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의 명과 암>

: 요한 웨슬레의 사역 vs 스콥스 재판

** 이 글은 한양IVF 4월 회보에 실린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또한, 이 글에서 웨슬레에 대한 글은 <대학가>에 실렸던 "요한 웨슬레"(이시종)을 간추린 내용임을 밝힙니다.

요한 웨슬레: 복음 선포와 구제의 본을 보인 영적 대가

복음주의 역사에 있어 균형 잡힌 사역의 본이 되는 인물로 요한 웨슬레를 꼽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웨슬레는 영적 대각성운동의 시기에 살았던 인물로서 복음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층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교를 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수십 개의 고아원을 짓고 구제 사역을 하는데에 헌신했던 사람입니다.

웨슬레는 1703년에 목사의 15번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집안은 가난하기 그지없었으나 그의 가문은 복음을 수호하려는 목사들로 가득차 있었고, 그의 어머니 역시 탁월한 영성과 지성을 가진 여성으로 웨슬레를 철저히 신앙으로 교육하였습니다. 웨슬레는 어릴 적부터 엄격한 신앙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도 홀리 클럽(holy club)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규칙적인 경건의 훈련을 하게 되는 기반을 만들었고, 그의 주변 동료들은 이 공동체에게 메소디스트(Methodist: 규칙쟁이들)라고 빈정거릴 정도의 열심을 보였습니다. (이 Methodist라는 명칭은 후에 웨슬레가 세운 감리교(Methodism)를 지칭하는 명칭이 됩니다)

1735년, 웨슬레는 미국 조지아 지역의 선교사로 사역을 하게 되지만 그의 사역은 실패를 거듭하게 됩니다. 비참한 마음으로 돌아오던 중에 그가 탄 배가 심하게 요동치는 것으로 그는 마음이 크게 두려웠음에 반해, 옆에 함께 탔던 모라비안 교도들은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리어 찬양을 하는 모습을 보고 웨슬레는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종교적 열심은 있었지만 아직 구원의 확신이 없었음을 깨닫습니다.

1738년에 그는 올더스게이트의 한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거기에서 루터의 로마서 주석을 들으면서 성령의 뜨거운 임재를 경험합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을 죄와 죽음의 권세에서 구원하셨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이 한 사람의 영적 각성이 영국 교회와 북미 교회의 영적 각성으로 이어져 영국 사회를 갱신시키게 됩니다.

이후에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설교하며, "세계가 나의 교구"라고 외치며 복음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나 말을 타고 다니며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그의 설교는 하층민들도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이며 명료한 언어였으므로 당시 교회로부터 소외되었던 사람들도 그의 말씀을 듣고 주께로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는 단지 복음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십 개의 고아원을 짓고 보다 적극적인 구제운동을 통한 사회 참여에도 큰 관심과 헌신을 쏟았습니다.

웨슬레의 사역의 영향력은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전 사회의 도덕적 분위기를 현격히 바꾸어 영국 사회를 근대 사회로 진입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웨슬레의 영향력 아래에서 감리교도였던 윌버포스는 의원으로 노예해방에 앞장서서 그것을 이루어냈고, 여성과 어린이 인권 신장에도 감리교도들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근본주의 운동의 쇠퇴에 일조한 스콥스(John Scopes) 재판

20세기초는 기독교에 있어 혼란스러운 시대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다윈주의와 고등비평이 성경의 권위를 위협하고 있었고, 새로운 역사적 사회학적, 프로이트적인 심리학적 사고방식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굳이 쉽게 표현하자면 이제까지의 기독교 신앙은 신화적인 성경을 곧이곧대로 믿어온 맹신이었다는 주장들이 세속정신을 가진 사람들과 신학적 자유주의자들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만일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지적인 존엄성을 선택한다면, 그들은 기독교를 포기하거나 당대의 사상과 지적 작업에 부합하도록 기독교를 변형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고, 이에 많은 사람들은 후자가 유일한 선택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채 안 되는 시기에 있었던 혼란이었습니다.

특히, 성경 안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시사하는 다윈주의자들과, 고도로 정교화된 고등비평가들 때문에 전환기의 많은 신앙인들은 심한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반응은 불행하게도 현대정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유주의와, 시대의 지적 작업을 완전히 부정하고 이단시해버린 근본주의자로 이분되어 버립니다.

물론 사실상, 당시 근본주의 운동도 처음에는 좀더 공격적인 복음주의자들의 행동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당시의 신앙인들에게는 그것만이 유일한 대안처럼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 스콥스 재판을 계기로 기독교 근본주의는 세상사람들의 비웃음을 한 몸에 받으며 오랜 시간동안 세상에 학문적 세계관을 제시하지 못한 모습으로 20세기 중반까지 이르게 됩니다.

스콥스 재판의 배경이 되는 1923년부터 그 이후까지, 여러 개의 남부 주에서는 모종의 반진화론 법률을 채택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많았던 지역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지한 것이지요. 1925년에 테네시 주에서 통과된 법은 한층 강력한 것이었는데, 그 법은 모든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의 가르침을 금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법은 즉각 데이턴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젊은 생물학 교사, 존 스콥스를 법정에 서게 만듭니다. 그 재판에서 보수주의자였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바알 선지자에 맞서겠다는 마음으로 기소를 지원하였으며 승리를 장담했지만, 스콥스의 변호를 나선 불가지론자이자 유명한 변호사 윌리엄 대로우에게 참패를 하게 됩니다. 재판에서 스콥스의 유죄가 인정되었지만 그 결과로 인해 매스컴은 브라이언으로 대표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힐난하며 비웃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이 재판을 통해 브라이언은 성경의 정확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루어진 대로우의 반대심문에 답변을 하지 못했던 것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브라이언은 성경의 문자적 해석과 관련된 대표적인 문제들, 이를테면 하와가 어떻게 아담의 갈비뼈에서 탄생하였는지, 가인이 어디에서 아내를 얻었는지, 혹은 요나를 삼킨 큰 물고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등에 대해 답변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대로우는 고대종교들의 기원을 다룬 현대 문헌들에 브라이언이 무지하다는 점을 폭로하였습니다. 결국, 브라이언 자신은 타종교들의 주장을 고찰하는데 많은 시간을 가지지 못하였다고 인정했고, 나아가 성경적 기원에 대한 비평적 글들조차 읽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현대의 세속적 비평에 대해 마녀사냥처럼 대응했던 20세기 초 근본주의자들의 반응으로 인해, 20세기의 중반이 넘어서기까지 미국에서 기독교인들은 주된 세력이 되지 못하고 "시골뜨기들", "종교를 미친 듯이 선전하는 사람들", "몽매주의자"라는 이름으로 언론과 지식인들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