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속의 하나님


/권경우

아직 군인으로 있던시절 워낙 자주- 그 당시에는 절대 자주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 외박이나 휴가를 나왔기 때문에 아침에 학교에 가서 기도회에 참석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내용의 기도를 자주 듣게 되었다.
　

'하나님 우리에게 회복의 영을 부어주시고...',

'회개의 영을 부어주시고...',

'정직의 영을 내려주시고...'

'말씀의 영...'

'진리의 영...'

'치유의 영...'

...

그런 기도를 듣고 있으면 나는 왠지모를 깨름직함에 기도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아야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하나님의 영, 곧 성령님이다. 두번째는 사람의 영, 우리의 마음과 인격을 모두 포함하는 영혼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악한 영, 곧 마귀다. 그럼 위에서 불려진 회개의 영, 회복의 영, 정직의 영... 등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성경 어디에도 이런 영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렇다면 이 영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마귀의 영을 구하지 않은 이상 이러한 것들은 성령님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것일 것이다. 그러니까 풀어서 이야기하면 회개의 성령님, 회복의 성령님, 정직하게 하시는 성령님 등이 된다. 그런데 성령님에 대한 이러한 표현이 담고 있는 성격도 같다고 할 수 있을까?

'하나님 우리에게 회개의 영을 부어주시고...'

이 문장을 잘 살펴보면 '회개의 영'은 결국 인격적인 존재보다는 회개하게 하는 도구, 어떤 신비로운 힘, 또는 능력으로 표현된다. 결국 이러한 말들 속에 담긴 의미는 성령님을 각 기능별로 세분화하고 도구화하여 우리가 그때 그때 필요한 부분들만 구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성령님을 성품과 마음을 가지신 하나님으로, 우리와 교제하며 친밀함을 누리는 대상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어떤 신비로운 힘, 또는 기계적 능력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기도의 동전을 성령이라는 자판기에 넣고 회개, 회복, 치유의 버튼을 누르는 것은 아닌가?

사실 더 마음에 걸렸던 것은 것은 이런한 기도 속에 우리가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해야할 부분들은 고려되어 있지않다는 것이다. 그저 어떤 신비로운 능력이 임하면 '자신의 의지와는 별 상관없이'도 자신이 변화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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