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3가지 이야기와 생각

** 이 글은 <복음과상황> 게시판에 올렸던 것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한 선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잡아다가 싣고 가서 파는 선장이었다. 그는 노예를 실은 배가 오랜 기간 항해하는 동안 안전한 귀향과 가족을 위해 기도하곤 했다. 어느 날 그는 간음하지 말고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는 성경구절을 읽고 있었다. 선장실에서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부하 선원이 한 아리따운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선장님, 이 여자는 노예 중에서 가장 예쁘고 건강한 자인데, 오늘 밤 이 여자를 데리고 주무시죠."라고 그가 말하자, 선장은 곧 화를 벌컥 내며 부하 선원과 그 여자를 내어쫓았다. 그리고 그는 곧 성경을 펴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오늘도 간음하지 않게 도와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의 모습을 잘 비유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노예선 선장에게 있어서 하나님과 직면해야 할 문제는 간음하지 않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가 먼저 직면해야 할 문제는 노예를 잡아다가 파는 일이다. 물론, 간음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는 하나님 앞에 직면해야 할 문제를 외면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주변적인 일에 몰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앞에 들고 나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노예선 선장처럼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기 위해서 오히려 주변적인 문제에 더욱 열심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몇 년전 복상 편집위원장으로 있는 한철호님이 쓴 <참을 수 없는 복음주의권의 가벼움>이란 글의 첫 부분이다. 며칠 전 인사에 실린 강준만교수의 <정신과의사 이시형의 마초 콤플렉스>를 읽다가 불현듯 이 글이 떠올랐다.

" 이건 그 분(이시형)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읽고서 드리는 요청이다. "술집에 가면 가끔 어이없는 봉변을 당할 때가 있다. 손님 접대하면서 호스테스가 수근대는 소리 좀 들어보소, 손님 앞에서 중간고사 시험 걱정이다. '내가 지금 술을 따르고는 있지만 알아서 모셔라'는 뜻이다. 이건 협박이다. 세상에 이럴수가 있나. 대학 안 나온 사람 술 한잔 편히 못 마시겠다. 그뿐 아니다. 문학이나 예술 이야기를 끄집에 내는 통에 술이 싹 깨 버린다. 이건 호스테스로서의 직업윤리가 아니다. 술집 일에 자존심이 상하거든 속으로 삼켜라. 눈물은 흘리는게 아니다. 삼켜야만 인생이 자란다."(이시형, <자신있게 사는 여성> 283-284쪽)
딸 같은 여대생들의 접대를 받으며 술을 마시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기껏 그들의 '프로 근성'이나 역설하시다니 정말 실망스럽다."

이 글을 읽으면서도 정상적인, 그리고 지성인이란 사람들도 본질은 무시한 채 주변부에만 맴도는 시선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복상포럼이 생각이 났다. 발제자가 발제를 하는 중에 방해를 하고 세미나 실의 불을 끄고 플래카드를 뜯어내고 간사들의 멱살을 잡고 장내에 수십개의 와이셔츠 단추가 널릴 정도의 폭력을 행사하여 포럼 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여 놓고 자신의 옷차림이 신사적이라고 말한 한영휘 장로님이 떠오른건 나의 선입관이었을까. 광림교회 성도들의 행동을 뒤로한채 여유롭게 옷맵시를 이야기하는 장로님에게 김동호 목사님이 실언을 한 건 분명 그 분의 잘못이었다손 치더라도 그 이후의 한영휘 장로님의 발언들은 과연 신사적이었던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는가.

"야! 야! 내가 너보다 나이가 먹어도 더 먹었어! 야 이놈아! 건방을 떨어? 이걸 말이라고 해, 목사가?...야 평신도면 건방떤다 그래? 야, 목사면 다야? 어디다 대고? 사과해! 사과해! 목사면 평신도한테 건방떤다 그래? 사과해. 사과안하면 나 못내려가."

라고 하셨던 것을 기억한다.

광림교회의 행동을 보면서 신사적이었던 것이 "본질"이었는지 "주변"적인 것이었는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