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Hick의 종교신학 연구

　

** 이 글은 이신우씨가 토론실에 "다원주의 논란 관련 논문 하나"라는 이름으로 올린 것으로 분량이 너무 많은 관계로 이곳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이 글은 제 홈의 신학적 입장과 다름을 명시합니다. 
  


 유개추님과 여러분의 논쟁을 읽어 보면서 유개추님이 거듭 애써 설명하고 있는 것들을 체계있게 주장하는 논문이 있어 정말 긴 문장이라 성의없어 보이지만 이 곳에 올려 봅니다.
 사람의 인식과 관련하여 종교는 무한한 논쟁거리를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 글은 민중신학아키브에서 퍼온 것으로 '이종수'라는 분의 대학 졸업논문입니다.



John Hick의 종교신학 연구

<목 차>
Ⅰ. 들어가면서 / 1
Ⅱ. 존 힉의 종교신학 / 4

1. 종교다원주의 철학 이론 / 4
1.1 임마누엘 칸트의 인식론 / 4
1.2 Wittgenstein의 '∼으로 보는'(Seeing As∼)의 의미 / 5
1.3 Wilfred Cantwell Smith의 종교와 역사이해 / 6
2. 종교신학의 인식론 :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7
3. 기독론(christology) / 10
3.1 고대교회의 양성론에 대한 비판 / 11
3.2 양성론의 새로운 해석 /11
4. 신론으로서의 실재론 / 14
5, 상보적 다원주의(the complementary pluralism)와 종교간 대화 / 17

Ⅲ. 맺는말 / 21
1. 정리하면서 / 21
2. 비판적 검토와 의의 / 22

참고도서 / 24





Ⅰ. 들어가면서

 오래전에 동양과 제 3세계 지역에서 서양으로 이민 온 사람들 때문에 많은 종교전통들을 서양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지만 그리스도교 전통과 더불어 많은 타종교 전통들의 모습을 오늘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교회당 옆에는 아주 많이 자연스럽게 타종교 전통에 참여하는 유색신앙인들도 만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다른 타종교 전통에 백인들이 참여하는 것은 매우 희귀하여지만 지금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길거리 어디에서나 백인 무슬림, 백인 불교도, 백인 힌두교도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서양사회는 이미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종교적으로 다원화되어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과 같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그리고 남아메리카와 같은 지역에서는 서양에서 새롭게 인식된 다종교 상황은 지금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있어 온 현실이다. 그리고 서양에서 상대적으로 쇠퇴해 나가는 그리스도교 전통과 신앙이 활발히 전개되어 부흥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창기 기독교 선교시기에는 소홀히 여겼던 타종교에 대한 깊은 인식이 일어나고 있어 그리스도교와 타종교를 대립적인 구조로 보기보다는 상호 연관 속에서 飴퓐졀?하는 많은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종교가 강한 사회에서는 어떻게 하든지 그 종교와 연관시켜 깊은 뿌리를 내리려고 노력하는 그리스도교 학자들이 많이 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의 전통과 타종교와의 관련된 물음의 제기와 답변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물음과 답변은 유행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현상이다. 이웃으로서 타종교인은 계속해서 존재하여 왔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 전통 내에서 다종교상황에 대한 인식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첫 번째 입장은 배타주의(Exclusivism)이다. 카톨릭의 도그마였던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Extra Ecclesiam Nulla Salus)는 주장과 19세기 개신교이 선교표어였던 "그리스도교 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주장과 그리스도교를 포함한 모든 세상의 종교들은 그리스도의 계시 앞에서 심판받아야 한다는 칼 바르트와 신정통주의의 입장이 바로 배타주의적인 성격을 특징으로 삼고 있다.

두 번째 입장은 포괄주의(Inclusivism)이다. 인도의 개신교 선교사였던 화쿠와의 '성취이론'(the theory of fulfilment)과 칼라너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카톨릭의 두 번째 바티칸 공의회(vatican Ⅱ)에서 받아들여진 입장이 바로 포괄주의라고 할 수 있다. 화쿠아에 의하면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구약이 신약을 위한 예표로서 역할을 하였듯이 세상의 모든 종교들은 바로 구약으로서 신약인 그리스도교를 향한 포징역활을 하며 동시에 그리스도교를 통해야만이 모든 종교들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칼라너는 "신학적인 탐구"(theological investication)에서 타종교인이라고 할지라도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살 경우에는 바로 그리스도의 빛 아래에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므로 고백적인 그리스도인은 아니지만 '익명의 그리스도인'(anonymous christian)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보았다. 거의 비슷하게 튜빙겐 대학교의 카톨릭 교수인 한스 킹은 구원의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특별 계시인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루어진다고 보는 특별한 길(exrtaordinary way)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계시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길(ordinary way)이다. 타종교인들의 경우에는 바로 후자와 연관되어 있다. 그리스도교의 독특성을 무시하지 않고 좀더 타종교와 관련된 해석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이 입장은 고무적이다.

세 번째 입장은 '다원주의'(Pluralism)이다. 이 입장의 근본적인 입장은 타종교를 그리스도교 입장에서 배제하거나 환원시키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 인정 위에 상호 깊은 이해와 상호배움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런 입장은 그리스도교 교회 안에서 소수의 소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강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소수의 입장을 연구해 세 사람의 주요 제창차들이 있다: 그들은 근원적으로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인 존 힉(John hick), 로마 카톨릭 사제인 레이몬드 파니카(Raimundo Panikkar), 그리고 남 인도 교회의 사마르타(Stanley Samartha)와 현재 신시내티의 사비에르대학의 신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폴 니터(paul knitter)이다.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종교적 다원주의와의 실천적인 만남으로부터 그들의 비판을 가한다. 이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독특성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보다 개방적이고 보다 본래적인 종교간의 대화를 허용할 수 있는 형태로 그리스도교의 태도를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무엇보다도 이들 각각 그리스도의 규범성과 궁극성에 대한 전통적 이해를 재검토하는 시도에서 독특한 관점들을 사용한다.

이들 중 본 소논문에서는 종교다원주의속에서 기독교신학의 구축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존 힉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힉은 그리스도교가 다른 종교들에 접근하는 방법 중 신중심적 모델을 제안한 사람 가운데서 가장 철저하고, 가장 유명하고 , 그 때문에 가장 논쟁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이제 필자는 그의 신학을 검토하여 우선은 다원주의 신학을 이해하고, 이를 발판으로 이후에도 더 깊은 종교신학을 연구하기 위함이다.

필자는 존 힉의 종교신학을 연구함에 있어 그 출발점을 그의 신학에 바탕을 이루고 있는 철학적 구조인 임마누엘 칸트의 인식론에 두었다. 다음으로 그가 영향을 받은 비트겐슈타인과 인격주의적 종교학자인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Wifred Cantwell Smith)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종교신학의 인식론―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그리스도인의 타종관'에서 그의 발전단계별로 구성시켜 보았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기독교 신학의 양태에 가장 큰 공헌이라 할 수 있는 비규범적인 기독론의 재해석을 다루었다. 고대교회에서 절충되어 지금까지 고정되어 있는 예수의 양성론―성육신론을 포함한 기독론 교리―을 포기하지 않고 새롭게 재해석하였기에 오늘날에 적합한 그리스도의 使信의 표현이라 생각되어진다. 후반부에서는 힉이 신중심적 다원신학을 전개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실재'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신론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우리는 각 종교전통들의 다원성을 직면하게 되며 다양한 신의 개념의 기본적인 전제는 무엇일까하고 의문을 가져본다. 마지막으로 그의 종교간의 대화에 토대가 되는 상보적 다원성을 살펴보고 그가 주창하는 종교간의 대화방식과 그에 따른 이상(理想)을 연구함으로 본 소논문을 마치려한다.



Ⅱ. 존 힉의 종교신학


1. 종교다원주의 철학 이론


(1) 임마누엘 칸트의 인식론

독일 철학자인 칸트는 현대 서양 사상에 있어서 큰 공헌을 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인식론이다. 칸트는 평생 동안 인간은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며 경험하고 있는지를 밝혀 내려고 하였다. 칸트의 인식론적 특징은 인간 경험 저편에 있는 물 자체의 세계와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현상 세계를 구별하는 것이다. 힉은 칸트의 인식론을 그의 종교 경험 이해에 그대로 수용하였다. 자세히 말하면, 힉은 칸트의 감각에 근거한 인식과정을 종교경험 속에서 일어나는 인식 과정을 설명하기 위하여 받아들였다. 힉은 인간의 대상에 대한 인지과정의 의미를 세 가지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다. 첫번째 의미는 감각적이다. 인간은 처음으로 주위에 있는 대상을 감각적으로 느끼거나 인식한다. 필요에 따라 많은 대상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데 바로 그 선택이 감각적 인지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경험의 의미이다. 두번째 의미는 윤리적이고 사회적이다.
첫번째 의미처럼 물질적이고 감각적으로만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상황을 설정해 주는 사회적인 의미로서 바라보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깊은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의미는 종교적이다. 대상을 감각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만 이해하는 수평적인 측면이 아니라 대상을 초월과의 관계성 안에서 바라보려는 수직적인 의미이다.

힉은 특히 세 번째 의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점에 있어서 힉은 칸트와 큰 상이점을 보이고 있다. 힉은 칸트처럼 본질 세계를 사물 자체에서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초월, 다시 말해 궁극적인 실재 자체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칸트가 사물 자체에 대해서 언급한 것처럼 '실재 그 자체(the Real An Sich)'는 인간의 인식능력의 범위 밖에 존재하고 있으므로 도저히 직접 알 수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힉은 현상계의 이해를 통하여 본질계를 유추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바로 현상계에 해당하는 종교현상을 통하여 그 '실재 그 자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존재론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분명히 언급해야 할 것은, 신적 본체와 구별되는 신적 현상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칸트 자신은 하느님을 체험한다는 생각을 시인하려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하느님은 종교체험 안에서 만나는 실재가 아니라, 도덕적 動因으로서의 작용을 기초로 하고 이성에 의해 요청된 어떤 대상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하느님은 "행복과 도덕성의 완전한 일치의 근거를 포함하고, 자연 자체라는 구별되는 전체 자연의 원인"으로 요청되어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칸트에게 있어서 하느님이란 경험되는 것이 아니라 요청되는 것이다. 여기서 힉은 그와 다른, 곧 하느님은 인간에게 경험되되, 칸트처럼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말하자면, 외적 실재로부터 오는 정보가 그 범주체계 안에서 마음에 의해 해석되고, 그에 따라 현상적 경험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경험된다고 보고 있다.


(2) Wittgenstein의 '∼으로 보는'(Seeing As∼)의 의미

힉은 1983년 오스트리아에서 개최된 비트겐슈타인 학회에서 '∼으로서 바라봄과 종교경험'(Seeing-as and religious experience) 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 논문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힉은 비트겐슈타인의 '∼으로서 바라봄'의 의미를 자신의 종교이론 이해에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힉의 분석에 의하면 비트겐슈타인은 대상을 '바라본다는'(see) 의미를 두 가지로 나누어 이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초상화 그림을 개별적으로 바라본다. 바로 그 그림의 색, 크기, 두께, 위치 등등을 바라본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러한 '바라봄'을 일차적인 의미로 생각하였다. 두번째로 그 사람은 앞에 놓여 있는 그 그림을 개별적인 차원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전체적인 의미를 가지고 바라본다. 그런데 이 두번째 과정에서는 반드시 그 그림에 대한 해석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 해석의 과정은 스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무엇무엇 곧 어떤 대상과의 연결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번째 의미에 있어서 바라봄의 의미는 해석함의 의미와 동일하다. 힉은 이점에 상당한 중점을 두고 있다.

힉은 시각(sight)에 근거한 비트겐슈타인의 '바라봄'의 의미를 '∼으로서 경험함'(experiencing-as)의 포괄적인 의미로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의미의 발견이란 언제나 바라봄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듣거나 보드랍고 거칠음의 느낌을 갖거나 냄새를 맡거나 또는 맛을 시험해 보는 오관을 통해서 대상의 여러 가지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위환경에 대한 일상적인 인식은 오관을 통해 동시적으로 일어나므로 시각에 한정되어 있는 '바라봄'의 의미보다는 오히려 '경험함'의 의미에 더욱 가깝다. 그리고 '바라봄'의 두 번째 의미처럼 '경험함'의 의미도 '무엇무엇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과정을 거쳐서 일어난다. 힉에 의하면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게임 속에서 무엇무엇으로서 바라봄의 의미가 상황 속에 나타나 있는 개념체계들과 연관되어 나타나듯 이 세상에 대한 경험함도 경험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각각 다른 형식을 취하여 이루어진다. 그 다른 형식은 바로 형식 주에서 판단하여 선택한 무엇무엇으로의 인식선택의 과정(cognitive choice)을 거쳐야만 한다. 특히 종교경험의 경우에 있어서 그 경험은 진공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언어게임 형식인 문화나 종교전통 내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경험의 형식은 역사적으로 상황마다 다르게 변천되어 왔다.


(3) Wilfred Cantwell Smith의 종교와 역사 이해

힉은 그의 저서인 <하느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다>(이찬수 역, 도서출판 窓)의 "영적인 순례"에서 스미스(Wilfred Cantwell Smith)의 주요 저작인 <종교의 의미와 목적>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하고 있다. 힉은 스미스의 저서는 다종교 상황에 대한 '종교'(a religion)의 개념과 '종교들'(religions)이라는 개념을 설득력있는 비판력으로 세계 종교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가치있는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서, 힉은 스미스의 두 가지 사상을 받아 들이고 있는데 간략하게 요약하면, 첫 번째로 힉은 스미스의 종교라는 단어의 이해를 그대로 수용한다. 스미스에 의하면 서양에서 계몽주의 이후 특히 유럽에서 종교의 내적인 의미보다는 외부적인 지성적이고 교리적인 체계들에만 관심이 쏠려 있어 그 교리들을 통하여 경험하는 세계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 결과 종교의 내적인 측면보다는 외적인 표피에 관심이 있어 종교의 형용사적인 의미보다는 희석화되어 버린 명사적인 실체에 궁극적인 관심이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종교인의 마음속에 인격적으로 나타나는 겸손함·온유함· 빈 마음·충만함·자복함과 같은 삶의 풍성한 질(qualities)에 대해서는 연구대상에서 제외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서 스미스는 종교를 외피적인 요소인 '축척된 종교전통'(cummulative traditions)과 '신앙'으로 나누어 연구할 것을 제 안한다. 곧 주어져 있는 외피적인 종교전통을 통하여 종교인은 초월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경험이 스미스에게 있어서는 신앙이다. 이런 식으로 종교를 이해할 경우 겉에서 드러난 교리체계, 상징, 의례, 윤리규범, 신화 등과 같은 전통을 이루는 요소들은 서로 상이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들을 통해 초월을 경험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 공통점은 초월이라기 보다는 바로 초월이 경험되는 장소인 인간의 마음이다. 그러므로 스미스는 세계 종교들의 공통점을 전통과 초월에서 찾고 있기 보다는 인격 속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스미스가 사용하는 종교의 의미를 그대로 힉은 받아들인다. 그러나 스미스와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스미스는 초월 자체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지만 힉은 그것의 특질에 관심이 많아 궁극적인 공통점을 스미스의 인격개념에서라기 보다는 초월 자체에 두고 있다.

두 번째로 힉은 스미스의 역사이해를 받아들이고 있다. 스미스는 종교현상은 전통들을 통하여 일어나는 초월적 경험인 신앙의 표현으로 보았다. 그 경험은 바로 초월과 전통을 매개하여 주는 인간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종교현상은 인간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현상은 진공상태에서 이러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역사적인 삶의 장 속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그 현상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려온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추적이 가능한 경험적인 실체이다. 더 나아가 종교현상은 인류의 역사를 포함할 수 있는 인류의 역사를 이루기 위한 부분이다. 곧, 그리스도교 역사, 불교 역사, 힌두교 역사, 이슬람 역사 그리고 유대교 역사는 모두 인류의 역사의 부분들이다. 그러므로 인류사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개별전통의 역사는 인류사를 이루기 위한 부분들로서 상호연관성을 갖고 있다.


2. 종교신학의 인식론-코페르니쿠스적 전환

힉은 그의 저작 <하느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다>의 "그리스도인의 타종교관"에서 다른 세계 종교들에 대한 그리스도교인의 태도를 세 단계의 발전과정으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완전 거부의 단계 곧 배타주의(Exclusivism)이다. 비그리스도교인은 지옥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는 교리로 표현되었다. 여기서 힉은 1302년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Boniface Ⅷ)의 선언문을 인용한다: "우리에게 거룩하고 보편적인 사도의 교회는 하나 뿐임을 인정하고 믿는 신앙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것을 굳게 믿고 숨김없이 고백한다. 교회 밖에는 구원도 죄사함도 없다……더 나아가 모든 인류에게 있어서 로마 교황에 복종하는 것은 구원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선언하고 전하며 규정하고 선포한다." 또 플로렌스 공의회(Council of Florence, 1438∼45)에서는 "이교도는 물론 유대인이든 이단자든 혹은 종파분리론자든, 카톨릭 교회밖에 머무는 자는 그 누구도 영생에 이를 수 없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동안에 교회에 들어오지 않으면, '악마와 그 사자를 위하여 예비된 영원한 불못'에 빠지게 될 것이다"라 선언했다.
오늘날 로마카톨릭 교회의 한 예를 들면, 1960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선교대회에서 는, "전후 이래 십억 이상의 영혼이 영면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 그가 왜 갈보리의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는지에 대해 듣지도 못한 채 고통스런 지옥불로 들어갔다"라고 선포했다. 힉은 이런 거부의 태도가 지닌 약점은 위의 내용을 전제하는 신론(神論)에 있다고 지적한다.

죽기 전에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주님으로, 구세주로 영접해야만 인류에게 주어진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인류의 절대 다수는 영원히 좌절하고 고통받을 수 밖에 없다. 이전에 태어난 대다수 사람들은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거나 그 역사적 영향력 밖에서 살았으므로 구원의 신앙으로 그에게 응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름끼치는 그러한 상황을 신의 명령으로 본다면 그것은 자비롭고 거룩한 사랑의 하느님, 사랑의 신의 육화로서의 그리스도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이해를 거부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스도교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교리에서 표현된 완전 거부의 태도에는 근본적으로 문제삼을 수 밖에 없는 하느님 개념이 들어 있다 하겠다.

두 번째 단계는 종교적 신앙의 실재에 있어 개신교 그리스도인들과 그 다음으로 위대한 비그리스도교 종교들에 속한 신실한 사람들에 대하여 점증하는 인식으로부터 나왔다. 이는 주로 카톨릭 사상가들에게서 전개되었는데, 근본적으로 이미 확립된 도그마의 언어를 그대로 保志하는데 무르고 만다. 여전히 그들은 "교회(카톨릭) 밖에는 구원이 없다"(Extra ecclesiam nulla salus)는 입장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교리에서 다양한 여러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카톨릭 교인일 수 없으며 형이상학적으로는 카톨릭 교인일 수 있다는 선언을 하였던 것이다. 자세히 말하면, 신실한 비그리스도교인들은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신실한 개신교인, 유대인, 무슬림, 힌두인 등으로 남아 있고 그들 스스로 이것이 현재의 자기들이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형이상학적으로는- 그리스도의 신비적인 몸의 지체로 구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시적인 것과 구별되는 비가시적인 교회에 소개 있다 할 수 있고, 이후에 진정으로 카톨릭 신앙과 만나기만 한다면 기꺼이 그 신앙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며, 또는 희망에 의해, 다시 말해서 진리가 무엇이지는 몰라도 진리를 염원하는 진실한 희망에 따라 세례받았다고 할 수 있으며, 또는 상이한 프로테스탄트로서, 드러난 교회와는 구분되는 잠재적인 교회에 속해 있다 할 수 있다.

힉은 이러한 카톨릭의 교리 속에 추가된 개념들은 '주전원'이라고 부른다. 프톨레마이오스적 구상은 중세에 만연된 천동설에 해당된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축이며 그에 따라 타행성들이 그 주위를 회전한다. 이러한 이론은 막연하나마 이론상 가능했지만, 점차 부자연스럽고 번거로운 것이 되었고,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중심이라는 새로운 코페르니쿠스(copernican)적 사고방식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수용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세째 단계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두 번째 단계의 '후기'라고 부를 수 있다. 여기서는 '그리스도교 밖에는 구원이 없다'와 '그리스도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두 명제를 함께 주장하면서 그의 신학적 간격이 훨씬 좁혀진다. 이 중 두 번째 명제는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만일 구원의 개념이 경험적인 것이라면, 예를 들어 인간의 회복, 부활, 재창조, 새로운 피조물화 내지는 진정한 인간 존재의 성취 따위의 경험적인 내용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면, 그러한 변화의 체험은 당연히 그리스도교 안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첫째 명제는 두 번째와 조화를 이루도록 재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은연 중에 두 번째 명제는 사실에 입각한 주장에서 명문화된 정의로 侮杵駭? 그리스도인만이 구원될 수 있다는 주장 대신, 구원되는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한정적인 규칙이 된 것이다. 그러한 예로 칼 라너는 "익명의" 그리스도교라는 개념을 세워, "그리스도교는 임시 그리스도교(extra-christian religion)의 일원을 받들어 질 수 있고 받들어져야 하는 사람으로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힉은 본질적으로 초기 주전원과 다름없는 신학적 이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을, "맹신에 사로잡힌 어찌할 수 없는 무지에 처한 사람, 희망에 의해 세례받아 비가시적인 교회에 속한 사람"으로 말하고 있다. 따라서 힉은 이것이 그리스도교 종교신학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아니며, 여전히 전통적 프톨레마이오스의 틀 안으로 제한된, 꽤 세련되고 관대한 또 다른 주전원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더불어 힉은 후기 주전원의 단계에 대해서 비그리스도인의 구원을 도그마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실(fact)의 관점에 근접하였다는 의의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러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란 무엇인가?

천문학에서 코페르니쿠적 전환은 사람들이 우주와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는 방식의 전환을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회전하는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는 도그마로부터 주위를 도는 지구는 물론 여러 행성을 가진 중심이 태양이라는 깨달음으로부터 근본적인 전이를 포함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학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보편적인 신앙과 그 보편적인 데서 나의 종교가 처한 위치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변환을 포함해야 한다. 그리스도교가 중심이라는 교리에서 하느님이 바로 우리를 물론 모든 인류가 받들고 그 주변을 선회하는 중심이 되신다는 생각으로의 전이를 포함해야 한다.

사고의 철저한 재대치를 통해서 힉은 기독교 중심이나 예수 중심에서 신앙의 우주에 대한 하느님 중심으로 이동하는 종교신학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통해 세계 종교들은 하나의 신적 실재에 대한 다른 응답이며, 이 신적 실재는 다른 역사적, 문화적 상황 속에서 형성된 다른 지각들(perception)에 구현된다고 말한다.


3. 기독론(Christology)

힉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따르면, 기독교는 그의 가장 중심적인 교리인 예수는 하느님이었다는 성육신 사상이 기독교의 배타적 절대성을 여전히 고수하기 때문에 초기 주전원의 계보를 따르고 있다 하겠다. 힉은 각종 신앙이라는 우주의 중심은 기독교나 다른 종교가 아니고 하느님(God)이라는 사실의 깨달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성육신의 사상의 전제와 성육신으로서 예수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이전에 선포된 고대 교회의 교리가 틀렸다고 말할 수 없지만, 처음의 이해와 다른 내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3.1 고대교회의 양성론에 대한 비판

힉에 따르면 교리적으로 고정된 예수의 신성은 유일하며 시간적으로 참된 그리스도 사건의 해석으로 간주될 수는 없다. 반대로 이 교리는 역사적으로 제약되어 있으며 한 특정한 철학적 사상 체계(신플라톤주의)에 의존된 가르침으로서 현대의 요구들을 충족시키기에 적당하지 않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종교 다원주의라는 현실을 소화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힉은 니케야와 칼케돈에 이르는 교리의 형성 이전에로 방향을 돌려 원시 기독교에까지 파고 들어가 거기서부터 오늘날 적합한 그리스도 사신의 표현을 찾으려고 한다.

힉의 기독론은 인간 예수다 예수는 완전한 인간이었다. 힉은 나사렛 예수는 그리스도로 받아들일 때 이것의 의미는 그리스도인 예수와 신과의 특수한 연결, 곧 신과 관계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니케야, 칼케돈 신조처럼 본질(substance)에서 의미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희랍의 철학적 사색에서 온 것이며 히브리적 사유는 본질이 아니라 인격적 힘(energy), 목적(purpose), 행위(action)로 신은 알려진다고 한다. 곧 성서는 신이 인간의 의지와 접촉하는 신의 의지나 의도로 표현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힉은 그리스도를 본질 언어로 보지 않고 신의 행위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3.2 양성론의 새로운 해석

힉은 예수의 유의미성에 대한 물음을 역사적 예수 자신과 그의 유대적 정신 세계의 빛에서 밝히려 한다. 역사적으로 이것은 안디옥 기독론의 모형에 가깝다. 힉은 그러나 성육신론을 포함한 기독론 교리를 포기하지 않고 재해석한다. 힉은 교리 자체의 내용은 전혀 수술하지 않으면서도 성육신 교리에 사용된 언어의 종류와 그와 같은 진술의 논리적, 언어적 특성을 묻는 메타 차원에 관심을 쏟는다. 힉의 중심 논제는 성육신론은 문자적인 사실에 대한 진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육화의 개념에 대한 문자적 서술이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거기에는 문자적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화적 개념, 비유적인 말, 심상의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예수가 우리의 삶과 초월적 하느님 사이의 접촉점이 된다는 방편적인 말이다. 예수의 현존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됨을 우리는 안다. 예수는 하느님의 참된 종이니 우리도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것이 신의 뜻에 따르는 길임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가 그리스도교가 발전시켜 왔던 절대적 언어를 정당화시켜주는,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 그 무엇이 있다. 따라서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성육신이다, 로고스가 육신을 입었다고 말할 때, 우리는 실재를 신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힉은 성육신론을 "정확한 형이상학적 진리"로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헌신 안에 지적인 구성으로 주어진 표현"이라고 말하면서 성육신을 은유적, 지적, 상징적, 신화적 표상으로 이해할 것을 주장한다. 힉은 성육신을 신화로 보면서 그 자체로서 진지 하게 취급한다. 곧 신화를 사실적·과학적·문자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신화적으로 이해한다. 신화에 대한 합리적 이해나 설명은 오히려 신화를 깨친다. 힉은 한편으로 성육신론을 직설법적 사실 기술이 아니라 표현적 진술이며, 형이상학적 사실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유의미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 진술의 인식론적 내용, 진리요청 곧 진리 주장의 특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진술의 진리는 직설적 사실에 잇는 것이 아니라 희화적 표현 속에 있으며 이 표현이 의도하고 있는 예수의 의미성(하느님과의 체험적 만남의 중재자로서의 예수)에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과의 만남은 인간의 언어를 초월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이 만남을 언어화할 수 있다. 희화적인 것을 이론화하고 대상화하는 작업이나 시적이고 표현적인 것을 학문화하는 작업은 스스로 절대화하는 경향이 있는 진리 요구들의 배타적 대립을 낳게 된다.

힉은 과정 신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역동적인 성육의 개념으로 예수를 설명한다. 말하자면 인간 육체의 틀에 기적적으로 주입된 신적 본질이 아닌 "예수의 인간적인 행위와 태도들이 피조물에 대한 신의 사랑의 표현으로서, 동시에 신의 행위와 태도들로서 생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예수가 관계한 수 많은 사람들에 대한 그의 사랑을 그들에 대한 신의 사랑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힉은 오직 예수의 하느님과의 관계만을 중시하면서 둘의 관계를 정신적 공명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기독론을 형성한다.
예수는 그의 사랑이 진실로 지상에서 역사하신 하느님의 사랑(Agape)이었다는 의미에서 전적인 하느님(totus deus)이다. 그러나 예수는 하느님의 사랑이 그의 모든 행동 전체를 통해 남김없이 표현되었다는 의미에서 하느님 전체(totum deus)는 아니다. 그리스도는 역사적 예수보다 크다. 힉에 있어 예수는 하나의 본성을 가졌고 이는 전적으로 인간이다. 그러나 그 본성을 움직인 아가페는 하느님의 아가페였다. 이런 점에서 homoousia보다는 homoagape를 주장한다. 힉의 기독론은 신중심적 기독론이며 과정 신학의 도움을 받아 본질의 기독론이 아닌 행위 기독론임을 알 수 있다. 힉은 성육신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가 지시적인 아니라 표현적이고 형이상학적 사실이 아니라 가치를 나타내고 태도를 불러일으키는 실천적인 면에 있다고 한다. 예수가 하느님의 성육이라는 의미는 고대에 왕을 신의 아들로 귀속시키는 것과 유비적인 신화적 개념을 예수에게 적용시킴으로서 구세주이며 새 삶의 부여자로서 그의 영향을 명백히 표현하고 세상에 대한 그이 중요성을 천명하는 방법이며 제자들이 인격적인 주로서의 예수에 대한 그들의 헌신을 표현한 것이다.

예수의 유일성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주됨이 주장될 때 다른 구원의 경험은 환영이며 자신의 것만 진실하다는 교리는 지시될 수 없다. 힉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수가 나의 주 또는 구세주라는 것은, 헬렌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의 여성이라고 하는 연인의 말과도 비슷하다. 논리적으로 최고의 여성은 세상에서 한 사람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 연인의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서, 세상의 다른 여성은 모두 헬렌보다 못하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들은 이 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만약 예수를 주 또는 구세주라고 하는 고백에서 예수를 통해서가 아니면 그 누구도 신에게 응답할 수 없다고 단정짓는다면, 우리들은 개인의 헌신(commitment)을 나타내는 말을 오용하여 살아있는 종교를 닫힌 도그마 속으로 가두어 버린다
따라서 서로 다른 종교, 문화의 상황에서는 우리에게 보편 타당한 도덕 원리란, "자신을 존중하고 귀중하게 여기듯 남도 존중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것"임을 힉은 강조한다.


4. 신론으로서의 실재론

힉의 종교신학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철학적 원리는 선험적 합리론과 경험적 실渶隙?결합한 칸트의 인식론적 노력이다. 힉은 칸트의 원리를 神체험에 변화하여 적용한다. 힉은 칸트의 인식론의 근본 전제라 할 수 있는 물자체(ding an sich)와 표상(die vorstellung), 또는 본질(nonmenon)과 현상(phenomenon)의 이분법을 자신의 신이해에 적용한다. 곧 모든 위대한 종교전통은 공통적으로 실재 자체(the Real an sich)와 인간에 의해 다양하게 경험되고 사고되는 실재(the Real as variously thought and experienced by human beings) 사이의 구별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궁극적인 실재는 하나의 본질이지만, 종교 체험에 따라 나타난 현상에 대한 인식은 다양해 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힉은 이러한 칸트의 인식론적 틀에 따라 각 종
교와 종교 사상가들의 신이해를 다음 표와 같이 도식화하고 있다.


도표1

주요 종교전통 속에서 발견되는 神의 다양한 개념은 하나의 神 실재에 대해서 문화적으로 조건지어진 인간의 다양한 응답들을 나타내는 것이다. 힉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종교 전통들이 다원성에 의해 구도잡힌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교체험을 초월적 실재와 맞닥뜨린 참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바탕 위에서 종교
적 신념과 실천의 합리성에 대해 논하자면, 우리는 가지각색 전통들이 지닌 매우
다양하되 분명 모순되기도 하는 신념과 실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자체에
담겨있는 기본적인 전제는, 서로 다른 종교체험의 흐름들은 서로 다른 인간의 심
성에 의해 나름대로 서로 다른 방법으로 인식되고 형성되었으며, 서로 문화의 역
사를 이루어 오고 있는, 똑같은 초월적 실재에 대한 다양한 자각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힉에 의하면 종교 체험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궁극적 실재는 하나의 본질(The one divine noumenon)이며 인간의 종교적 관심의 최종대상은 실재(Ultimate reality )라는 것이다.
힉은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인격적으로 경험되는 신(God experience as personal=Theistic form)과 비인격적으로 경험되는 절대자(Asolute experienced as nonpersonnal=Nontheistic form)를 끌어내려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유신론적 종교인식과 무신론적 종교인식이다.
이것을 각 종교와 관련하여 도표화(구조화)하면 다음과 같다.


인격적인 하느님이란 본질적으로 그를 숭배하는 공동체와의 상호인격적 관계로 이루어진 역사적 존재이다. 곧 상이한 공동체 및 상이한 문화적 삶의 형태와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구체적 성격을 지닌 다른 인격이다. 그 각각 상이한 인간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그 관계에 따라 구체적으로 인격적으로 경험된 영원한 일자라는 것이 힉의 가정이다. 무신론적 종교들에 대해 말하려 한다면, 차라리 힌두교, 불교, 도교, 유교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무신론적 종교 형태에 대해 말하는 것이 낳을 것이다. 힉에 가정에 의하면, 무신론적 형태의 종교체험과 사상에서의 영원한 일자는 존재의 깊이 혹은 근거, 무한자, 절대자(브라흐만), 열반, 쑤냐타(空) 따위의 비인격적 언어로 알려지고 또 그렇게 반응한다.

모든 인류는 자신이 향유하면서도 자신을 포함하는, 혹은 각 인류의 점유물 안에서 발전시켜 온 문화에 영향을 받아 오면서 형상화를 통한 깊은 해석적 경향이 자신의 체험 안에서 계속적으로 확인된다. 비교 종교학적 견지에서, 다른 이들의 체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체험은 실상 어떤 해석학적인 틀을 통해서 꾀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체험의 무신론적, 유신론적 형태는 인식론적인 공통구조를 잘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들 각각 영원한 일자에 대한 현세적이고 상대적으로 헛된 인식
이라기보다는, 영원한 일자에 대한 양자택일적이고 저마다의 타당한 인식으로 나타나
게 될 것이다.


5. 상보적 다원주의(the complementary pluralism)와 종교간 대화

광범위하게 미치는 인간의 종교 체험은 두가지로써, 유신론적 종교에 지배적인 신의 개념, 곧 실재자는 인격으로서 받아들이는 개념과 유신론적이 아닌 종교권에 지배적인 절대자의 개념, 곧 실재자를 비인격적으로서 받아들이는 개념이다. 이를 앞 장에서 간략히 살펴 본 바 있다. 앞 장 도표에의 모든 신의 개념은 일반적, 추상적인 형태로서 우리들의 현실적인 종교 체험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신의 모든 개념은 구체적인 형태를 취하게 되며 이 구체적인 형태가 제각기 다른 종교 전통의 현실적 사상과 경험에 의해 알려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신성의 개념은 야훼, 시바, 알라 크리슈나 등 신적 페르소나(persona)에 의해 구체화된다. 각각 페르소나는 신적 실재의 영향력에 의해서 인간의 경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생긴다. 힉이 기술하고자 하는 이론의 중심은 신적 페르소나가 우리들에게 초월적인 신적 실재를 알게 해 주는 구체적인 형태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각 페르소나는 인생의 특정한 위치에서 지각되고 체험된 실재자임에 틀림없다. 또 힉은 각종 임페르소나(impersona)에 관해서도 본질적인 이것과 똑같은 경우라고 지적한다.
힉은 이를 위해 현대 물리학의 상보성(相補性)의 원리(principle of complementarity)를 설명하여 여러 종교 전통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차이와 유일 무한한 신적 실재에 대한 인간의 다른 대응 간의 근본적인 상보성을 나타내고자 한다.

빛을 포함한 전자광의 방사는, 어느 때에는 파동으로써, 또 어느 때에는 입자로써 행동하는 것이 발견된다. 어느 방법으로 실험하면, 파동 형태의 방사반응이 보이고, 또 다른 방법으로 실험하면, 입자의 흐름이 보여진다는 것이다. 이런 두가지의 관찰은 모두 타당한 것이기 때문에 이 결과는 상보적인 것으로써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안된다. 전자광이란 원래 그러한 것이므로 그 관찰자의 행동 여하에 따라, 그것은 파동도 되고 또 입자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유추를 사용하여 말하면, 만약 인간이 어떤 방법으로, 예를 들면 유신론적인 사고와 예배의 방법으로 실재자를 '실험'한다고 하면 그 실재자는 인격적인 것으로 보이고, 다른 사람이 다른 방법으로, 예를 들면 불교든 힌두교든 사상과 명상의 방법으로 실재자를 접하고자 한다면, 실재자는 비인격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게 된다.

힉은 이 이론의 강점이 여러 형태를 취한 종교 체험과 종교 사상 사이의 차이를 무시하지 않는다는 利點을 지적한다. 아버지이신 신과 브라만, 알라와 법신불은 현상학적으로는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또 영적 실천, 문화 형태, 삶의 양태, 사회 형태 등에 있어서 그런 실재에 의해 유발되는 인간의 대응은 어느 것이나 동일한 것으로 생각해도 전혀 지장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 이 이론―인간의 종교 체험은 폭넓게 관찰함으로써 귀납적으로 이어진 이론―에서 보면 위대한 모든 세계 종교는 인간의 여러 문화적 자세로부터, 실재가 혹은 궁극자에게로 향한 서로 다른 지각과 개념, 그리고 다른 반응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금세기에 이르러 세계는 지구촌의 시대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세계 종교의 과학적 욕구, 종교간의 대화와 회의, 게다가 많은 대도시에서 경험되는 종교의 다원화 현상에 의해, 다른 신앙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이 모든 우리들에게 친근해졌다. 세계의 모든 종교는 자기 자신의 통찰을 서로 함께 나누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독교는 그 사회적 還��?관련된 귀중한 경험을 힌두교에다 주었고, 또 불교와 힌두교는 영적 명상에 관한 막대한 경험을 서구에 나누어주고 있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종교 일치 운동 속에서 위대한 종교 전통은 서로서로 새로운 관계 속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원주의의 수용에 의해 초래되는 효과는 종교간의 오해와 투쟁에 종지부를 찍는 일뿐만 아니라, 서로의 종교 내용에 풍부함을 가져오는 일이기도 하다. 다원주의적인 비전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양심에 부끄럼 없이 다른 종교전통이 주장하는 막대한 영적 가치와 통찰에서 자유롭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기독교인들이 힌두교의 명상법을 실천한다든지, 이슬람의 수피교도(Sufis)와 인도의 박티 실천자(bhaktas)들의 빛나는 신앙으로 육성된다든지, 혹은 부처의 영지(英知)에 계몽되면서, 지금까지대로 그리스도를 자기들의 주 또 구세주로서 믿는 일―곧 자기들이 신적 실재에 응답함으로써 자아 중심에서 실재 중심으로서의 커다란 이행에 참가하게 된 분으로서 믿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또 이에 따라 서로의 종교 내용이 풍부해진다고 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각기 위대한 종교 전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열려진다. 그러므로 위의 모든 이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종교간의 대화가 있어야 한다. 대체로 종교 전통의 변화라는 것은 안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인데, 어떤 대화방식이 서로서로 성숙한 종교적 체험과 사상으로 이끌 수 있는지, 힉이 말하는 타종교와의 대화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타종교와의 대화에 있어 힉은 두 가지 대화 방식을 말하고 있다. 상대방의 신앙은 상대적인 진리일 뿐이고 자기 신앙을 절대적인 진리라 확신하고서 서로가 자기의 신앙을 증언하는 순수신앙고백(confessional) 대화와 또 다른 진리탐구식(true-seeking) 대화로서, 여기서는 저마다 초월적 존재는 자기의 제한적인 통찰보다 무한히 크다는 의식을 갖고, 따라서 전에 가졌던 신적 실재를 보다 충실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쌍방이 함께 협조해야 한다는 희망 아래 자기들의 통찰을 서로 나누는 방식이다.

다른 신앙인들과 대화함에 있어서 힉은 신앙고백적 대화 방식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대화가 신앙고백적 자세를 취하면, 말할 것도 없이 이와 같은 신앙고백적 자세는 다른 종교와 이념의 지지자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음을 힉은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어떤 특정한 신앙고백적 입장 안에 있는 사람은, 다른 신앙인들을 그 주변에 산재해 있는 반면 자기는 의미의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저마다 자기가 유일한 중심 안에 있다는 똑같은 생각을 가진 상이한 신앙 집단에 속하는 사람이 분명히 많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자기 신앙 집단안에만 굳게 서 있는 한, 대화는 근본적으로 서로 용납되지 못하는 신념이나 과시하고 비교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힉은 이를 가리켜 '중심의 복수성'(plurality of centers)이라고 한다. 종교간 대화 에 있어서, 신앙고백적인 무슬림은 이슬람이 가장 최후이자 충만한 계시이고, 모세로부터 예수에 이르기까지 예언자들을 통해 내려왔던 초기의 계시들을 완성한 종교임으로 이슬람이 최종적 게시라는 굳은 확신을 말할 것이다. 또 베다와 우파니샤드 안에서 계시되는 아드바이타 전통으로 해석된 진리를 신봉하는 힌두교인들은 절대적 실재(absolute reality)는 인간의 모든 범주를 넘어서며, 인격적 하느님을 예배하는 것을 종교생활에 있어서 낮은 차원이며, 모든 종교들은 궁극자(the ultimate)와의 최종적 합일을 행해 나아가는 길이되, 궁극적으로 아르바이타 베란타에서 계시된 직접적인 길로 수렴되고 있는 길이라 볼 것이다.

이러한 고백적인 대화에 동석한다면, 결국 저마다 자신의 신앙을 증언하게 된다. 자기 전통의 절대적 진리에만 붙들려 있는 한, 근본적으로 자기의 신앙을 남들에게 나누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두 (혹은 여러) 사람이 자기의 신앙만이 최종적인 진리라고 확신하고서 서로 그것만을 증언하고 상대방을 개종시키려고 든다면 종교간 대화는 결국 개종이라는 결과를 낳든지 차이점들만 더욱 굳어지게 될 것이다―전자의 경우도 있지만 후자의 경우가 보다 많다.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전면적인 개종까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변화는 감수해야 하며, 쌍방(혹은 전체)에서 그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힉은 기독교가 결단코 신앙고백적 대화의 자세로부터 진리탐구식 자세로 옮아가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 교회 협의회의 스탠리 사마르타(stanley samartha) 박사가 1972년에 내놓은 '종교간 대화의 지침'(guidelines for inter-religious dialogue)을 힉은 지적한다. 대화의 목적은 피상적인 의견의 일치나 신념의 희석이 아니라, "진리의 새로운 차원을 엶에 있어서 모든 것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서 끝 부분에서 순수한 지적 토론을 넘어서 서로 간의 예배에도 참여하고, 또한 세계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도 함께 준비, 동참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 권고한 뒤, 진리탐구라는 대화의 이상(理想)에 관한 언명으로 끝을 맺고 있다.


Ⅲ. 맺는말

이 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존 힉의 '실재'의 이해와 인식의 전환을 통한 그의 새로운 기독론을 간략히 정리해 보고, 다음으로 필자가 느껴왔던 의문들을 가지고 비판적인 검토와 존 힉의 종교신학을 통해 가져올 수 있는 의의를 살펴보고 글을 맺고자 한다.

1. 정리하면서

존 힉의 종교신학은 신중심적 종교다원주의(thocentric pluralsm)이다. 그 중심적 주제는 "궁극적 실재자로서 신은 다양한 이름을 지닌다"는 것이다. 존 힉의 신중심적 다원론은 칸트의 인식론에서 출발한다. 칸트의 이원론적인 본질(Ding an sich)과 현상의 구분이다. 곧 대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인 것이다. 힉의 '실재 그 자체'는 양극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칸트의 이원론적 구분이 암시하듯이. 본질과 현상을 별개로 존재하는 두 개의 실재가 아니라 하나의 실재가 본질적인 성격과 현상적인 성격을 동시에 갖는 것이다. 도표1에서 볼 수 있듯이 '실재 그 자체'와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사유된 실재'가 그런 경우이다. 실재는 항상 인간의 어떠한 경험과 이해보다 크고, 또 그러한 것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이러한 의미에서 실재는 절대적이고 비관계적이다. 그러나 실재는 동시에 상대적이며 관계적이다. 왜냐하면 실재는 어떠한 경우에도 실재 자체로서 알려지는 경우는 없고 항상 인간에 의해 경험되고 이해된 실재로서만 알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재 자체'는 존재론적으로 가정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위대한 세계 종교전통들은 왜 서로 다른가? 힉의 대답은 간단하다. 여러 종교전통들은 하나의 동일한 실재를 인식하고 경험하며 응답하는 서로 다른 방식들이다. 서로 다른 방식들이란 인간이 처한 제한적이고 조건되어진 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를 종교전통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요컨대, 유신론적 종교전통의 사고와 예배의 방법으로 실재자를 경험하면 그 실재자는 인격적인 것으로 보이고, 무신론적 종교전통인 불교나 힌두교의 사상과 명상의 방법으로 실재자를 접하면, 그 실재자는 비인격적인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힉은 현대 물리학의 상보성의 원리를 차용하여 위와 같은 여러 종교전통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차이와 무한한 신적 실재에 대한 인간의 다른 방식 간의 근본적인 상보성(相補性)을 설명한다. 아버지이신 신과 브라만, 알라와 법신불은 현상학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그러므로 타종교인들은 그들 나름의 구원의 길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 속
에 그들의 구원을 위해 필요하고도 충분한 길이 내포되어 있다.

힉은 오늘날 다종교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천문학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처럼, 내 종교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도그마로부터 하느님이 우리가 물론 모든 인류가 받들고 그 주변을 선회하는 중심이 되신다는 근본적인 전이를 제안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예수 중심에서 우주적인 신앙을 위한 하느님 중심으로 이동하는 종교신학의 paradigm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기독교의 절대성에 큰 영역을 차지하는 성육신으로서의 예수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을 비판적으로 가함으로써 종교다원적 신앙을 뒷받침하고 있다.

힉의 기독론은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예수에서 출발한다. 예수는 자신을 신의 대행자(God`s agent)로 말하였으며 그의 모든 치유도 탔?이름을 행하였고, 예수 자신은 그것이 신의 능력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았다. 제자들은 예수의 신중심적 사람을 통해서 영향을 받았고, 예수 안에서 신을 보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힉은 예수의 신성으로 가득하게 채색된 성육신론을 포함한 기독론 교리에 관심을 갖고 재해석한다. 성육신론(삼위일체론을 포함해서)의 교리는 서구신학의 '지적 구성'(intellectual construction)으로 비롯된 표현이며, 1세기 말엽 교회신학적 진술의 산물이라 하였다. 거기에는 은유적·상징적·신화적 표상으로 인한 그리스도인의 헌신이 담긴 지적 표현인 뿐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그리스도인에게 예수의 가치를 부여하고 실천적 자세를 유도함에 있다고 한다.



2. 비판적 검토와 의의

다원주의는 '一'과 '多'에 관한 논쟁이라고 생각된다. 힉의 종교신학은 신중심적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힉이 말하는 '실재'는 '一'이다. 왜 힉은 '하나의 무한한 신적 실재'만을 가정하고 있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一'을 위해 '多'가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여러 종교 전통의 경험된 실재는 무한한 실재 자체에 도달되는 방식이다. 힉의 종교신학은 '一'과 '多'를 함께 말하고 있지만, 그에게 있어 '一'이란 개념을 더 중히 여기고 있어, 다종교 국가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힉이 주장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은 그리스도교가 중심이라는 태도에서 하느님이 모든 인류의 중심이 되신다는 생각에로의 전이를 말하고 있는데, 이는 타종교 인식의 발전단계에서 포괄주의적 단계를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단지 기독교 신앙의 자기 이해에 있어 그리스도교를 중심에 놓았다가 이제는 하느님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 이전보다 몇 발자국을 내딛지 못한 인식의 전환이다. 그는 여전히 하나인 무한한 실재를 고집하고 있다. 왜 '多'가 아니고 '一'이어야 하는가? 힉에게 있어 '多'는 '一'로 통하는 것이다.

힉이 말하는 하나의 동일한 실재에 대한 다양하고 서로 다른 경험과 응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힉에 의하면 경험된 실재는 실재 자체보다 못하고 낮은 격을 지닌다. 이러한 전제는 서구의 형이상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들의 실제적이고 다양한 경험보다 우월하다고 가정하는 서구 철학의 잔제가 묻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강조하는 다원주의는 무엇인가? 포스트모던적 다원주의는 어떤 공陸÷?전제로하는 다원주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의 독특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개체마다 각각 독특하기 때문에 그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다원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힉이 제시하는 다원주의는 엄밀히 말해서 포스트모던적 다원주의는 아니라고 본다.

여기서 힉의 종교 신학적 의의를 찾아 본다면, 오늘날 영적 고갈 상태에 빠져 있는 세계 종교인들에게 새로운 비젼을 열어주고 있다고 본다. 자신의 종교 경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도 타종교인들이 가진 종교적 통찰이 필요한 것이다. 내 종교의 진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힉은 진리탐구식 종교간의 대화를 말하고 있다. 내 종교의 진리는 타종교의 진리와의 만남과 대화하고 연구함으로써 보다 더 풍부한 진리의 깨달음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의 진리를 탁상 공론에서 끝내버려야 할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실천의 장이 이루어어져야 하며, 해방 구원, 완성을 촉구하여 지구 상에 일어나는 종교간의 갈등 및 분열, 전쟁 등이 종식되어야 한다. 종교 전통마다 신 인식의 차이는 상보적이라는 힉의 신학적 조명을 받아들인다면 가능하다. 더욱이 자기 중심에서 실재 중심막括?전이가 보다 세계 종교인들의 실존의 질을 회복을 시킬 수 있어, 세계 종교인들에게 힉은 실천적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졸업 논문 참고도서

Ⅰ. 일차적 문헌 : JOHN HICK의 저서

1. 이찬수 역,〈하느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다〉도서출판 窓, 1991

2. 김승철 역,〈새로운 기독교〉도서출판 나단, 19991

3.〈The Methpor Of God Incarnate〉, Published by Westminster / John Knox Press, 1993

4. , The Macmillan Press LTD, 1985



Ⅱ. 이차적 문헌: JOHN HICK의 종교신학 연구 소논문

1. 한인철, "존 힉의 종교다원주의" 홍정수 편〈세계의 신학〉(1992. 겨울), 서울: 세계신학연구소

2. 심광섭, "존 힉의 신중심적 다원적 종교신학",〈종교다원주의와 한국적 신학〉


(변선화 교수 은퇴기념 논문집) 안병무 외 다수, 한국신학연구소 1992
3. 박성용, "존 힉의 종교신학 연구"〈종교다원주의와 신학의 미래〉

(변선환박사 회갑기념 논문집), 종로서적 1989
4. 김영태, "종교다원주의 철학의 기초"〈종교다원주의와 종교윤리〉,

서울대학교 종교문제 연구소, 집??1994
5. 김재영, "존 힉의 종교다원주의 철학연구"〈종교다원주의와 종교윤리〉,
서울대학교 종교문제 연구소, 집문당 1994


Ⅲ. 삼차적 문헌 : 종교다원주의 신학에 관한 문헌

1. Paul F. Knitter,〈오직 예수이름으로만〉, 변선환 역, 한국신학연구소 1987

2. 김승철 편저,〈종교다원주의와 기독교〉Ⅰ.Ⅱ, 도서출판 나단 1993

3. Raimond Parnikar,〈종교간의 대화〉, 김승철 역, 서광사 1992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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