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al Yourselves! T&ty Agers
:이삼십 대
크리스천에게 고함 <TNT세대, 본색을 드러내라!>
** 이 글은 <복음과상황> 2000년 4월에 실린 글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서른 해를 지내며>
오래 전인 것 같다. 스물 두 살의 후배들을 향해 지었다던 낯선 노래 가사 하나로 시작해 미답지론(未踏地論)이라는 사뭇 거창(?)한 주제로 맺었던 글을 썼던 적이 말이다(「복음과상황」97년 12월호). 오늘도 내가 지은 노래 가사 하나를 던지며 모처럼의 글을 열어볼까 한다. 글쎄, 글쓰기보다는 노래짓기가 내 본업이었다라는 일종의 고집 부리기라고나 할까…. 어쨌든 다음에 소개하는 두 절의 가사는, 으음… 그러니까 내가 스물아홉이 되던 해, 희년(禧年)을 주제로 한 뜨인돌의 정기 공연에 올렸던 한 곡의 노랫말이다. 은혜의 해를 선포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서사적 등장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곡이다.
1. 서른 해를 지내며 내가 본 것들은 / 무너진 집, 낡은 식탁, 그리고 녹슨 못들 /
난 목수의 아들이었으니까 // 지는 해를 바라보며 늘 생각한 것은 /
하얀 양떼, 포도송이, 그리고 웃는 아이들 / 난 그 때를 위해 왔으니까
(후렴) 이제 나는 저 잃어버린 무리를 찾아서 / 그 상한 살을 헤집고 입을 맞춘다 /
부서지고 타오르면서, 버려지고 피흘리면서 / 깨어진 너를위한 나를 던진다
2. 기쁨의 해를 누리며 그 자유의 노래를 부르련 / 갇힌 새들아, 묶인 손들아, 그리고 우는 여인아 / 너희가 바로 그 노래니까 // 뜨는 해를 반기며 이 아침의햇살을 느끼련 /
맨발로, 빈손으로, 그리고 펼친 나래로 / 너희도 이제 햇살이니까
이 노래가 악보화되어서 보급된 후, 노래의 본래 의미와는 별도로 나이 서른을 전후한 선교단체 간사님들의 눈길을 끌었다는 후문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곡을 지은 나도 그 나이 즈음에 이 곡을 지었다는 일종의 혐의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백창우의 ‘나이 서른에 우린’이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노래하는 바, 그리고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읊고 있는 바, 20대 시절을 마감하는 불안함과 초조함, 그리고 한때 삶의 전(全)의미였던 젊고도 개혁적인 기백을 내려놓고 기성세대에 편입되는 것을 마지못해 하는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고 우기고자 한다.
<세대논쟁, 웬 뒷북?>
마무리 부분에서 알게 되겠지만 이 글의 결론부터 터놓고 이야기하면, 쉽게 말해 ‘이삼십대’의 기독인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살아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이삼십대를 묶어서 한 세대로 보는 것이 말이나 되는 것인가? 20년을 한 세대로 보는 것은 생물학적 개념이지 결코 사회적인 통찰은 아니야. 사회적으로 대개 10년을 지칭하는 한 세대마저도 요즘 들어 컴퓨터 CPU 교체주기처럼 3년 아니 2년으로 단축되고 있는 마당에… 쌍둥이도 세대차이가 난다는 말은 이제 거의 고사성어에 속한다네.”
맞다. 20대와 30대는 동질집단이 아니다. 역사적 경험도 서로 다르고 정치적 성향이나 경제적 욕구도 다르다. 단적으로 문화적인 취향도 20살과 39살 사이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음악만 해도 랩과 댄스에서 록과 포크를 지나 재즈와 뽕짝에 이르기까지 연배에 따라 화려 찬란한 이질적 기호를 지니고 있다. 어찌 이 집단을 어디 한 세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없다. 덧붙여 확언하기는, 이 글에서 말하려는 것이 일종의 세대논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 글을 양김 씨의 반독재 민주화운동 초기 ‘40대 기수론’처럼 ‘이삼십대 크리스천 기수론’으로 읽어서는 아니 된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그건 위험한 도식이다.
사실 세대논쟁은 그 논쟁으로 말미암아 생긴 사회적 유익에 비해 그간 한국사회 안에서 과도하게 다루어진 면이 없지 않다. 비단 90년대 초반부터 발흥한 신세대 논쟁에서의 신세대뿐만 아니라 일어세대, 한문세대, 한글세대, 영어세대로 나누어 보는 교육적 구분도 있고 식민지-전쟁세대, 혁명-경제개발세대, 민주화투쟁세대, 모래시계세대, 세계화세대 등등으로 나누는 정치 경제적 시각은 물론, 신세대, 쉰(한물간)세대, 낀(샌드위치)세대로 지칭하는 회화적 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 무쌍하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세대비교와는 달리 보다 정밀하고 분석적인 세대의 이해와 이에 대한 논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실 자신들이 속한 세대의 중요성과 차별성을 드러내려 했던 당시 신진세력들의 정치적 구호 내지 그것을 합리화시켰던 공교한 도구 이상 그 무엇이었던가 하는 질문 앞에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다.
다만 다른 하나가 있었다면, 그것은 세대가 가진 표피적 욕구를 이용한 정치경제적 상업주의라 할 것이다. 이른바 최근의 선거판에서는 유권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삼십대에게 “신세대는 솔직하고 가식을 모르며 구태와 인습으로부터 의식이 해방되어 있기 때문에 합리적 선택을 한다”라는 아부성 발언으로 표를 모으는 선거전략행태가 있는가 하면, 각종 광고에서는 신세대가 “감각적이고 소비 지향적이고 쾌락을 추구하며 유행에 민감한 세대”라는 전제 하에 첨단의 소비재를 선택하는 것이 새로운 세대에 어울리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정작 신세대 문화론의 효시라고 하는 1992년 미메시스와 그 이후 3-4년간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왔던 신세대 논쟁에 있어 그 대상이었던 당시의 80년대 후반 학번들은 이미 30대에 편입이 되어 있는 오늘날, 어느새 신세대 광고에 중독된 대중은 신세대라고 하면 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신인 여자 탤런트를 상상하고만 있다. 물론 ‘신세대’ 상업광고 컨셉은 이제 ‘새천년’ 컨셉에 그 왕좌를 넘겨준 것이 확실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최근 한 언론사의 출판부가 회심의 역작으로 펴냈다는 미국비판서적의 광고에서 세대론이 얼마나 상업적 도구로 전락했는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저자를 소개하는 광고카피를 보자. ‘저자는…386세대로서…모래시계 세대로서…’류의 수식어들을 거침없이 쓰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80년대 학번으로서 서울대의대 수석입학 수석졸업에 해외유학파에다가 박사학위소지 여성전문의에 결코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니다. 정치현실과 인권유린에 비분강개하며 F학점을 불사하고 강의실을 뛰쳐나와 보도블록을 주워들었던 당시 동료들에게 돌 맞을 일이다. 그럼에도 버젓이 책 잘 팔리라고 가져다 붙인 출판사나, 그렇다고 혹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이 에덴의 서쪽으로 간 까닭은>
신앙에 있어서 큰 전환점은 스물 즈음에 도래한다. 어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전인격적으로 만나는 시점인 반면, 어떤 이들은 당분간 아니면 영원히 잃어버린 바 되는 시점이다. 다행히 후에 돌아오더라도 주일성수와 십일조에 신경쓰는 평범한 중년의 신사이거나 자녀교육에 신경을 기울이는 아기 엄마일 가능성이 크다. 서른 즈음에도 한번의 고비가 있다. 사회가 제공하는 조직과 관행대로 적당한 직업을 가지고 소시민으로 살아가느냐, 아니면 입에 풀칠할 걱정은 뒤로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를 위해 미답지로 떠나느냐 혹은 고지로 도전하느냐의 과제 앞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사회에선 20대가 훨훨 나는 세대이자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되는 신세대론의 주역이지만, 교회에서는 영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아동부와 유치부 교사로 그리고 성가대원으로 반강제 영입되어, 받는 것 없이 내어 놓아야만 하는 고통의 나날이 연속된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거나 못한 이들은 낙오자로 분류되어 그나마 봉사에 참여할 기회마저 없어진다. 생존을 위해 양육을 받고자 찾아간 선교단체에서는 살벌한 큐티(QT) 체크는 기본, 이성교제 금지에, 주초는 죄악, 정치문제는 함구, 여름겨울마다 성경학교, 교회와 선교단체 수련회로 방학의 반이 지나간다. 전공시험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교회에선 은사집회가 열리고, 선배는 200쪽이 넘는 기독교 세계관 책을 읽잔다.혼란의 연속…. 이 와중에 근면 성실파로 선배들에게 촉망을 받으며 신앙적 거인으로 성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신앙적 열등감에 시달려서 소시민적 신앙인으로 진로선택에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20대 후반을 맞는다. 군에서 세례 받는 군인들의 수보다, 군대가서 담배를 입에 달고 오는 형제들이 많다.
예수 믿는 남자가 적어 고민하는 자매들이나, 헌신적인 자매를 부담스러워하는 형제들은 교회 밖에서 짝을 찾게 되고, 교회출석 자체도 하나의 투쟁으로 전락한다. 술자리와 포카판이 오락의 전부인 직장문화에서 신앙적 순결을 지키다 왕따 당하는 것이 두려워 적당히 타협하고 나면, 교회 나가기가 괜히 쑥스러워진다. 대학시절 절친했던 신앙적 친구들과는 홈커밍 데이 때 만나는 정도, 30대 중반으로 들어서면 명절과 5월이 무섭다. 아이들, 부모님, 직장 상사, 은사 등등 챙겨야 될 것은 많아지는데 경제력은 고만고만, 십일조도 아까워진다. 하지만 처자가 딸린 몸으로 그나마 직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란 생각에 온갖 스트레스를 견딘다. 건강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기도제목은 직장생활과 건강. 아내들은 구역예배 드린 후 어떻게 하면 마흔이 되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할까 목하 토론 중.
한국교회가 이삼십대의 젊고 개혁적인 세대를 잃어버린 데에는 이렇듯 그 세대가 지닌 사회적 특성들에 기인한 것들도 있지만, 교회공동체의 포용력 한계라든지 목회책임자의 경륜 없음 등등 교회적인 숱한 원인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후에라도 보다 많은 식견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 그 원인을 찾아내고 밝혀서 교회공동체가 이를 극복하고 보완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우선 내 수준에서 초등학교 교과목을 떠올리며 정리한 몇 가지 커다란 문제들만 지적해보고자 한다.
먼저 ‘바른’의 문제다. 교회가 올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할 때 많은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의 암울한 시기에, 청교도적인 기독교 윤리를 넘어서서 대사회적으로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선지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믿음의 벗들이 그들 주변에 더 많았다면, 우리 한국 교회의 대학청년부는 다른 어느 부서보다 북적거렸을 것이다.
그리고 ‘즐거운’의 문제다. 쫓기는 학생들, 고단한 직장인들, 피곤한 가장들에게 믿음의 공동체가 무언가 차원이 다른 기쁨과 안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그저 봉사와 헌금만을 강요한다면, 이들이 멀리 도망가는 것은 자명하다. 사람 사이의 만남과 교제에서 오는 표면적인 기쁨을 넘어서서 인격적인 깊은 교제에서 맛보게 되는 즐거움, 헌신과 희생의 경험이 가져다주는 천국의 기쁨으로 이들을 초대해야 했지만, “무화과 나뭇잎이 마르고...”란 찬양 하나로 그 즐거움을 때워 왔다.
아울러 ‘슬기로운’의 문제다. 우리의 교회에서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학문과 문화, 그리고 사회의 각양 문제에 대처하는 신앙인의 지혜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누군가 이를 찾느라 교회를 떠나 잡지와 주간신문을 뒤적인다고 무어라 나무랄 수 없는 것이다. 교회는 학자들이 숨을 죽이고 기도하는 곳이 아니고 함께 토론하며 크고 작은 질서와 진리를 찾아가는 곳이었어야 했다.
<앗! 엮여버렸다>
쓰다보니 삼십대에 접어드는 이들이 이십대의 후배들에게 우리가 아직 못다한 일을 그대들에게도 맡기고자 하노니 함께 애써 보자고 구애(求愛)하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어쩌면 이십대와 삼십대는 글의 초반부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세대적으로는 사회적 구분이 분명한데도 난 굳이 묶어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복음과 상황」98년 4월호에 실린 이강일 님의 “기독신세대리포트 2: 두 문화를 오가는 기독 신세대”의 한 부분을 주목하여 보자.
기존 대학생들을 지도했던 학생운동그룹은 사회상황에 따라 지도력이 부침(浮沈)을 거듭한다. 반면 기독인 선배들의 지도력은 상황을 초월한 ‘복음’의 감화에 의해 지속된다. (중략) 80년대나 지금이나 학생선교단체의 리더들은 그 열심에 변함이 없다. 그들의 지도력은 기독신세대에게 여전히 건재하다. 어떤 시대를 맞이하건 변함없는 ‘복음’의 능력이 한결같이 기독대학인을 리더로 세우는 것이다.
오! 그렇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분명히 이질집단인 현재의 20대와 30대의 기독인들이, 지도력 상실로 이미 분화되고 해체된 동세대의 일반인들과는 달리 ‘복음’을 접점으로 지독히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10대와 70대가 모두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것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1970년대 이후 한국 교회에 널리 소개된 제자훈련이라는 귀한 과정이 공개적으로 광범위하게 나누어진 세대가 현재의 이삼십대라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모두 이 세대 안에서 만나고, 훈련과 적용이라는 총체적 과정이 이루어지는 시간적 장이다. 이삼십대는 생물학적으로만 한 세대가 아니라 신앙적 성장의 관점에서 한 세대라고 불릴 만하다. 현재의 이삼십대 기독인이야말로 제자훈련에 대해서만은 부인할 수 없는 공감대를 지닌다.
게다가 이 세대는 놀랍게도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하나라는 ‘연합’의 경험을 풀뿌리부터 경험한 독특한 집단이다. 80년대 후반, 대학마다 불어 닥친 연합운동의 바람은 지금도 여전하다. 지금은 대학마다 기연활동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학생운동권이 대학의 이슈들을 장악하던 80년대에 기독인연합을 일구려던 이들의 꿈과 노력은 당시로서는 무모하게 보이던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제 30대에 접어든 선배들은 연합을 위해 흘린 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로, 그리고 20대는 그 열매의 단맛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이들로 넉넉하고도 아름답게 서있다.
정치적 감각도, 이해득실도 따지지 않을 수 있었던 순수한 대학시설의 젊은 그리스도인들의 연합운동 경험, 그것은 분열을 밥 먹듯 했던 근대 한국교회사에 있어서 마땅히 주목받아야 하고 가장 소중히 여겨져야 하는 부분이다. 이는 한국 교회 공교단들의 연합운동을 섣불리 평가절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청년의 가슴으로 십자가의 복음과 하나님 나라의 비전에 헌신하던 그 때에, 나와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했던 이들과 벅찬 기대를 터놓으며 만났던 경험이야말로, 아무개 목사의 치부가 일파만파 번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교단과 종파를 넘어서서 한국 교회의 어르신들이 모방송사에 공동보조를 취했던 것보다도, 영상매체 운영허가권을 획득하기 위해 수십 개 교단이 하나의 회사를 설립하려 도장을 찍었던 것보다도, 장로 교단의 분열의 상처를 회복하고자 양대 교단 총회장들이 번듯한 회의장에서 화해와 일치 선언을 했던 것보다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재 40대 이상의 그리스도인들 중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기가 속한 캠퍼스의 부흥과 복음화를 위해 다른 단체와 교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모여 기도하였으며, 함께 예배의 감격을 누렸으며, 함께 사이비 이단을 대적하였으며, 함께 주머니를 털어 야참을 나누어 먹으며 밤을 지새우는 경험을 하였을까? 물론, ‘선교 한국’이나 ‘학원복음화협의회’ 처럼 이러한 바람을 건강하게 부추기며 적절한 기회와 동기를 부여한 더 큰 틀의 복음주의 연합운동들이 끼친 영향도 지대하였음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 또한 그러나, 참된 연합은 조직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인 것임을 우리 모두는 안다.
<불(火)필요한 세대, TNT Agers>
세대를 넘나드는 제자훈련이라는 종적인 줄, 그리고 신앙적 배경과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는 연합운동이라는 횡적인 줄, 이 씨줄과 날 줄로 꼼꼼히 엮여 있는 오늘날의 이삼십대 기독인들은 왜 아직까지 서로에게 큰 연대감을 가지지 못하였을 까? 왜 30대는 더욱 안정적인 40대를 향하여 달음질하고, 20대는 10대의 감성적 신앙에 연연해할 수밖에는 없었을까? 그 하나, 한국 교회가 이들을 무책임하게 방목하였기 때문임을 앞서서 살폈다. 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 망각이 또 하나의 지대한 원인임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난 두렵다. 이 망각이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이 사회의 보통의 이삼십대가 그랬듯이 이들 모두는 해체의 길을 걷게 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잔치가 끝나고 모두들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나며 “대체 우리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를 되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전의 선배들이 애썼었지만 개인적 차원으로 전락해 버린 ‘복음적 사회 진출’이라는 과제를 상대로, 그나마 성실한 제자훈련과 연합운동의 경험으로 새로이 도전장을 내고 있는 현재의 30대들 마저 일정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솔직히 말해 또다시 실패한다면, 이들과 가장 유사한 신앙적 에너지를 소유한 후속세대인 20대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발견할 것인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복음으로 문화를 변혁한다던, 예수의 피로 세계를 뒤덮자던, 하나님의 주권을 사회의 속속들이 펼치자던 그 원대한 뜻을 보란 듯 세워보지도, 그렇다고 이 땅의 권력과 명예를 쏠쏠히 챙기지도 못한 어정쩡하고 궁색한 선배들을 무어라고 의미부여할 것인가 말이다.
마침내 선배세대인 30대가 고지(고지)로도 미답지(미답지)로도 도달하지 못하는 미지근한 결론을 짓게 된다면, 20대마저도 세속적인 성공, 고상하게 말해 자아실현과 원만한 인간관계, 중산층의 경제력 확보라는 상냥한 유혹을 피해가기 어렵다. 나아가 한국 교회는 내면세계의 질서에는 전문가들이지만, 실존세계의 무질서에는 당최 무대책인 신앙대중을 양산해 내고서 자족하고 있지나 않을까 심히 두렵다. 이런 면에서 이삼십대 기독인들은 한국사회와 교회의 주역세대임을 말하기 전에 실질적인 운명 공동체적 세대이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망각하고 있다면 공멸하는 운명공동체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이름을 붙여서라도 이삼십대 기독인들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다.
<“티엔티 에이저 : T&ty Ager!">
Teen Ager(틴 에이저)가 ‘-teen'으로 끝나는 13세에서 19세까지의 청소년을 가리킨다면 T&ty Ager는 Twenty와 Thirty로 수식되는 20세에서 39세까지의 청장년을 가리킨다고 우기면서 말이다(이런 식으로 이름 짓는다면 사오십대는 F&ty, 육칠십대는 S&ty로 부를 수도 있다.)
T&ty라는 명칭은 이삽십대가 가지고 있는 한국사회와 교회 안에서 잠재적인 폭발력을 지닌 집단으로서 “TNT"를 연상시킨다. (이랜드에 다니는 옷 잘 입는 한 후배는 이세대가 즐겨 입는 T-shirts(T)와 Neck Tie(Ty)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후훗).
폭발물의 폭발을 좌우하는 요소는 폭발시의 압력, 그리고 뇌관의 작동여부이다. TNT 세대는 앞서 살펴본 바 그 성분상 한국사회와 교회를 향해 여러모로 폭발할 만하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사회와 교회가 팍팍 준 스트레스 역시 충분하다. 남은 것은 뇌관의 작동뿐이다. 즉, ‘불’만 없는 것이다. 이 뇌관의 작동은 TNT 세대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고 ‘열’받는 일부러 시작한다. 그리고 마른 막대기 같은 우리 인생을 타오르게 하고, 광야에 길을 만드시고, 마침내 우리를 강권하시어 폭발하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불을 기대하자.
‘TNT 세대론’이 이삼십대 기독인들을 하나로 묶어 이들의 영적 역량을 폭발시키는 좋은 화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또 하나의 두려움이 머리를 스친다. 상업주의 광고시장이 각종 세대론을 먹어 치웠듯이, 이 ‘TNT 세대론’ 마저 상업적 감각을 지닌 교회들에서 청년 대학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목회상품을 홍보하는 데에 도용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말이다.
<너희는 우리를 누구라 하느냐?>
초반에 짚고 넘어온 것처럼 이른바 특정 세대로서의 ‘기수론’은 적당치 않은 논점이다. 겸허히 아니, 당당히 말한다면 ‘본색론’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어떤 형태이든 ‘기수론’에는 이를 주장하는 세대나 세력이 지닌 모종의 열등감이 내재되어 있다. “충분한 자격은 안되지만 역사적 사례와 시대적 필연이 우리를 부른다”는 식으로 우기는 셈일지도 모른다. 마치 “예수님도 30대에 공생애를 사셨어. 제자들도 다 이 삼십대였지.” “마딘 루터의 종교개혁, 칼뱅의 주요 저서도 다 이 삼십대의 산물이야.” “19세기 학생선교운동의 헌 신자들은 모두 20대에 헌신하여 30대에 사역지로 떠났다며.” 등등의 예를 들며 우리가 속한 세대를 섣불리 미화하는 우를 범할 지도 모른다. ANT 세대를 격려하는 역사적 사실들임에 틀림없지만 모름지기 이건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다른 세대들도 이런 식으로 할 말은 어지간히 많고, “누가 큰 자인가?”라는 초보적 논쟁에 휘말릴 확률이 더 크다. 상업적 세대론으로 흐를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한편, ‘본색론’은 “엄연히 인정받아야 하고 발휘되었어야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에 의해 감추어졌던 고유한 역할을 찾아내어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감추어졌던 비밀이 밝히 드러나는 계시(Revelation)와도 같다. 대중들에게 메시야되심을 숨기시다가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하시며 당신을 드러내신 후, 변화산에서 영광스런 광채로 변하셨던 예수님의 예를 든다면 어떨까? 비교 자체가 황송스럽기 그지없지만 ‘본색론’의 위풍당당함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마땅히 살아냈어야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에 둘러싸여 일단 유보하였던 비전적 삶을 살기로 재차 엄두를 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개혁적 시민으로 나름의 신념이 있었지만 신물 나는 현실정치행태가 꼴 보기 싫어 선거당일 놀러 가버렸던 이들이 그들의 신념을 다시 삶의 표면에 드러내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내가 떠나온 웬수같은 교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기도하며 다시 그곳을 찾아가 는 용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본색찾기’는 다른 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가서 당당히 주장하고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객관적으로 최하위의 영향력 지수를 지난 이삼십대 기독인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과업은 자기 스스로에게 내가 처한 위치의 중요성을 확인시키고 같은 처지의 동료들을 꾸준히 격려하는 일일 게다.
예외 없이 TNT 세대에 속한 나 역시 이렇게 정리해 보니 좀 억울한 생각도 든다. 지나간 세월동안 한국 교회 어르신들이 이삼십대를 홀대하여 교회를 떠나게 했던 짜증나는 사실들은 어쩌고, 그저 이 책임을 우리 스스로 지고 가야 한단 말인가? 지금도 고쳐지지 않는 이러한 목회현실을 배태한 것에 대해 삯을 치를 당사자들은 우리가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 회복의 과제는 누구의 책임인가를 논하기 전에 지금 이곳에 엄존하는 현재적 ‘상황’이다. 조금 늦었지만 우리가 이 ‘상황’을 집요하게 조명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TNT들, 특히 20대들에게 도전하고 싶다. 묵묵히 다른 이들의 이야기들을 수집하며 내게 어떤 유익이 있는가를 자로 재며 취사선택하는 곁자리에 않아 있지만 말고, 본색을 드러낼 그대들의 제자리를 찾아 나서라고 말이다. 열린 논의의 장에서 그대들의 목소리를 발하고, 열린 실천의 장으로 그대들의 발걸음을 옮기라고 말이다.
단순한 숫적 회복 정도로는 이룰 수 없는 참 부흥이 우리 세대 위에 임하도록 기도하면서, 이삼십대 기독인의 영향력 지수를 최상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시민 사회의 시대로 일컬어질 국민의 정부 이후의 새 천년의 조국, 그리고 온 세계에서 TNT들의 본색, 그 저력이 뚜렷이 드러나는 하나님 나라의 신나는 꿈을 꾸며 말이다.
스물이든 서른이든 그 너머서든 주님이 오시는 날까지 우리 기독 TNT들의 본색 드러내기 잔치는 한창이어야 한다. 이 잔치에 TNT 세대 모두가 초대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감히 확신하건대, 어린 양의 혼인잔치는 필시 이 잔치의 연장, 아니 절정이리라.
**황병구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서울대기독인연합을 거쳐 기독노래운동 「뜨인돌」대표로 활동하면서 ‘온세상 주인되신 하나님’, ‘함께 부를 노래가’ 등의 창작과 함께 「많은물소리, 「희년노래」등을 편집하였다. 현재 기독교텔레비젼 프로듀서로 예수전도단의 「부흥 98」전국투어와 「선교한국 98」의 메인홀 프로그램을 연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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