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CONTEXT 논쟁

　

** 이 토론은 홈페이지 토론실에 실렸던 것들을 편집한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말한다.>

이름 : 박광제(planofgod@hanmail.net ) 날짜 : 1999/05/26 조회 : 19

이것은 순전히 제 생각들입니다. 의견과 도움말을 원합니다.

1. '복음(Text)'에 더 충실하면 '보수'가 되고, '상황(Context)'에 더 충실하면 '진보'가 된다.

2. 보수를 '우'로, 진보를 '좌'로 표현한다면, 나의 왼쪽에 있으면, 그들은 다 진보이고, 나는 그들에게 대하여 '보수'가 된다. 그리고, 나의 오른쪽에 있으면, 그들은 다 보수이고, 나는 그들에게 대하여 '진보'가 된다.

3.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다.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하나가 되는 유일한 길이다.

4. '진보','보수'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극단적 보수', '극단적 진보'가 잘못된 것이다.

5. 한국은 서로를 '보수', '진보'라고 구분하길 꺼려하면서, 실제로 나누어 다투고 있다.

6. 미국은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지만,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인정해 준다.

7. 위 6가지를 생각해 보기 위해 쉰다. 그리고, 우리 한국 교회에 적용해 본다.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아! 용주 형제님 제 메일 받으셨나요?

　

　

<text, and context>

이름 : 박삼종

본문과 상황은 참 어려운 주제다. 성경은 우리에게 하나님 자신의 "의"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정점에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고 구약이 이를 예비하고 신약이 이를 따른다.

우리가 "순수한" 복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개인적"인 복음을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개인적이고 도덕적인,영적인 죄로부터의 죄사함을 이야기한다.

사회적 구조는 우리의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경험되는" 그 무엇이다.

우리 각자의 관계이외에 구조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텍스트에 충실하면 우리는 제 3의 길로 나가게 된다.

오히려 지나치게 "컨텍스트"에 충실하기때문에 진보가 되고 보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진보일 수 없고 보수일 수 없다.

　

　

<text + context = holistic gospel>

이름 : 박광제

가장 완벽한 계시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은 것이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시야는 가장 적절한 시기와 상황 속에 예수라는 인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총체적 복음(holistic gospel)이며, 이것은 context에 바로 담겨진 text와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간들은 너무나 어리석고 연약합니다. 제대로 이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수나 진보의 위치에 서게 됩니다. 물론 이것의 괴리를 극복하는 많은 그리스도인이 있어 큰 도전과 위안이 됩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은 한계를 지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이며, 그러기에 서로 인정해 주며 합력 해야 합니다. text와 context의 문제는 '구분'이 아니라 '합력'입니다.

저는 총체적 복음에 대한 실마리를 웨슬리에서 찾고 있는 중입니다. 웨슬리의 부흥운동은 이론이 아닌 실제이며, 이제껏 보아온 것 중 가장 '예수운동'에 가까운 것입니다. 물론 칼빈 없이 웨슬리를 생각할 수는 없지요...

웨슬리는 칼빈적 text를 context에 가장 잘 담아 놓은 사람입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 한국의 Methodist는 약간 유감이네요... 이것도 전부 제 생각입니다. 도움말은 언제든지...

　

　

<RE: text + context = holistic gospel>

이름 : 박삼종

복음을 진보니 보수니하는 틀로 규정하려는 시각자체가 문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보수적이라면 저는 그 사람이 기독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복음은 그 자체로 자신을 드러내고 소위 컨턱스트로 어찌할 수 없는 명확한 자신의 내용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나도 원론적 고찰!>

이름 : 김용주

[원론적 고찰]

그리고 나는 각론으로 넘어가자는 생각을 바꾸었다. 형의 원론에 대한 고찰을 계속하자는 말에 수긍하기로 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각론으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어차피 텍스트 문제를 거론하게 될 것이라 여겨 대충 넘어가 보려 했으나 "현실" 운운하는 것이 "지적 천박성"이라고 말한다면 나도 내 천박성의 수준이 밑바닥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야만 할 것 같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삼종 형의 생각에 대부분 동의한다. 이를테면, 복음을 진보나 보수의 틀로 규정할 수 없다는 논증도 분명 참인 명제이다. 왜냐하면 삼종 형 말마따나 복음은 좌, 우로 편향된 어떤 것이 아니라 진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Text는 진보, 보수의 틀로 규정할 수 없는 진리인 것이다.

또한, 박광제 님이 말한 개념에도 크게 동의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가장 완벽한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은 것이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시야는 가장 적절한 시기와 상황 속에 예수라는 인물로 우리에게 성육신 하셨다"라는 논증이다.

사실, 신구약 안에서의 text는 엄연히 그 시대의 context안에서 존재한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도, 성경 각 장의 context에서 보편적 복음의 진리, 즉 text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얻어진 보편적 text를 현대의 우리의 구체적 상황 즉, 현대의 context에 적용해 보아야 하는 것이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간단히 두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성경 속의 context안에서 보편적 text를 발견

2. 발견한 text로 현대의 context에 적용

이 간단한 논리로 나는 두가지의 주장을 하려 한다.

첫째, 발견된 text로 현대의 context에 어떠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혹은 당연한 일이다. 세상 속에 거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이 가진 복음의 정수대로 상황을 바라보고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는 필연적 긴장점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삼종 형의 글에 구체적인 상황과 현실 언급의 부재가 형의 글을 불완전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둘째, '그리스도인이 보수적이면 기독인이 아니다'는 삼종 형의 명제는 거짓이다.

설명이 조금 필요하겠는데, 먼저 형의 말대로 복음을 진보나 보수의 틀로 규정할 수 없다는 말은 옳다. 하지만 옳은 이유가 형이 말한 "복음은 그 자체로 자신을 드러내고 소위 콘텍스트로 어찌할 수 없는 명확한 자신의 내용을 갖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진보나 보수는 context에서 존재하는 개념이지 text에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text는 오직 "진리"로써 존재하기 때문에 편향성의 측면이 아니라 정과 반의 문제이다. 이 진리인 text를 context에 적용할 때, 그 상황에 따라 우리는 진보, 보수, 혹은 제3의 길을 택할 수 있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제3의 길이 아니다. text에 맞는 context의 한 입장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황에 따라 보수적이면서 기독인일 수 있고, 진보적이면서 기독인일 수 있고, 제3의 길이면서 기독인일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 생기는 오류는 삼종 형의 말대로 text에 대한 철저하고 바른 이해가 선행되지 않았을 때, 상황에 바르게 적용시키지 못하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다른 한 편으로는 text를 현대의 context에 적용하는 훈련의 미숙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경우 계속 text에 비추어 자신의 context에 대한 해석을 수정해 갈 수 있다. 존 스토트가 그런 경우이다. 그는 놀랍게도 자신의 견해를 두 번이나 바꾸었다. 사회참여와 복음전도의 문제에서 복음전도의 우월성을 주장했다가 몇 년 후 이른바 "양날개 이론"을 지지했다. 또한 은사운동, 카리스마 운동에 부정적이었다가 다시 그 운동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였다. 그는 계속해서 text에 비추어 상황을 해석하는데 전념하고 있으며, 자신의 허물에 대해 끊임없이 인정하고 견해들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 조금만 깊은 부분을 접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유명한 목회자일수록 구체적 상황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한다. 왜냐하면 자칫 자기가 잘못한 해석 때문에 애궂게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스토트 목사님같은 사람들이 그나마 복음주의 계열에 있기 때문에 상황에 복음이 매도되지 않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최근 일고있는 스토트 목사님의 유신론적 진화론과 보편 구원론에 대해 유감스러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복음만을 내세울 수 없는 입장임을 발견한다. 유신론적 진화론이라는 상황에 대해 지적 천박함을 가진 내 자신을 먼저 바꾸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일하게 복음이라는 진리 가운데에서 나의 확신을 누그러뜨리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답변>

이름 : 박삼종

> 둘째, '그리스도인이 보수적이면 기독인이 아니다'는 삼종 형의 명제는 거짓이다.

 먼저 여기에서 말하는 내용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지 용주가 미워서 하는 이야기가 아님을 밝혀 둔다. (이러면 오해가 없겠지?)

 이제 처음 제기한 문제인 복음은 정치적인 것과 분리되지 않지만 어떤 정치적 입장과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것에는 인식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복음을 정치적인 수준의 내용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복음은 정치적으로 우리를 제 3의 길(요즘 말하는 제 3의 길과 유사하기도 아니기도 하다)로 인도한다. 내가 왜 보수적이면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했을까? 이 명제는 부분적으로 옳고 부분적으로 틀리다. 분명히 용주가 말한 대로라면 틀린 명제이다. 전에 글에 일정한 정치적 입장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내가 보수적이라고 표현할 때의 보수적의 의미는 "보수"의 가치로 복음을 해석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진보도 동일하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정반대의 과정-즉 복음으로 자신의 보수적, 진보적 "가치"를 돌아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들에게는 텍스트가 바뀌어 있다. 텍스트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에 자신의 가치를 삽입하고 있는 것이다. 컨텍스트가 텍스트이고 텍스트는 증거 구절울 찾는 곳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인지 아닌지 살필 기준으로 "복음이 자체로 명확히 들어낸 변명할 수 없는 내용"이 필요하고 성경은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말씀으로 "말씀"하시게 해야지 성경을 통해 "내"가 말한다면야 곤란하다. 신앙의 시작은 백지가 아니라 이 기본적인 공통점에 출발한다. 이것은 기준이지 물론 현실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준으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 성경 복음보다 "맹목적"으로 보수의 가치가 앞선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결국 자신의 배를 섬기는 우상숭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경이 제시하는 복음에 자신을 제한하는 어떤 정치적 입장도 다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보수적일 수 있고 진보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존 스토트의 방법론인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문화적 조옮김에 대해 잠시 논구해 본다. 텍스트와 컨텍스트와의 관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짧게 이야기하자면 문화적 조옮김이란 불트만의 비신화화를 온건하게 수용한 것으로 보이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문화"의 조옮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용주야 그리스도교의 비종교화를 읽었으면 한다)

과거의 문화(사실 퇴락한 영국교회의 전통을 존 스토트는 염두에 두고 있다)를 현대인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것이야 당연히 중요하지만 복음이 만나는 "세상"이라는 "상황"의 논점을 잃어 버려서는 안 된다. (존 스토트는 이 둘 모두 포함시켜서 진행시킨다) 더 큰 문제는 과거의, 다른 문화의 것을 지금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만을 섬기는 세상에게 본래부터 이질적인 복음을 선포하는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관계는 "가설연역적귀납"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Now it's our turn!>

이름 : 박광제

먼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제가 Text와 Context의 문제를 너무 쉽게 거론한 것같습니다.

그리고, 거론 자체가 오해를 충분히 살 수 있는 것이었고요... 리포트 때문에 한동안 홈페이지에 오지 못했는데, 많은 글이 실렸더군요. 꼼꼼이 잘 읽어보았고, 제 생각을 정립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복상 6월호에 실린 글을 적어봅니다.

 70년대 말과 80년대 대학생과 젊은이들의 가장 큰 관심 중의 하나는 민주화 운동이었고 비민주 정권 퇴진 운동이었다. 기독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진보적 신앙인과 달리 복음주의 교회에서 자란 대학생들은 데모와 정권 퇴진 운동에 가담하는 것에 주저하고 소극적이었다. 복음주의 교회는 일반적으로 종교와 정치를 성과 속이라는 이분법적인 도식으로 나누면서 거룩한 종교는 세속 정치에 관여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또는 교회와 세속 영역은 서로 다르지만 세속 권세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았기에, 그리스도인은 정부에 복종해야 한다는 견해를 은연중에 젊은이들에게 주입하였기 때문이다.

신원하, "거룩한 세속성의 삶", 복음과 상황 99.6월호, p 108

텍스트와 컨텍스트는 이분화하여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분화를 가능케 하였습니다. 물론 복음을 텍스트니, 컨텍스트니로 나누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완전한 복음을 '총체적 복음'으로 그냥 '복음'(이 복음은 언제부터인가 dogma(교리)적인, 그러니까 너무나도 text에만 치우쳐진 성격을 띄게 되었습니다)과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전제로 "holistic gospel = text + context"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분으로 나누어진 어느 하나만을 복음이라고 말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이 한국교회를 이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제 글에서 언급한 것을 다시 적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는 '구분'아니라 '합력'입니다. 합력해서 선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누가 해 나갈 수 있을까요? 그것이 바로 '복음'과 '상황'을 바로 보고, 도전하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용주형제님과 삼종형제님,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몫입니다. 이것이 지금 한국 교회에서 가장 시급한 일이며, 바로 총체적 복음입니다.

구체적인 방법들은 자신의 vision으로 실현화되기를 원합니다. 모두들 도전적인 vision을 소유하고 계신 것같네요. 

Now, It's our turn. 이제, 우리의 차례입니다.

　

　

<'답변', 그리고 'Now it's our turn'에 대해>

이름 : 김용주

그러면 이제껏 올라온 게시물에 대한 나의 견해 몇 가지를 밝힌다.

　

[먼저 삼종 형의 "답변"에 대해]

'그리스도인이 보수적이면 기독인이 아니다'라는 명제가 거짓이라는 나의 주장에 대한 답변은 명쾌했다. 다만 그렇게 이야기한 이유는 삼종 형이 자신의 견해에 대해 명쾌하게 짚지 않은 것 같아 형의 글로 자신의 견해에 대한 보충 설명을 적어 나가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리고 존 스토트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짧게만 언급해야겠다. 왜냐하면 형이 언급한 스토트의 책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이 내가 읽지 않은 저서이기 때문이다. 그저께 서점에서 그 부분만을 잠시 읽었는데 그것만으로는 불트만의 비신화화와 존스토트의 문화적 조옮김의 불연속성을 정리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일 것 같다.

삼종 형이 얘기한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관계를 "가설연역적 귀납"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은 아마 텍스트를 진리로 가정한 연역적 바탕위에 콘텍스트를 귀납적으로 적용해 보아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복음의 이질성', '보수의 가치로 복음을 해석하는', 성경복음보다 맹목적으로 보수의 가치가 앞선 사람'과 같은 형의 표현들로 볼 때, 아마 스토트의 두 가지를 포함하여 진행시키는 방법론-문화적 조옮김-이 충분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원론적으로 형의 생각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차선으로의 우리의 선택일 뿐이라는 점이다. 더 나아갈 필요가 다분히 있지만, 복음주의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발전해 온 세상의 모든 가치들이 기독교의 교리 밖에서 진행되어 왔고 그 차이는 실로 대단하다. 복음없이 과학을 논할 수 있고, 정치를 논할 수 있다. 지성사회에서의 텍스트의 부재. 그것이 현대 기독교의 스캔들이라고 볼 때, 그나마 두 가지를 병행해서 연구하고 비교하려는 스토트 목사님의 노력은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더 많은 논의의 기초로서, 혹은 신정통주의처럼 정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콘텍스트와 텍스트의 구분점이 희미해진다는 사실이다. 자크 엘룰의 고백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PBS에서 얻은 복음과 현대 과학의 논문들이 증거하는 결과물들에 어떠한 합일점을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정치, 경제도 마찬가지다. 심리학, 의학, 유전공학... 어쩔 수 없이 병행하는 것이다. 두 가지를 동일하게 관심을 가지면서...바르트 말처럼 '한 손엔 성경, 다른 한 손엔 신문'을 들고 머리 빠지도록 고민하고 있다. 나는 우리의 세대가 총체적 복음을 회복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불행하게도 과거 신앙의 선배들 때문에 중간자로서 한 세대를 마치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나마 우리의 부족하지만 머리 빠지게 했던 고민들을 다음 세대에서는 바로 잡아줄 것이라고 다분히 믿고 싶다. 그들은 우리를 비판할 것이다. 더 나아가지 않았다고. 마치 우리가 스토트의 작업을 비난했듯이.

삼종 형이 자신의 작업을 얼마만큼 진행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형은 가설연역적귀납이라는 방법으로 콘텍스트와 텍스트를 접근하는데 진일보했는지도 모른다. 제발 그런 사람들이 복음주의 계열에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제 복음주의자들이 '무식하기만 하고 신앙에 대해 보수적인 자들'이라는 비난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 부다 형의 건투를 빈다. 그리고 고찰된 견해들은 계속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형의 글은 너무 압축적이라 금방 이해하기 어렵다. (참고로 형의 권유로 그리스도교의 비종교화를 반쯤 읽었다. 워낙 책이 두껍다보니 형이 의도하는 부분이 명쾌히 드러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이 책을 통해 형이 생각하는 바를 드러내 주는 일이 선행되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박광제 님의 "Now it's our turn."에 대해]

박광제 님의 답변은 짧게 말해서 순환논리의 모순을 가지고 있다.

다음 명제들을 통해 확인해보자.

명제1(박광제):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문제는 구분이 아니라 합력이다.

명제2(박삼종): 복음(텍스트)는 콘텍스트와는 다른 자신의 내용을 갖는다.

명제3(김용주): 현대의 콘텍스트 안에 텍스트를 적용할 때, 텍스트에 맞는 하나의 입장을 가진다.

여기에 대해 박광제님은 자신이 너무 쉽게 문제를 거론했다는 말로 다시...

명제1'(박광제): 보수와 진보의 관계는 구분이 아니라 합력이다. (텍스트를 콘텍스트와 나누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라고 말하였다. 여기에서 명제2에 대한 반박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발전된 명제3을 무시한 채, 다시 '우스운 일'이라는 근거로 명제1을 반복한 것은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겁니까? ^^;)

 명제1에 대한 나의 견해...거짓이다. 왜냐하면 그 명제의 전제는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구분할 수 없다고 못박기 때문이다. 성경을 연구하면 드러나는 일이다. 상황과 복음을 동일시 할 수는 없다. 예수님의 성육신을 근거로 삼고 있는데 상황은 문화적인 면과 정치적인 면을 포함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삶이라는 협소한 견해로 콘텍스트를 텍스트의 범주에까지 끌어올릴 수는 없다고 본다. (미안합니다, 박광제님! 하지만, 반론은 환영입니다!)

 명제1'에 대한 나의 견해...역시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 박광제님은 복음(text)을 보수, 상황(context)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명제 역시 명제1과 동일하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를 이전 글에서 내가 언급한 보수와 진보, 혹은 제3의 길로 보았으면서도 합력이 진리의 방법이라고 한다면 간단한 부정 근거를 들어보겠다.

 "최장집 죽이기"! 보수진영의 조선일보의 음해공작은 교묘하게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최장집 교수를 뻘겋게 물들여 놓았다. 앞에서 들은 예라서 더는 말하지 않겠지만 이 경우에 합력이 아니라 구분이 바른 답이다. 왜냐하면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조선일보의 중심은 최장집 교수를 빨갛게 칠해서, 그가 속한 제2건국운동의 핵심 정부조차 주사파로 몰아가려는 음해공작의 기미가 다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제로만 진위를 판별한다면 삼종 형의 말대로 콘텍스트와 텍스트의 관계는 합력이 아니라 텍스트를 진리라고 보는 연역적 해석에 콘텍스트를 귀납적으로 적용하는 이른바 가설연역적귀납의 관계가 바르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it's our turn!이라는 말은 도전을 주는 말이었지만 역사의 맥락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해 보며 동일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론>

이름 : 박광제

저는 반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경험이나 훈련(?)을 많이 해 보지도 않았고... 강원도 사람이라 그런가 봅니다 그려...

하지만!!! 제 글에 대한 오해는 풀고자 합니다.

다음은 "It's our turn"의 핵심 명제를 적은 것입니다.

1. 텍스트와 컨텍스트는 이분화하여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2.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분화를 가능케 하였습니다.

3. 보수와 진보의 문제는 '구분'아니라 '합력'입니다.

저는 보수를 text로, 진보를 context로 일치시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text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수, context를 중시하는 경향을 진보로 본 것입니다.

1번 명제는 text와 context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2번은 우리의 현실에 대한 모순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현실이 진보와 보수의 위치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처음 제 글에서... '보수', '진보'가 그른것이 아니라, '극보수', '극진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3번 명제는 이러한 진보, 보수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비판하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용주 형제님이 말한 '제3의 길'을 가기위해 '합력'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Text와 Context는 분리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보수도, 진보도 그 반대적 성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대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런 사람이 있을까?)이나 무시하고 비난하는 사람들 앞에 '극'이라는 접두어를 붙입니다. 우리의 모순된 현실은 Text와 Context를 분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현실 사람들을 자꾸 극딘적인 성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분리주의'가 만들어 내는 'Matrix'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때문에 text와 context가 합력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이미 하나 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보수와 진보가 합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Matrix'의 노예가 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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