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복음과상황> 모니터링 모임
　

일시: 2002년 12월 5일 토요일
장소: 신촌 민들레 영토 신관 세미나실
　

참석자:
안병훈(81년생, 행정보조로 군 복무 중)
김현아(78년생, 무역회사 근무)
김용주(76년생, 한양대 기계설계과 석사과정)
이상국(75년생, 오픈포유 회사 근무)
이상 온 사람 순.

정리: 김용주

　

모임은 7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시작되었다. 이유는 모임을 제안한 김용주 군이, 준비한 김밥을 연구실 냉장고에 둔 것을 깜박하고 오다가 다시 연구실에 들어가서 그 만큼의 시간이 지연되었다 한다. 모임은 민들레 영토에서 제공하는 컵라면과 용주가 준비해 온 김밥을 먹으면서 시작되었다.
식사를 하면서 간단한 자기 소개를 했고, 김용주 군이 독자모임 소개를 간략히 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 4명이 모였고 이는 99년 첫 복상 독자모임의 수와 같다.

용주: 다시 모임을 조금 축소해서라도 살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웹상에 공지 했는데, 반갑습니다. 요즘 복상 읽으면서도 나름대로 이런 저런 생각도 들고, 정리와 비판을 함께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임을 다시 가져보았습니다.

용주: 모니터링 순서는 일단 먼저 재미있게 본 것부터 서로 얘기하면서 편하게 시작하도록 하죠.

병훈: 저는 “어느 기독인의 초상”에서 김두식 님이 예수님을 만났던(회심했던) 개인적인 내용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어요. 고2 때 많은 갈등이 있었는데. 모태신앙이거든요. 자라면서 하나님에 대한 의심으로 고민이 있었고 요즘 다시 고민을 자주 하는데 글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더군요.

용주: 김두식 님의 글을 보면서는 그 분의 가족 이야기나 신앙의 여정들이 참 좋고 따뜻하게 전해져서 잔잔한 감동을 느껴요. 환경이 평탄했던 건 아닌데 신앙이 참 모범적으로 자라셨다는 생각이 들지요. 저와는 다른 분이라는 생각이 요즘은 많이 드는 편이구요.

병훈: 양세진 님의 글도 저는 좋았습니다. 구체적인 매뉴얼이 나와 있어서 도전도 되고. 좀더 일찍 알았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을 거 같아요. 개인적인 얘길 좀 하자면, 교회를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로 옮기게 되었는데 부모님과 다툼이 좀 있었어요. 여하간 이번 교회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닌 아이들이 많고 그 아이들이 교회 안에서는 대선을 대하는 기독인의 자세에 무관심한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죠. 게다가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 때문에 대선에 대한 관심 형성이 어려운 분위기에요.

용주: 복상에는 이론적인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양세진 님의 글은 운동가로서의 스타일을 살리는 글쓰기라고 생각해요. 언제부터인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신 듯 하거든요. 이론보다는 실제로 하나하나 실천 할 수 있는 일들을 매뉴얼 형식으로 쓰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생각인 것 같고, 그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아를 보며) 우리교회도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

병훈: 교회에서 선거얘기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예 모르니까 대화가 안 되더라구요.

용주: 정치 얘기하면 교회에서도 제가 있는 연구실에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죠. 싸움나요.(웃음) 정치하는 놈들은 다 썩었다. 그래서 자긴 정몽준을 찍을려고 했는데 노무현으로 단일화가 되서 선거일에 등산이나 갈거다. 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고. (모두 웃음)

병훈: 교회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교회에서도 정치에 관한 얘기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교회는 정치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얘기하는 곳이다 라고 일축하시더라구요.

상국: 정책에 대해선 얘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교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정책을 가진 후보나 당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용주: 여전히 기성교회가 이야기하는 복음의 범주는, 잃어버린 한 영혼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러니 정치가 교회에 들어갈 틈이 없는거지.

상국: 교회가 정치를 하는 곳은 아니지만. 결국 복음을 복음전도로 보느냐 사회참여까지로 보느냐 하는 길고 긴 옛날 이야기로 다시 내려가야 하겠군요.

상국: 제가 열심히 본 글은 지유철 님의 “선택과 옹호”밖에 없는데.

용주: 복상을 빛내는 글이죠. 지유철 님은 인터뷰를 하시기 전에 인터뷰 대상자에 관한 자료조사가 아주 치밀하신 분이에요. 쓴 책이나 기사들을 다 읽고, 사람에 대한 전반적인 파악이 되고 나서 인터뷰에 들어가니까 적절한 수준의 질문들을 할 수 있는 거 같구요. 녹취를 푸는 작업도 정말 정성을 들이시더라구요. 성실하게 쓰는 글이죠. 저는 이 꼭지를 책으로 낸다면 어느 출판사에서 나올 지가 가장 궁금한데. (웃음)
고종석 씨 이야기를 좀 하자면. 이제까지 제가 본 책에서의 고종석 씨는 그 사람됨이 잘 드러나지 않았었는데, 이번 인터뷰와 “자유의 무늬”란 책을 같이 보면서 좀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전 개인적으로는 제가 진중권 씨보다 고종석 씨의 생각에 더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 요즘 해요.


용주: 권두대담에서는 우선 교회개혁실천연대가 발족했다는 것에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들이 꽤 많이 엮여 있어서이기도 하구요. 어느 선까지 이 연대가 갈 수 있을진 모르지만 일단 기대가 되는 뉴스였습니다.

권두대담을 보면서 느꼈던 시원한 부분은, 교회문제를 건드릴 때 일반언론에 교회의 더러움을 알릴 필요가 있나 하는 것과 교회와 당사자의 실명을 거론할 필요가 있나 하는 부분에서의 박득훈 목사님 답변이었습니다. 둘 다 가하다는 것이죠. 실상 이렇게 말하기까지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거 같아요. 교회에서는 교회의 비리를 덮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얘기하는데 실상은 따스함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고. 실명화의 문제는 정작 당사자를 거론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얘기해서는 정화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봐요.

기윤실도 보면 한계를 느껴서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잖아요. 교회개혁을 해야 하는데 기독 시민단체의 금전적 공급은 교회에서 나오는 돈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개혁의 주체가 개혁의 대상에 종속되는 한계를 가져오는 거죠. 그래서 연대를 하는 것이 구조 상으로도 개혁의 수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결국 대담에서도 말하듯이 부패의 끝에는 돈과 결부되어 있거든요. 교회의 비리는 리더쉽의 문제라기 보다는 돈의 문제인 거 같고. 몇몇 대형교회를 보더라도 재단의 소유가 당회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리더쉽의 이전이라기 보다는 재산의 이전이니까.

후반에 “전병욱 목사의 책을 보면서 기도의 능력을 깨닫게 되었다”라는 대목에선 개인적으로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죠, 뭐. 저도 “새벽무릎” 같은 책은 삼국지 이후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신앙무협지 같았으니까. (웃음)

병훈: 대담에 중간그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저도 개척교회를 다니다가 지금은 중형 규모의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전에 다니던 작은 교회에선 어떻게 교회를 살릴까 하는 문제가 컸거든요. 그리고 그냥 청년들이 마음이 있으면 실행해 옮기기도 용이 했었구요. 그런데 중형교회에 오니까 무슨 일을 하려면 당회에 허락을 받아야 하고 작은 일 하나하나에 제약이 많은 것 같아요. 찬양의 형식도 제약이 있고, 악기의 사용도 부서별로 달라서 각각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든지 하는 일들이 낯설더군요.
그리고 문제를 드러내는 것과 문제 의식 자체가 없는 것은 다르잖아요. 의식이 없는 청년부 분위기에서 고군분투 한다는 건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운동을 할 때 행동이나 말 보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인격과 영성이 중요하다는 말에 많은 공감을 했어요.

용주: 대담 중간에 보면 설교 비평에 대한 얘기가 나오잖아요? 뉴스앤조이의 한종호 기자가 전병욱 비판적읽기로 설교비평에 물고를 텄는데 실제로 한종호 기자님은 연배로도 많이 위시고. 그 책에서 지적한 내용은 전 목사님의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불일치를 잘 보여줬는데. 하여간 교계에 많은 논란이 있었잖아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병훈: 뉴스앤조이에서 “전병욱 비판적 읽기”를 읽고 나서 많은 동감을 했었는데, 실상 우리교회에 적용시켜 보니 아직 어려운 거 같아요.

용주: 흔히 그런 얘기 하잖아요. 설교자는 단순히 설교내용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은사를 받아서 하는 거다. “하나님의 소리통”으로써의 설교자! 그런데 설교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설교자가 은사를 발휘하는데 자꾸 신경이 쓰여서 그 은사를 제한 할 수 있다는 생각 같은 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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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훈: 하지만 몰 역사의식을 가진 설교자의 예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잘못된 것을 받아들이는 성도들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교회 청년들은 전병욱 목사의 책들 좋아하고 아주 열광이거든요.

용주: 하지만 우리교회에서 실제로 설교자의 설교에 잘못된 해석이나 예화가 쓰였다고 해서 그것을 목사님께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상국: 목회자가 자신이 하나님의 사자라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비평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에요. 만인이 제사장이라는 생각이 받아들여져야 하죠. 목회자인 자신도 사람이라 잘못 알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결국 이건 목회자의 자세의 문제인데요. 목회자가 다른 사람의 비평을 받아들일 만한 자세가 되어 있으면 서로 간에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이렇게 해서 합의를 이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주: 최소한 원론적으로는 설교비평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합의점이 있는 것 같네요. 다만 결국은 방법론의 문제인데.

상국: 인터넷의 게시판에 공론화 시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사람 뒷통수 치는 격인 거 같기도 하고. 정중하게 목회자에게 조용히 얘기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두세 번 얘기해도 안 되면… 책을 쓰던가. (모두 웃음)

용주: 김동문 선교사님 글은 대학교 1, 2학년 때에는 재미없어서 그냥 넘겼는데 요즘은 흥미롭게 읽고 있어요. 저는 요즘 본질적으로 제가 제3세계의 나라들보다 미국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음을 알고 많이 놀랐어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백인과 대화하는 나! 미국에서 백인들과 함께 공부하며 학업을 계속하는 나! 이제까지 그런 생각만 해봤지 중동국가, 그 나라 사람들과 한 번도 스스로를 동일시 해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제3세계 사람들을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정서를 가지고 있는 거죠.
요즘 “알자지라”라는 책과 김동문 선교사님의 글을 보면서 그런 생각도 많이 하고 후세인에 대한 편견, 이라크의 실제 모습들을 많이 보고 배우고 있어요.

병훈: “찬양을 이야기하자”에서 마지막에, 찬양의 식민지화를 걱정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한국의 정서에 맞는 찬양곡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식민지화가 걱정할 정도인 것 같지는 않구요.

찬양에 관한 얘기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용주 형제님이 SF 연재글 쓸 때에도 찬양에 대한 얘기 했잖아요. 형제님이 썼던 것이 제게는 좀 충격이었거든요. 두란노 경배와 찬양이나 빈야드 교회의 찬양의 형식은 흉내내면서 정작 본질적인 것들은 받아들이지 않는.
사실 중요한 본질은 예배시간 몇 분의 찬양이 아니라 그 나머지 6일 동안의 삶에서 찬양이 드려지는 것이잖아요.

용주: 저는 찬양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은 없는데. 굳이 찬양에 대해 말하자면 찬양의 형식이 언플러그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상국: 그건 용주 형제 개인의 취향이죠. (웃음)

용주: 왜 음악의 장르도 라이프 사이클이 있잖아요.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이 있고, 전자음이 가미된 팝, 록을 걸쳐서 하드록, 해비메탈로 가다가, 시끄럽기만 하다고 다가 아니라고 하여 얼터너티브 록, 프로그레시브 록 등 다양한 장르가 발생하고 또 그 장르들을 서로 인정하고 공존하잖아요. 찬양에도 대중음악보다 한 템포 늦은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다고 보면, 찬양 시간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예배를 드려야 공평할 것 같은데 유독 예배 시간에 드리는 찬양은 스타일적인 유행을 타는 것 같아요. 사실 개인적으로 요즘의 CCM은 제가 찬양을 드리기엔 너무 시끄러워요.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로 찬양을 강요할 이유는 없다고 봐요.
또 인도자는 대개 특정 음반의 인도 형식을 따르는데 그 형식으로 인도하는 찬양 인도자의 찬양 형식에 휘둘리기 쉽상이죠.

요즘 저희 교회에서는 헌신예배 때 찬양인도를 그 부서에서 하는데 좋은 것 같아요. 청년부 헌신 예배 때는 청년들이 인도하고, 장년부 헌신 예배 때는 장년들이 인도하고. 전 개인적으로 장년들이 인도하는 찬양 예배가 좋아요. (모두 웃음)

병훈: 이건 여담인데 제 선배 중에 한 분이 이제 자기는 복상을 안 읽는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새로운 용어를 너무 많이 만들어낸다고 하더군요. TNT 세대, R 세대, SF 등등.

용주: 그건 공대생 출신의 편집위원들 취향인 것 같아요. 마치 신해철이 N.EX.T 같은 조어로 그룹을 만드는 것 같은거죠. (일동 웃음)

현아: 저는 잘 몰랐는데 와서 보니까 흥미롭네요. 모르는 게 많아서 얘기는 못했습니다만.

용주: 개인적으로 복상에 20대의 필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잡지를 보면서 괴리감을 느낄 때가 많은데 정작 바닥에서 움직이는 현장의 생생한 글쓰기가 없거든요. 복상은 잡지면서 학술지 같은 글들이 너무 많다는 게 저의 문제의식이죠.

병훈: 독자모임은 계속 첫 주에 하나요? 저는 책 도착 날짜가 좀 늦더라구요. 모니터링을 하려면 몇 번은 읽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시간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요.

용주: 그럼 둘째 주에 모임을 하는 것으로 하죠. 토요일이 좋은가요? 아님 일요일?

상국: 일요일이 더 나을 것도 같네요.

병훈: 저도 토요일에는 모임이 있어서.

용주: 그럼 일요일로 하죠. 다음 모임은 1월 둘째 주 일요일 7시에 이 장소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기 들고 왔는데 한 장 찍을까요?

사진은 찍지 못했다. 김현아 자매가 화장도 안하고 일하다가 왔다고 투덜대는 바람에 사진을 박으려던 계획은 무산됐고, 다음 모임에는 사진을 찍도록 다들 “꽃단장”을 하고 오기로 합의를 봤다. 병훈 형제는 목욕재개를 하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밖의 개인적인 나눔의 시간들을 3번의 음료수 리필을 받으며 즐겁게 보내다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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