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만큼
들려줘야 한다는 것 보다는 느낀만큼 들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어요.” 미국 보스톤 버클리음대에서 영화음악을 공부중인 김동률이 세번째 독집집인 `귀향'을 내놨다. 지난 7월 중순 일시 귀국해 준비해온 앨범이다.
이제 슬슬 `유학증후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 같다는 그는 “보스톤이 한국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상업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음악을 고민할 수 있는 점이 더 좋다는 말이다. 무언가 배웠으니 새로운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는 강박도 그만큼 사라졌다고 한다.
그의 말마따나 지난해 나온 `희망'에서 느꼈던 복잡한 느낌은 사라졌고, 앨범은 좀 더 편안해졌다. “2집 때는 마음도 복잡했고, 의욕도 강했습니다. 그런 점이 2집에 반영됐겠지요. 지금은 유학생활에 익숙해진 것이 음악에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과연 `한국 가요'란 무엇인가”다. 외국 사람이 봤을 때 “저것이 한국의 대중음악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그것이 조성모의 음악일 수도 있고, 신승훈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우리나라의 가수로서 욕심이 있고, 그것이 바로 김동률의 음악이었으면 합니다.” 그런 그의 새앨범에는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가락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드러난다. “나의 음악적 정체성, 나아가 우리나라의 음악 정체성을 세우고 싶었습니다. 현재는 그것을 실험하는 중이구요. `김동률만의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보스톤에 있을 때는 거의 90%의 생활이 학교와 관련된 것입니다. 수업 듣고, 연습하고, 곡 만들고 그런거죠. 가끔씩 여행으로 기분을 풀기도 하구요. 전체적으로 단조로운 생활입니다. 하지만 `학생'이기 때문에 느끼는 소소한 행복도 만만치 않아요.” 대학 1학년인 1993년 <기억의 습작>으로 대학가요제 대상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카니발, 독집 등 7장의 음반을 내오며 쉼없이 달려왔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새앨범에는 예전 전람회의 느낌이 나는 편안한 발라드곡과 함께 라틴 스타일과 우리 가락이 접목된 실험적인 곡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타이틀곡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라틴팝 요소가 가미된 편안한 발라드곡으로 이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물놀이의 장단과 남미의 삼바 스타일이 적절히 섞인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는 함께 카니발을 꾸렸던 이적과 함께 불렀다. 주목되는 또다른 곡은 <구애가>. 경쾌한 스윙재즈 곡으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구애하는 장면을 복고풍의 어조로 풀었다. 곡 중간중간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후렴구가 이채롭다.
“새 앨범은 내는 것은 항상 `지난 앨범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긴 뒤에야 가능하다”며 새앨범을 만드는 고충을 표현한 그는 “다음 음반은 학교를 끝낸 뒤에나 천천히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꿈이 평생 판 한장 내보는 것이었어요. 순전히 자비로 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만한 돈을 모으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죠. 그 꿈이 너무 빨리 이뤄져 이젠 야망이라고 할 게 별로 없어요.”
하지만 그는 “영화음악을 전문으로 공부하고 있는 만큼 영화음악을 꼭 해보고 싶다”는 욕심 만은 숨기지 못했다. 그는 내년 1월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 2년여 남은 과정을 모두 마치겠다고 한다. 팬들을 확인하고 싶어지고, 유학중 돈이 떨어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