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퍼와 월즈

　

　

쉐퍼와 웰즈

몇 년 전에 읽었던 두 권의 책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만 할까 한다. 첫 번째 책은 그 유명한, 작고하신 프란시스 A. 쉐퍼(Francis A. Shaeffer)의 <위기에 처한 복음주의-크리스찬 서적>이고, 두 번째 것은 얼마 전 "신앙으로 본"씨리즈로 기획되어 유명해진 로날드 웰즈 (Ronald A. Wells)의 <신앙의 눈으로 본 역사-IVP>란 책이다. 몇 몇 리더들이 주지하다시피 이 두 책은 서로 상반된 논리로 서로를 비판하는-그것도 실명으로 서로의 저작을 각주까지 달아가면서-의아함을 우리에게 안겨 주었다. 리더들 중에서 일부는 이 두 견해 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넌지시 내어 비추기도 했으며, 또한 몇몇 IVF 간사님들은 상반된 생각-"절대 읽지마라"와 "좋은 자료가 된다"는 두 개의 견해-을 학생들에게 주장하여 더더욱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정작 두 책의 내용을 바르게 파악해서 정리하는 작업을 한 사람이 없음이 어느 정도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해서 나는 내 나름대로 두 책을 비교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짚어보려고 한다.



쉐퍼가 책망한 복음주의 역사가

먼저 쉐퍼가 자신의 저서 <위기에 처한 복음주의>에서 한 역사가의 생각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도록 하자.

그러나 오늘날 복음주의 진영 내에는 학문을 위장하여 이 모든 것을 깎아 내리고 마치 기독교적 합의는 언제나 엉망진창이었다는 듯이 행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일이 어느 정도까지 행해질 수 있는지는 종교개혁 자체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독교의 과거사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한 기독교 사가의 예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쉐퍼의] 혼동은 그가 개신교를 르네상스 인본주의의 종교적 형태임을 볼 수 없었던 데에 서 연유한다. 물론 개신교도들은 그들의 양심은 유일하게 권위있는 성경("sola scriptura") 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개신교가 성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 으며 또 성경이 어떤 유의 책인지에 대해서 일치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자신의 교리를 절대라고 보는 신념(triumphalism)에 가득찬 쉐퍼는 개신교 운동 속에 있 는 아이러니와 비극을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개신교 운동을 인본주의 운동 자체의 한 측면으로 보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의 여러 저서들 속에서 쉐퍼는 종교개혁이야 말로 인본주의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고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하지만 실제로 종교개혁은 이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

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겠는가? 종교개혁의 의미는 철저하게 부정되고 인본주의에 종속되어 있다. 종교개혁과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라는 개혁자들의 견해-기독교 진리를 위한 유일한 토대로서의 성경-는 철저하게 내팽개쳐지고 있다. 종교개혁이 옹호했던 모든 것은 종합(synthesis)과 상대성(relativity)의 늪에 삼켜지고 있다. 우리 시대의 상대주의적이고 비기독교적이며 세속화된 역사들은 정확히 이와 동일한 노선을 취한다.


웰즈의 주장과 그의 문제점

이 문제의 역사가가 바로 <신앙의 눈으로 본 역사>를 쓴 로날드 웰즈라는 교수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웰즈 교수의 책을 살펴보면서, 그의 논점을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개신교 신자들이 갖고 있는 견해 가운데 하나는 종교개혁이 과거와 미래를 판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견해는 작고한 프란시스 쉐퍼에 의하여 넓게 확산되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 하나님의 의도는 그의 말씀 속에 독특하게 표현되어 있으며(이 점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받아들인다), 그의 의도에 대한 독특한 재발견이 종교개혁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 점은 개신교도들이 받아들인다) 이 견해가 주장하는 것은 결국 성서와 종교개혁 모두를 역사의 흐름으로부터 따로 떼어내어, 그것들을 비역사적이고 추상적이며 권위의 창고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의 주장은 변증론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어떤 운동을 그 시대로부터 따로 떼어낼 수 없는 역사학도들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는가? 그는 자신이 역사가임을 강조하는데, 그렇다면, 웰즈의 역사 연구의 기본 틀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는 같은 책의 처음 부분에서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리스도인이 역사를 연구할 때...가장 어려운 문제와 연결된다. 즉,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연구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인류를 연구해야만 하는가?'하는 문제이다...(중략)...즉,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따르며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은 하나님께 '속해 있다.' '기독교 역사'의 상당 부분, 즉 성서는 하나님에 대한 증언이다. 그러나 역사가로서의 우리는 과거의 인간 행동을 연구한다. 여기에 쟁점이 놓여 있다. 즉, 우리의 역사가들은 하나님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연구한다는 사실이다...때로 역사가들 가운데 하나님의 섭리로서의 역사를 기술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리스도인 학자들조차 그런 역사 서술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것이 그의 견해이자 내가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는 같은 책에서 "상식적인 신념이 특수한 신앙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의 주장을 지지하지만 그의 역사 연구 토대는 하나님의 섭리가 아닌 "인간 행동의 인과율"이다. 흥미롭게도 대상이 그리스도인이냐 아니냐에 따라 역사 서술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데이빗 베빙톤 (David Bebbington)을 비난하는 그는 역사가로서 자신의 위치에서 역사를 서술할 때는 영적 측면이 끼어 들 틈을 전혀 주지 않고 있다.


웰즈가 바라보는 정경성 문제

또한, 성서의 정경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비추는 다음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서는 교회 안의 정통을 수호하려는 사람들이 성서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서를 기독교와 별도로 생겨난 것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성서가 교회를 떠나서 별도로 생겨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성서가 생겨나고 정경으로 확립된 전통을 떠나 따로 성서가 존재하게 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웰즈는 역사가이다. 그의 정경성에 대한 위와 같은 견해는, 그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성경의 정경성", "성경의 무오성"의 기반들을 흔들어 놓고 있다. 그리고, '오직 성경'이라는 종교 개혁자들의 가치를 심하게 하락시키고 있다. 하나님의 주권으로서의 역사(his story)가 이런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해야 하는가?



(추천하는 참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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