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언약과 사회참여에 대한 짧은 글 no.2

　

　

안녕하십니까? 저, 최수철입니다.
형제님의 글은 잘 읽었습니다. 제가 형제님의 글을 읽고 요지를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형제님이 공동체에 요구하시는 것은, 현재 우리의 공동체가 사회참여 부분에서 부족하니 앞으로는 사회참여를 잘하자고 독려하시는 것이라고 사려됩니다.

저는 형제님의 배려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회참여를 독려함에 있어서, 몇 가지를 분명히 해주셔야 합니다. 형제가 생각하는 사회참여의 정의를 먼저 이야기해 주셔야 합니다. 로잔이니 사회참여니 하는 단어는 이미 나와있는 단어들입니다. 형제를 통해 듣지 않더라도 들을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문제는 형제가 요구하는 사회참여는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면, 형제가 언급한 사회참여라는 단어의 의미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죽으면 이미 그 말은 껍질만 남을 뿐, 그 다음 사람이 그 말을 사용한다손 치더라도 껍질만 같을 뿐 내용은 이미 다른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공자가 남긴 말은 공자가 죽음으로써 이미 죽은 것입니다. 즉 생명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유교의 정신은 이미 공자가 품은 정신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반대로 하나님의 말씀이 변함없는 것은 그 분이 살아계신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형제가 로잔을 언급해도, 형제는 절대로 로잔에서 말한 사회참여의 정신을 계승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형제에게 형제가 요구하는 사회참여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는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모든 기독교인은 이미 사회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사회인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인이 사회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피곤한 일이겠습니까? 다들 나름대로 살아남으려고 열심히 사회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각각 다른 직업을 가지고 말입니다. 정치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그 사람이 생각하는 바를 반드시 정치에 적용시킵니다. 과학자는 그 나름대로.
문제는 얼마나 하나님의 원리를 적용시키느냐 이겠지요. 그래서, 우리가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들은 저 나름대로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자신의 직업에는 의식적으로 열심을 냅니다. 그러나, 가만히 놔두면 대부분이 하나님의 말씀에는 게으릅니다. 마치 기계공학생이 동기부여를 해 주지 않으면, 영어 공부는 등한히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기계공학은 늘 하게 되어 있습니다.
IVF 학생들은 곧 사회에 나가게 되고, 하지 말라고 말려도 사회에 참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원리대로 참여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끊임없는 성경공부 속에서의 하나님과의 만남이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대학에서는 될 수 있으면 성경공부를 많이 하고, 그 대학이라는 사회 속에서 사회참여를 열심히 하기를 저는 기대합니다.
자기가 속한 대학이라는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참여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열심히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성경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자기가 해야할 역할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스스로 역할을 찾도록 인도하기만 하면 되지, 억징로 사회참여라는 단어 속으로 사람들을 몰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다들 받은 은사가 다릅니다. 그 은사를 모르는 기독교인을 깨우쳐 주는 일, 그러면 그들 자신들은 자녀에게 더 나은 사회를 남겨주기 위해 좋은 사회 만들기에 힘쓸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진짜로 사회참여 안 하는 사람은 비기독교인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먹고, 마시고, 자기 가족만 감싸고도는 것이 사회참여가 아닐진대, 오히려 이런 사람들에게 제발 사회참여 하라고 독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님의 말씀대로 건전한 가정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사회참여의 가장 근본이요, 타인의 죄로 어그러진 것들과 사람들을 감싸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1998. 11. 17. 최수철님의 글)

　

올려주신 글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 글에 대해 수철님의 견해를 비교적 길게 언급해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오히려 '저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다르군. 뭐,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 제각기 그렇게 사는 거지'라는 식의 분리주의적 사고를 하지 않고, 게시판을 통해 토론에 참여해 주셔서 또한 기쁩니다. 수철님의 글을 여러 번 곱씹어 읽어보았습니다. 제대로 이해하도록 말이지요. 수철님의 글을 통해 제 스스로 반추하여 제 견해의 부족한 점을 돌아볼 수 있었고, 또 제 견해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먼저 수철님의 견해에 동의하는 부분으로부터 얘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첫째로, 제가 사회참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으로 "이렇게 하자"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해 주셨는데 그것에 대한 비판은 합당합니다. (물론, 수철님은 "정의"를 내려달라고 하셨으나 그 말은 제가 생각하는 사회참여의 범위 내지는 대안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범주는 뒤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하나님의 원리대로 사회참여를 하는 것에 대한 강조 또한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성경공부"의 중요성을 언급하신 점도 좋은 지적이었습니다. 진정으로 복음의 빛이 한사람을 변화시켰을 때, 그가 사회에 끼칠 영향력은 실로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그렇기 때문에 "제자도"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제는 몇 가지의 제 견해에 대해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슬프게도(?) 수철님의 글은 이제까지 쓴 몇 개의 글들의 논점을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제 견해의 중요한 요점은 개인영성 위주의 신앙훈련에서 벗어나 사회참여와 복음전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총체적 복음주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이 견해는 고대IVF 이강일 간사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수철님의 글은 다시 성경공부에 대한 강조와 한 개인이 바로 서는 신앙성숙에 대한 문제의 강조로 논점을 되돌려 놓은 셈입니다. 그렇기에 수철님의 전반적인 견해에 대하여 불가피하게 다시 답변을 하려고 합니다.

먼저 제가 생각하는 사회참여의 정의를 내려 달라고 하셨는데, 저는 앞의 글에서 "사회참여는 봉사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구제, 박애 사업과 사회 구조변혁을 추구하거나 정의 구현을 위한 정치, 사회활동이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세부적, 실제적이지는 않았지만 제가 우리 한국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참여의 분야를 "사회의 구조적인 악과 빈곤, 매스 미디어의 그릇된 언론 플레이, 장애인의 복지문제, 정치와 노동조건의 개선"정도로 언급하였습니다. (11월7일자의 글을 보십시오)
또한 수철님은 제가 결코 로잔의 정신을 계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거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표현하고 싶은 말은 로잔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문제는 가하다, 불가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로잔의 정신을 계승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방향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로잔 언약이 천명한 "사회참여"의 이슈가 과연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깊이 동의하고 사역의 전환점으로 삼았다면, 그 정신을 우리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그 방향성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이지, 팔짱끼고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없어'라는 냉소적인 단절을 유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참여"라는 말이 이미 존재해 왔던 말이라고 하셨는데, 정확한 지적입니다. 이미 70~80년대 기독교인들이 심각하게 고민했던, 아주 유명한 이슈입니다. 저는 그 "사회참여"라는 이슈가 현대에는 화석으로 전락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로잔에서 말한 바로 그 화석화된 "사회참여"의 이슈를 다시 끄집어내어 현대의 그 정신을 계승해 나가자는 다리를 놓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수철님이 그 "사회참여"라는 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로잔에서의 그 말은 기독 공동체의 운동성을 동반한 일련의 사역 방향으로써의 참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궁금하시면 IVP에서 나온 "복음전도, 구원, 사회정의", "로잔의 역사와 정신", 그리고 두란노 서원에서 나온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읽어보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개개인이 그리스도인으로 사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부분 외에도 수철님의 말을 밀리면, '억지로 사회참여라는 단어 속으로 사람들을 몰아 갈' 필요성이 다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수철님의 견해에 따르면 모든 사회참여의 형태가 그리스도인인 "개개인"이 사회에서 영향을 끼치는 일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회참여의 문제를 "각각의 은사에 맞게 행해야 한다"든지, 사회참여의 현실적 대안으로 "대학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거나 "성경공부를 하는" 것으로 설정한 점, 그리고 "개개인의 말씀대로의 건전한 가정생활"의 강조를 통해 볼 때, 그렇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수철님의 견해에 대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우리가 처한 현실이 "군사독재 정권"하였다면 "사회참여"의 형태는 독재정권에 대한 일정한 형태의 비판과 압력이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불합리하고 부정당한 압제를 방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시기에 대학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소그룹에서 "말씀을 열심히" 보는 차원에서 머무르는 사회참여를 말했다면 그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의 요점이 있다면 그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참여뿐 아니라 공동체성을 토대로 하는 참여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 참여도나 성숙도가 나쁘긴 하지만, 지금 캠퍼스에서 행해지는 사회참여의 형태는 농촌 봉사활동, 낙태 반대 운동, 그리고 커닝 추방운동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성격상 이것은 개개인이 혼자서 감당하기에 힘든 문제들입니다. 공동체적으로 압력을 넣는다거나 집단적인 참여의 필요가 다분히 있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하나님은 우리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부르셨다는 점입니다. 소금은 짠 맛을 냄과 동시에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우리에게는 복음전도를 통해 사람 각각의 영혼에 복음의 빛을 비추어야 합니다. 회심과 더불어 그 사람이 변할 때,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예수님이 재림하시기 전까지 우리의 사명은 세상이 썩지 않도록 세상을 유지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바로 "소금"의 역할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리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이 그들로 인해 심각하게 빠른 속도로 썩는 것을 막을 대안 또한 필요합니다. 그것은 사회 구조적인 변혁을 유도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조적인 악의 차원에서 악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기윤실이 그런 운동을 하는 단체가 아닙니까?)

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는 개인적으로 올바른 사회참여를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바른 인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 부분에서 수철님과 제가 가장 분리될 확률이 높습니다) 장애인 문제를 예로 들어봅시다.
우리 나라에는 수많은 장애인이 존재하지만 TV나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장애인의 모습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장애인에 관한 특별한 날에, 특별한 프로그램에서만 장애인을 보여줍니다. 이것을 "상징적 폐기"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장애인이라는 특정 부류를 평가 절하하여 사회에서 격리시키려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것은 미디어 폭력의 문제입니다. 또한, 공공기관에서는 최소 3%정도의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명목상이거나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것은 사회 구조적인 악의 형태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현실을 개개인이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독이 장애인을 당연시 여기는 영화를 촬영한다든지(영화 "초록 물고기"가 그렇지요), 고용주인 기독교인이 장애인의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문제들은 개개인이 감당하기엔 어려운 감이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집단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압력 단체로서 캠페인이나, 시위를 한다거나 정부에 많은 이들이 서명을 한 탄원서를 제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캠퍼스에서는 그 나름대로의 참여의 형태가 있을 것입니다.

덧붙여서 다시 말하고 싶은 부분은 오히려 이런 집단적 사회참여는 비기독교인의 단체가 더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많은 단체들이 그 처음의 취지를 잃고 부정부패가 만연케 되는 일들이 다반사이지만, 기독교인인 우리들이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우리가 더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혹시 제가 실수라도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됩니다만,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임을 기억하시어 좀더 많은 대화들이 있기를 소원합니다...

(1998. 11. 19.)


열린 마음을 가지신 김용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1998. 11. 28. 최수철, "김용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두에서)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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