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기다. 대부분의 음악에서 ‘반주’악기로 쓰인다. 하지만 완결된 연주악기로 여기는 음악팬은 적은 것 같다.
이름난 기타리스트들도 다른 악기의 힘을 빌어서야 음반으로 내는 형편이다. 그래서 이병우씨가 갖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기타에 천착해 온 그가 오랫동안의 유학생활을 끝내고 새음반을 발표했다. ‘흡수’라고 이름붙여진 이 음반은 95년 ‘야간비행’ 뒤 8년만이자 그의 기타 연주 앨범으론 다섯 번째 음반이다. 모든 곡이 클래식기타로 연주됐다.
“그동안 제가 다른 사람들이 이뤄놓은 것을 답습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 것이 아니다 싶은 것을 계속 빼 나가다 보니 앨범 작업에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네요.”
그가 새로 선보이는 것은 9현 기타를 이용한 일렉트릭 베이스 주법이다. 보통 6현인 기타에 베이스 3줄을 더 붙여 저역을 넓혔다. 거기에 전자 베이스 기타 주법에 이용되는 뜯는 주법을 도입해 소리가 더욱 역동적으로 됐다.
“우리나라 기타의 현주소를 외국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기타도 일부러 한국에서 주문생산했고 기타의 소리를 가장 잘 녹음해 줄 수 있는 국내 스튜디오를 찾아서 녹음했습니다.” 비엔나 국립 음대와 미국 피바디 음악원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 2000년이니 꼬박 2년이 넘게 앨범을 준비해 왔다. 그동안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 사운드트랙 등 계속 새로운 음악을 발표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독집음반’에 대한 욕심은 계속 커갔다. 하지만 정작 이번 앨범의 녹음에 걸린 시간은 단 4시간 뿐이었다. 내면에 묶여 있던 음악을 한꺼번에 토해낸 탓일 듯 하다.
“기타란 악기는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연주할수록 재미있는 악기구요. 우선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다는 것이 장점이겠구요. 소리도 크지 않아서 어디서든 칠 수 있어요. 그리고 귀족적인 악기가 아니어서 누구나 뚱땅거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죠.”
그는 11살 때 어머니의 권유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형과 누나가 기타를 치는 것을 어린 이씨가 부럽다는 눈길로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 기타의 매력에 빠진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기타 연주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 뒤 지금까지 하루 6시간~10시간씩 빼놓지 않고 기타를 쳐 왔다.
“기타가 갖고 있는 재미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앨범을 통해 기타의 매력에 다시 눈뜰 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어요.”
앨범에는 6현 기타와 9현 기타의 노래들이 섞여 있다. 특히 주의깊게 들어볼 것은 <달려2>, <달려3>, <춤추는 물개>, <전사의 춤> 등 9현 기타곡들이다. 육중한 저음과 부드러운 고음 부분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클래식 기타 솔로로만 이뤄진 음반이 전반적으로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히고 듣는다면 그의 빛나는 서정성이 빚어내는 부드러운 기타 소리에 흠뻑 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