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CONTEXT 논쟁: 이혼법에 관한 적용

　

** 이 토론은 홈페이지 토론실에 실렸던 것들을 편집한 것입니다.


<논의의 참여>

이름 : 유개추

다시 들어 왔는데 오랫동안 글 올리는 게 자제되고 있군요. 26번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김용주님의 주장을 살펴보면, Text를 기본으로 하고, Context는 가설연역적인 방식을 통한 부수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라면, 예수께서 이혼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해석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있는 게르하르트 로빙크 저, 허혁 역, 분도출판사 1977년간 "당신은 성서를 어떻게 이해하십니까?" 책의 149p 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예수의 이혼에 대한 말씀기록중 최초의 전승이라고 판단되는 마태복음 5장 32절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음행한 연고없이 아내를 버리면, 이는 저로 간음하게 함이요. 또 누구든지 버린 여자에게 장가드는 자도 간음함이니라"

당시의 유대사회에서는 지켜지기가 거의 곤란한 내용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를 대비해보아도 이 텍스트를 문자 그대로만 본다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말씀이다. 결국 유대인의 혼인법을 알아야

이 말씀은 어떤 생명력을 가지고 성서 독자에게 무언가를 말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즉, 유대인의 혼인법에 남자는 여자에게 조그마한 시비를 걸면서 이혼증서만을 써주기만 하면 이혼이 가능하였다. 역으로 여자의 입장에서 이혼을 요구할 방법은 없었다. 이는 신명기 24장1절에도 나오기는 하지만 당시의 여러 전통에 정통한 사람에게만 이해될 수 있고 텍스트 자체에는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양식비평 상으로는 '음행한 연고없이' 부분은 후에 첨가된 것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에수님의 최초말씀은 "자신의 아내를 버리는 자는 누구나 그녀로 간음하게 한다. 그리고 버림받은 여인에게 장가드는 자는 간음을 행한다"로 볼 수 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께서 보실 때 똑같은 인간인데 남자들에게만 유리하게 되어있는 유대율법은 잘못되었다고 할 뿐 아니라, 그렇게 유대인 남자들에게 허용되고 부단히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보며 그 유대인들이 가장 커다란 죄악(돌로 쳐죽일)으로 다루던 '간음'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씀하셨던 것이다.

위 책 '당신은...'에서는 위와 같이 말씀하신 것은 예수께서 율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에서 그런 식의 말씀을 하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우리는 사실 그가 이혼과 간음을 동일시하므로 무서운 선동을 꾀했다고 보았었다. 그런 방식으로 뒤흔들고 폭로하며 유대교적 이혼실천의 실상을 파헤치려했다... 마태복음서 5장 32절의 말에서 외형상 율법요구의 양식으로 역할을 하지만 새로운 율법을 제정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의 동시대인들의 율법성을 폭로하고 무력하게 하려고 했다는 생각을 일으킨다 >

이러한 입장을 이해할 때에야 우리는 바울이 왜 그렇게 지겨울 정도로 율법준수가 아니고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라는 말을 자주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그러한 율법무력화를 이야기하려는 예수님의 의도에 천착치 아니하고 문자 그대로의 말씀을 깊히 신앙한다면 즉, 아! 이혼을 하면 간음하는 것이구나 단정적으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또하나의 율법이 되고 말 것이다.

Text만을 기준으로 하고, Context는 부수적으로 이해를 돕기위한 것으로만 본다면 자주 위와 같은 우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며 성서의 여러 부분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고 전혀 엉뚱한 방향의 페이지를 따로 더듬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텍스트와 컨텍스트가 동시에 작용될 때에야 만이 그 자체의 원의(原義)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Context는 하나의 살아있는 해석과 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가 아닌가 판단됩니다.

　

　

<유개추님의 견해에 대해 1>

이름 : 김용주( ) 날짜 : 1999/08/03 조회 : 14

 좋은 지적을 먼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긍정한 박삼종형의 '가설연역적귀납법'에 대한 견해가 콘텍스트를 간과한다고 생각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좀 이야기를 유치하게 만드는 것 같긴 하지만 유개추님의 논지를 "텍스트와 콘텍스트"에서 "성경 해석학"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그게 제 견해를 다루기에 쉬워서 그렇습니다. 제가 아직 성경에 대해 신학자나 목회자처럼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제가 공부한 부분에서만 간단히 "해석학"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그 후에 이혼에 대해 실제적인 글을 올리지요.

 제가 배운 귀납적 성경방법(inductive Buible study)에 의하면 성경을 해석하는 데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성경을 해석하다 보면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해석의 방법에 있어서의 우선 순위가 다음과 같다는 것이지요.

1. 본문을 철저히 살핀다. (타번역 성경 참조)

2. 병행 구절을 살핀다.

3. 문맥을 가까운 데서 멀리까지 살핀다.

4. 관주와 성구 사전을 참조한다.

5. 성경사전이나 주석등 기타 참고 서적을 참고한다.

 이것은 실제적 지침인데 이러한 지침을 갖게 된 데는 멀리는 종교개혁의 구호 "성경이 성경을 해석한다"(scriptura sacra sui ipsius interpres)라는 관점에서 발전된 것이지요. 이는 불분명한 구절들은 분명한 구절들에 의거해 해석하는 것을 기본 방법으로 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종교개혁자들이 성경을 하나의 진리체계만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한 구절에 대한 해석이 성경 전체에 가르침에 모순될 수 없다는 신념(analogy of faith)에 근거한 것입니다. 따라서, 가깝게는 그 본문을, 그리고 병행구절, 그리고 문맥에서 성경 전체를 살피고, 그 이후에야 당시 상황을 살필 수 있는 다른 자료들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논리적인 우선권일 뿐, 상황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님은 자명합니다.

 또한, 현대에 있어 이런 종교개혁자들의 정신을 전승해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콘텍스트에 텍스트를 끼워 맞추려는 시도들이 20세기 들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 비롯된 고등비평의 영향으로, 많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성경을 그들 이성의 범주를 벗어나게 될 때 삭제시키기도 했고, 현대에 가치관과 문화관에 비추어보아서 부적합한 부분을 왜곡시키기도 했지요. 가장 큰 예가 동성애에 대한 바울의 비판을 그 시대에 미소년들에게만 적용시키려는 시도들, 성경을 페미니즘의 근거로 삼으려고 성경 문맥들을 짜집기하는 이들, 그리고 창조기록에서 무리한 해석을 가하려는 시도들이 그런 예들일 것입니다.

 또한 더불어 여기에서 문제시되는 부분은, 상황 즉, 콘텍스트도 역사적 기록에 의존하며 그 기록들의 진위 판별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많은 역사가들이 나름의 자료에 근거해 제시하는 그 시대상의 풍습들도 제한된 자료에 나름의 해석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정확하지만은 않은 부분이 존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인인 우리는 인격적인 관계로 이미 성경에 대한 정경성을 의심하지 않고, 성경을 묵상함에 있어 성령의 도우심으로 내적 명료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여 성경에 나타난 부분들을 통해서 일차적으로 성경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리고 나서 이차적 자료들, 이를테면 유대민족의 풍습들, 역사적 상황들을 비추어 텍스트를 재조명해볼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한가지 짚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그런 이차적 자료들로 오히려 텍스트를 새롭게 해석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그럼, 이제는 유개추님이 구체적으로 서술해간 이혼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다루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님이 게르하르트 로빙크의 저작을 예로 들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해석한 부분은 정당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경 전반에 걸쳐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결혼관, 이혼에 관한 말씀, 간음에 대한 말씀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 로빙크의 이러한 문제제기도 단순히 콘텍스트를 통해 텍스트를 비추어 보았다기보다는, 성경 전반에 걸쳐서 보았을 때, 통합될 수 없는 예수님의 본문 말씀("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음행한 연고없이 아내를 버리면 이는 저로 간음하게 함이요. 또 누구든지 버린 여자에게 장가드는 자도 간음함이라.")에 대한 의아한 생각으로 이런 저런 자료들을 살펴보게 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혼에 대한 율법을 볼 때, 유개추님의 생각은 너무 많이 나아간 경향이 있는데-아니 너무 단순하게 서술했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사실 모세의 이혼에 대한 율법은 상세한 해석이 가능하지 않은데, 여기에 대해 유대의 삼마이 학파는 이혼을 신실하지 못한 행동정도로 간주하여 해석을 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힐렐 학파는 좀더 나아가서, 본 책의 내용처럼 남자를 조금만 불쾌하게 하는 것은 이혼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확대 해석했던 것이지요. 이와 같이 학파에 따라 나뉘는 내용이기도 하고, 또한 성경에서조차 아내가 혼전 부정을 이유로는 이혼이 금지되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도 있습니다.(신22:13이하)

 그리고, 그렇다고 이 대목을 율법무력화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예수님은 '진실로' 이혼하는 것이 합당치 않음을 말씀하셨는데, 병행 공관복음인 눅16:17에서는 예수님이 그 말씀을 하시기 바로 전에 "율법의 한 획이 떨어짐보다 천지의 없어짐이 쉬우니라"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음행한 연고없이'가 후에 삽입되었다는 양식비평보다는 "일반적으로 간음으로 번역되는 '간통'을 이유로 이혼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는 NCBD의 해석을 신뢰합니다. 또한, 여기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게 '할 수 없다'고 하시지 않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는 점도 강조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울이 결혼에 대해 이야기한 고린도전서와 에베소서의 내용을 통해 우리는 남자가 결코 여성보다 율법적으로 나은 위치에 逞?않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또한 이혼이 바르지 않은 것이란 사실도 확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혼인이 하나님 앞에서 한 거룩한 서약이며 맹세임을 기억하고 또한 피치못한 상황을 제외한 다른 여건하에서 이혼이라는 것이 절대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임을 성경은 말하고 있음을 먼저 확인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간음함이니라"라는 대목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간음'에 대한 예수님의 행동과 말씀들을 다시 거론해 보아야 합니다. 율법에 따르면 '간음'은 돌로 쳐죽일 죄악임에 분명하지만, 예수님은 간음하다 잡힌 여인 앞에 돌을 든 무리들을 향해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하시면서 그 여인을 용서하십니다. 그리고 나서, 또한 그 여인에게 "다시는 범죄하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그는 자신이 율법의 완성이심을 스스로 증거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나(하나님이자 말씀, 곧 율법의 참뜻)를 알았느냐, 그러면 더 이상 죄에 머물지 말라." 행위적인 율법의 준수에서 그 내면의 변화를 이끄시는,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우리는 율법을 조명해야 합니다. 또한 사마리아 여인에게 남편이 여럿임을 알면서도 "너는 돌에 맞아 죽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소개하고 사마리아 여인의 내면에서 그리스도를 구주로 받아들이게 이끄셨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그의 행동에 맞추어 텍스트만으로도 조명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예수님은 우리에게 율법의 핵심을 전하고자 하시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율법의 무력화가 아니라 율법의 완성이지요. '간음'한 여인에게 왜 그녀가 간음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를 말씀하시고 또한 이미 믿은 무리들에게는 여전히 율법이 완성될 것을 강조하시면서 너희 구원을 이루라고 하시는지를 깨달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유개추님이 지적하신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유대 민족에게 있어 이혼에 관한 남성의 위치를 바로 파악하려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성경을 그 시대의 문화와 관습을 우선적으로 다루어 성경을 해석하려 할 경우,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말씀 자체를 왜곡시킬 여지가 다분히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여서, 지난 번 처음 인사하실 때, 아무 생각없이도 복음주의적 신앙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거기에 대해서 저는 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폴 틸리히와 불트만, 그리고 버트란트 러셀의 영향을 받은 가정에서 자랐고, 또한 제가 다니던 교회는 지극히 보수적이라 거의 신앙의 근본주의적 색깔을 가진 교회에 오랜 시간을 다녀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신앙에 대해 많은 회의를 하고 하나님의 존재와 성경의 정경성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 자신이 아무런 회의없이 신앙생활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3년 동안의 회의 끝에 복음을 진리로 받아들였고, 또한 하나님과 진정한 교제를 누리기전까지 제 지성적 측면에서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머리로만 인식한 하나님이 아닌, 진정으로 인격체이신 그분과 교제를 한다는 사실도 말씀드리고 싶지만 말이지요(^^;)

그런 이유로 인해 유개추님의 기독교관은 저와 어떻게 다른 지도 궁금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용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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