場)에서 살던 착한 사람은
몸부림쳐도 자신의 선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절망의 늪으로 빠져든다.

악한 장에서 살던 착한 사람은
우수에 찬 슬픈 웃음과 눈망울을 가졌다.

그가 원하는 단 한가지는
자신의 원래 모습을 찾는 것.
그 소박한 욕구마저 좌절되는 현실의 장.

악인의 위선은 패턴으로 각인되어도
선인의 누명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
현실 세계가 바로 "무간도"라고.

이렇듯 나는
불합리한 비가역적 장(場) 속에
무참하게 던져졌다.

내 선의를 알고 있는 단 한 사람이
싸늘한 주검으로 내 앞에 선 채..

　

무비 노트 10: 국화꽃 향기

어리석게도
극장에 들어설 때까지
제목을 의식하지 못했다.

"당신의 머리에서 국화꽃 향기가 났어요."

순간 내게 엄습해온 것은
답답하다 못한 숨막힘이었다.

머리에서 국화꽃 향기가 나는
여자는 죽게 된다는 복선
그 숨막히는 선지자적 선포가 싫었다.

디즈니랜드 식의 해피엔딩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스토리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지
인물들이 아무리 몸부림 치더라도

결국에는 비극적 결말을 피할 수 없는
정해진 운명을 규정짓는 대사에서
절망을 받아들여야 하는
결정론적 상황에 환멸을 느끼다.

　

무비 노트 11: the 2nd Renaissance

나뒹구는 소문 참 쉬운 손가락질들
굶주린 저 파란 작살

나는 여기 바다 당신들은 거기 땅위에
만드신이 뜻대로 살았으면 해

가축을 키워 먹는 사람들
그들이 날 잔인하다고 해

영화를 만들어 비명을 질러
바다는 무서운 곳 날카로운 이빨의 상어가 있다고

자신에겐 관대한 저 어리석은 정의
누가 눌굴 심판해 이 위선덩어리들

나의 본능이 미운 저 생각하는 본능들
누가누굴 심판해 이 기회주의자여

가식에 묻혀
모두 그들로 채워 모두 집어넣어
누가 보지 못하게 틀어막아
그리곤 날 노려

자신은 이미 벽으로 둘러 쌓여 스스로 관대한 날 노려
내가 살아가기 위한 살아가야 할 방법

내가 법이고 정의 어쩔수 없이 틀린 날 설득해야만 해
내가 살면 니가 죽어
얽힌 어쩔수 없이 본능에 의한 삶

(조규찬, "상어")

MyJ :: 애니 매트릭스의 2, 3번째인 the 2nd renaissance를 보면서

머리 속에 떠오른 게 이 가사였다.

인간의 탐욕과 위선이 결국 시스템으로 하여금 인간을 통제하게 만들었다

　

무비 노트 12: Matrix Re-loaded

인간의 키워드는 예언과 믿음
시스템의 키워드는 목적과 인과율

선택의 자유를 믿고 있는 인간과
그 선택마저 계산된 패턴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시스템

정교하게 시뮬레이션된 매트릭스 안에서
일련의 진위 판단이 왜곡되다.

MyJ :: 매트릭스2에 대한 평가는 갈수록 긍정적이 될 것 같다.

평들을 읽어보면서 좀 가볍게 접근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비 노트13: memento

<경험론>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이러한 오감을 통한 인지는
왜곡될 소지가 있다.

우리는 실재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으며
합리적이지 않은 것들을 듣고 느끼기도 한다.

<합리성>

fact들은 이성적인 판단의 근거가 된다.
퍼즐을 맞추듯 fact들을 따라가다 보면
합리적인 판단과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왜곡될 소지가 있다.

fact들 중에 몇 가지가 생략되고
그 사이에 anomaly가 끼어들게 되면
우리는 fact들을 가지고도
합리적인 방법으로 비진리에 도달하게 된다.

<진리와 목적성>

경험과 합리성.
그에 따른 진리.
우리는 이 두 가지의 잣대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진리냐 비진리냐
라기 보다는
삶의 의미, 동인, 존재의 목적성이다.

<인간과 진리>

우리는 그 핵심을 잃어버리게 될 때
심리가 아닌 비조건적 반사에 의해
fact들을 왜곡하고 오감에 의한 판단을 보류한다.

그렇게 허술해진 비진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상황을 보다 복잡하고 흥미로우며
가치있게 가꾸어 간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우리는 때로는
주어진 잣대를 버리고도 비진리로 뛰어든다.

MyJ ::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가 더 중요하다.

　

무비 노트 14: 무간도 III

처음엔 방아쇠를 당길 생각이 아니었어.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거든.
아니, 오히려 난 변하려고 노력했지.
그건 너도 잘 알거야.

네가 날 쓰레기 취급만 하지 않았어도,
쓰레기 더미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지만 않았어도,

난..
그냥 그렇게 주저 앉아버리려고 했지.

너의 그 한 마디만 아니었어도,
난 네 머리를 관통시킬 생각이 아니었어.
난 달라지고 싶었거든.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었거든..

김용주 :: 느와르는 변하지 않는다. 새로워졌다 해도 모두가 죽는다..

　

무비 노트 15: 냉정과 열정사이

자주 사람들은 내게 그런 말을 한다.

"무슨 생각해?
딴 생각하는 거 같아서.."

..사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게 문제인 것 같지만 예전과는 달리
길을 걷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를 하거나 업무 중에도
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머리 속이 텅 빈 것처럼
약간은 피곤하면서도 나른한 그런 느낌의
일상이 계속될 뿐...

마치 몹시 큰 병을 앓았다가 깨어난 사람처럼
상처 난 부위가 너무 커서
수술 후에도 매사에 조심하는 사람처럼
하루 하루를 조심조심 살아가다 보니
그게 가장 중요한 삶의 부분이 되고 보니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다른 표정의 내가 되었을 뿐인걸..

김용주 :: 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