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상황> 개혁에도 님비현상?

: 모금운동에 대한 요즘 생각

** 이 글은 요즘 복음과 상황 홈페이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독자모임 관련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goscon.co.kr 에 오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복상 개혁에도 님비현상이 보인다>

"개혁에도 님비(Nimby)** 현상이 있다. 총론적으로는 개혁을 지지하지만 그 개혁이 자기가 몸담고 있는 분야를 겨냥하거나 조금이라도 자기의 '밥그릇'을 건드릴 기미가 있으면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을 나는 '개혁의 님비현상'으로 규정한다. 환경보호와 장애인 권익보호에 총론적으로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자기가 사는 동네에 환경시설이나 장애인시설이 들어서는 데는 극렬하게 반대하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다 여기에 굴복하면 개혁은 없다."

유시민씨가 <인물과 사상> 13권의 "2000년 총선, 나의 세 가지 투표원칙"에서 한 말이다. 이 글을 읽다가 나는 갑자기 복상이 떠올랐다. 어쩌면, 개혁과 부흥의 R세대를 내건 복상의 '개혁'이란 단어가 요즘 한창 '세속적'으로도 많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연관지어 생각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러 곳에서 이른바 님비현상을 많이 목격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다. 연일 TV에서 떠들어대듯이 환경시설이나 장애인 시설 뿐 아니라, 선교단체의 구조조정을 얘기할 때에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도 보고 있다. 그 뿐이랴. 개혁이라는 숭고한 모토를 연일 호소하는 이 땅의 많은 지식인들도 자신의 밥그릇에 딴죽을 걸면, 자신의 영역(my yard)에서의 개혁이란 말은 지적 유희로서의 논의이자 나아가서는 쓰레기 취급당하기 일쑤다.

복상 독자모임에 갔을 때, 한 분이 그런 얘길 했었다. 예전에 복상을 보면 첫 장을 떼면서 입이 딱 벌어지고 가슴이 철렁한 글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요즘 복상을 펴면 '그렇긴 해'라는 정도의 반응이 나온다는 말인 것 같다. 비판의 수위를 얘기하는 건 아니다. 이른바 '표현의 레디컬'을 말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들을 손가락질하지 못하고 조금 멀리 떨어진 거리감을 가지고 비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야 진보적인 티도 나고 비난도 좀 들 먹을 것이 아닌가. 하하. 좀 오버한 거 같긴 하다.

지난 번 장대익 편집위원에게 쓴 글에서 나는 복상의 확연하게 다른 태도를 문제삼은 바 있다. 창조과학회와 장대익의 대결 구도에서 적어도 내가 보기엔 생산적인 토론의 장을 조성하여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 참 좋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옷로비 사건에 대해서는 좀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됨을 발견했다. 옷로비 사건에 대해 김관선 목사(님이라고 안 붙이기로 했습니다. 편집위원도 님을 붙이지 않는데, 목사도 목사님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더군요. 그렇다고 김관선 목사님 앞에서 "김목사!"라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 이래뵈도 예의바른 학생입니다!!!)가 답변을 썼고 이후에 뒤미쳐서 두 편의 반론이 바로 그 다음 달에 떴다. 사실, 나는 유철 형이 "연정희를 위한 변명"을 썼을 때, 그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했다. 그건, 유철 형의 글을 통해 알고 있는 평소 유철 형의 신중함과 균형잡힘, 그리고 무엇보다 사실을 밝히는 데에 자신의 밥그릇을 전혀 개의치 않아왔다는 사실이 가장 신뢰할 만한 그 무엇이 된 것이다.

잠깐 삼천포로 세기로 하자. 유철 형이 말한 바 있지만 사람들은 본인이 말하면 '아, 저사람 별 수작을 다떠는군'이라고 반응하는 경우도 있어 내가 또 말해보기로 하겠다. 물론, 판단은 여러분 몫이다.

유철 형(지유철, 복음과 상황의 필자로 최근 "데오빌로의 로마통신"을 썼다-편집자 주)이 "양심선언"을 한 그 사람임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물론, 교계에서는 내 생각에 많은 분들에게 따돌림당할 처지에 놓이긴 했지만, 그래도 기독지성인이면 그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었을 거다. 근데, 그 사람이 연정희를 위해 변명을 해댔다. 내가 볼 때 이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언론에서 다 씹고 있고, 교계에서도 믿는 아줌마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 마당에 그가 털어놓았던 '사실'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종료 직전에 던져넣은 3점슛에 대역전을 이루어낸 농구 경기에서, 사람들이 다 흥분하여 열광하며 승리한 팀의 이름을 단체로 외쳐대는 그 분위기에서 "노카운트"를 외쳐대는 깐깐한 한 심판을 보는 느낌이었다. 근데 이 사람은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댄다. 자기 밥그릇이 걸려있는데...그건 중요하지 않댄다. 여기저기서 짤릴 처지에 놓인 것 같은데도 말이다. 하하. 참 미치겠구만.

<잘 맞아 떨어진 상황들>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나는 곧이어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의 담임목사. 복음과 상황 10월호에 "옷로비 사건과 복음"을 시론으로 쓴 바 있다-편집자 주)의 변명이 실릴 줄로 굳게 믿었었다. 김관선 목사도 이미지 구길 각오하고 썼을테니, 그렇게 일반론적인 반론들에 죽은 듯 반응하진 않을 거라 여겼다. 여기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혹, 김관선 목사가 권력층을 옹호하는 입장일거라 생각해서 무참하게 '그따위 글을 썼냐'고 말하려는 순진한 분들에게는 복상의 수준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얘길 하고 싶다. 정말, 서재석 편집장이 그렇게 하찮은 글을 실을 생각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쩝.

물론, 물증(?)이 없어서 감만 잡고 있었다가 1차 작전회의(복음과 상황 독자들을 위한 첫번째 모임) 때 좀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정리할 수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아무튼 이 사건은 잘 묻힐 수 있는 여건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언론도 한 목소리, 시민들도 흥분한 마당에 기독 학생들도 씹고 있는 이 옷로비라는 논제는, 같이 손가락질 해대면서 포럼 소집해서 "반성하자"는 구호 삼창 외쳐대며 수습하면 끝날 일이었다. 아무리, 더 많은 증거들이 나와도 더 얘기하겠다는 목사가 전화를 해도 텔레토비같이 "이제 그만~"을 외치면 그만이게 상황이 잘 돌아간 셈이다.

그러고 나서도 좋은 구실들 가지고 행동할 수 있지 않았는가. 장기 필진이 많아서 새로운 필진들을 발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독자들의 항의에 잘 부응하는 반응이자, 연정희를 들먹이는 가시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유철 형의 지면이 없어져야 했다. 그로인해, 유철 형의 항변은 마치 짤린 필진의 몸부림처럼 보이고 있다. 악순환이다. 권력 옹호에, 밥그릇 찾기까지... 그래도 사실은 밝혀져야 한다며, 복상마져 그러면 안된다며 이미지 구겨가면서 모금운동 하고있는 유철 형 때문에 나같은 기회주의자도 끼어든 셈이긴 하다. 유철 형의 항변이 "내 지면 돌려도~"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게다가 유철 형은 원고료도 안 받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밥그릇은 무슨 밥그릇!

<'이러한 메카니즘(?)'에 자유로울 수는 없는가>

다시 김관선 목사의 반론 얘길 하자. 반론을 쓰겠다고 했는데, 읽어보고 싣겠다는 편집진의 답변을 듣고 반론을 보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지난번에 쓴 글에 손대지 않겠다던 말이 무색하게 잘려나간 두 줄의 행방에도 불구하고 '그러려니' 하며 지낸 김관선 목사에게는 그 말이 복상을 다시 보게 된 구실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이제서야 밝혀지고 있듯이 복상의 위에 분들이 김관선 목사의 글에 좀 불편해 하신 모양이다. 감사하게도 황병구 편집위원이 밝혀 주었다.

"지난 12월, 1월호에 사고를 실어야겠다는 발행인 및 선배 편집위원(포럼위원)들의 요구를 접한 이후, 편집위원회 회의에서는 저를 포함 11월호 논고개의 유감표명으로 일단락되었다고 여기는 편집위원들이 많았고"

게다가 거기에 대한 유감의 발언까지...

"그 요구(사고게재)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최소한 특검결과가 검찰을 거쳐 법원의 확정판결이 된 이후에 라야 검토가능하며, 우선은 포럼위원과 편집위원들간의 만남이 선행되어야겠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편집위원회 이후 편집실무진에서 사고 요청을 조정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편집위원장님의 직권으로 사고를 싣기로 하셨고, 위원인 저희들은 어쨌든 공동체적인 책임을 위해 편집위원회의 명의로 실리는 것을 추천했습니다......저는 이러한 메카니즘으로 이 일이 다루어진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애초부터 예견하지 못한 제 옅은 경륜을 아쉬워합니다. 사고는 없을수록 좋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황병구, 복상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아무튼, 나는 순진한 건지 무식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황 편집위원이 밝힌 '이러한 메카니즘'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메카니즘이 바르지 않은 것 같고, 복상이 그런 메카니즘에서 좀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POWER있는 분들이 '사고를 게재해야겠다'고 말하면, 그것이 바로 활자화되는 복상이 나는 두렵다.

<복상독자모임: "지유철 살리기"인가>

내 생각엔 독자모임 한다고 광고하면 그걸 보는 몇 사람들은 "지유철 살리기"운동처럼 여길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부당하게 짤린 필진을 살립시다" 정도로 반응하고 있는 독자들에겐 편집진에서 "사과표명은 성급했다"고 밝히고 지유철의 지면을 돌려주면 다 제자리로 돌아갈 거라 생각할거다.

그런데, 나는 아니 우리는 그렇게 넘어갈 수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넘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소극적이고 피상적인 땜빵으로 지나간다면, 또다른 지유철, 또다른 김관선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글쓰다가 자칫 잘못해서 쓴소리 한 번 내면, 다신 복상 지면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필진이 더 생겨나는 것이 나는 두렵다. 그런 메카니즘으로 돌아가는 복상에 애정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이게 독자모임의 취지이다. 독자가 반응하고, 독자가 참여하고, 독자가 선도하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란 말이다. 복상의 메카니즘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그 메카니즘의 한 구석이나마 차지하고 보자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돈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아는 지는 모르겠지만, 논고개 식구들의 급여 문제로 아직도 회의를 하는 모양이다. 그런 소리 들으면 나 같이 무딘 사람도 짜증이 난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논고개 식구들에게 제대로 하라는 식의 비난을 하는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게 나쁜 감정을 갖는 수도 종종 있긴 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독자들이 그렇게 항의하는 부분들이 타당한데도 그 분들 정신없이 일하는 생각을 하면, '칭찬이나 격려는 못할망정...'이란 소리가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다. 에이, 돈이나 확 벌어서 복상에 쏟아 붓고 싶다! (^^)

사실, 독자모임에서 모금운동 한다고도 욕을 좀 먹었다. 고상한 복상이 돈을 밝힌다고 내심 실망하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은 마치, 수정교회에서 TV로 예배드리고 자막으로 계좌번호 불러준 것을 본 나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잡지가 구독수 늘릴 생각은 안 하고 수 쓴다고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싫어하는 것 같다. 물론, 그에 부응하여 모금도 잘 되지 않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돈 얘기하면, 그 순수성을 의심받는 경우가 많다. 흔한 예로 박노해씨가 "돈 되는 운동" 어쩌고 했다가 되지게 욕먹지 않았나. 물론, 나도 박노해씨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해는 간다. 왜 돈이 되는 운동이어야 하는지.

주변에서 또래 대학생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간혹 답답할 때가 있다. 한참 운동 얘기하다가 돈 얘기가 나오면, 정색을 하고 '형도 많이 썩었군'이란 표정을 지으니 말이다. 돈에 목숨걸고 사는 것도 맘몬신을 섬기는 것이지만, 돈 얘기만 나와도 맘몬신 취급하는 건 어리석은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관련된 얘기인데 황병구 편집위원이 대안매체에 대한 얘길 했었다. 난 눈물이 좀 났다. 내가 너무 몰라서 눈물이 난 건 아닌가 다실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 편협한 생각으로는 그게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음주의 정론지라는 복상도 폐간한다고 해서, 독자들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지역교회 목회하시는 분들이 지원해서 간신히 살려놓는 마당에 대안매체라...

매체엔 돈이 든다. 그것도 질이 좋고 소리를 마음껏 발하기 위해서는 꽤 많이 든다. 거기다가 특정 성향의 대변 매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독자들이 일정량의 돈으로 보조하는 매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내가 알기론 복상 정기구독자의 수는 5000명을 넘지 못한다. 그리고, 또한 복상은 정기구독자들로만 만들기엔 택도 없는 잡지다. 근데 대안 매체라... 분명히 대안매체가 생기면 호응하는 독자들이 터무니 없이 부족할 것이고, 돈이 궁한 그 매체에서는 돈 내라는 광고를 해댈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설 것이다. 근데 대안매체라...

물론, 내가 너무 몰라서 눈물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맺으면서>

독자모임하고, 2차 작전회의까지 마친 지금 다행히 편집위원들이 글을 올려 주셔서 이런 저런 하고 싶던 얘기들을 몽땅 털어놓아 보았다. 다 그 얘기가 그 얘기이지만, 계속 적다보면 논의가 더 발전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짜집기에 그치지 않고, 내 사견도 많이 반영된 것 같긴 하다. 다소 과격한 표현들이나 감정을 유발하는 듯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가려가며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다양한 의견들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 님비(Nimby)현상: Nimby는 "Not In My Back Yard"의 준말로 직역하면 '우리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뜻이다. 즉 혐오시설인 분뇨처리장, 쓰레기 매립장 등 환경기초시설의 설치필요성에는 동의하나 본인이 거주하는 집 또는 마을 인근에 건설되는 것은 반대하는 경향을 가리킴. 지방자치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님비현상으로 각 지방마다 쓰레기를 남에게 떠맡기려 해서 법정 투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87년 뉴욕 근처의 아이스립이라는 마을에서는 3,186톤의 쓰레기를 화물선에 실어 다른 지방으로 몰래 내보냈다가 탄로가 나서 미국 6개 주와 남미 3개국으로부터 상륙을 거부당하고 6개월 동안 방황하다 돌아와 소각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