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벌, 북한: 그 파쇼적 닮음꼴에 대하여

** 이 글은 <복음과 상황> 7월호에 실린 박총씨의 글입니다.

제목 : 교회, 재벌, 북한, 그 파쇼적 닮음꼴(相同性)에 대하여

제 4의 계절이라는 장마철이다. 장마비가 적당히 오면 초록 기름이라, 거푸 맞은 벼와 푸성귀에 새파란 물을 꽉 채운다. 그치만 가뭄 끝은 있어도 물 난 끝은 없다고 비보라 치고 큰물 지면 무섭다. 바람이 먹빛 두루마리 구름을 말아올리면 땡볕 더위가 시작된다.
누렁이 혀가 할할거리며 길게 나오면, 안해와 껴안고 잘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나무 그늘에 누워 한잠 늘어지게 자고 싶으면, 안해가 바가지로 등목해줄 때 "어,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면, 소낙비 쏟아져 안해에게 우산 들고 정류장으로 나와달라고 전화하면, 그렇다면 7월이 온 것이다. 그래서 여름은 아주 미워할 수 없는 철이다.

교회, 재벌, 북한의 수상한 닮음

날도 후텁지근한데다 '교회세습'이니 '스포츠 투데이'니 해서 복장 터질 지경이었다. 내 무딘 펜대로나마 좀 긁어주려던 차에 재미난 발견을 했다. 교회 행태와 재벌 구조와 북한 체제가 판박이었던 것이다. 이덜 삼자는 전혀 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부자 세습, 독재와 무비판, 크기 숭배, 증식에의 욕망, 칼 같은 위계 질서, 비이성적 숭배 등 '파시즘적 상동성(相同性, homologi )'을 사이좋게 나눠 먹고 있다. 21세기에 웬 파시즘이냐고 할 지 모르겠으나 열린 학교, 열린 교육, 열린 사회, 열린 음악회 '열린' 곳으로 나가자는 소리만큼 세상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며, 교회에도 열린 예배, 팀 목회 운운할수록 파시즘적인 행태가 짙어져 간다.
재미난 것은 탄압을 피해 남으로 내려와 현재 한국 보수교단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북한 출신 교역자와 그 신자들은 아직도 극우보수 반공이데올로기를 성경적이라 믿으며 북한을 사탄이라 증오하지만, 교회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쌍생아처럼 여러모로 빼닮았다는 사실이다. 『레드 바이러스』같은 반국가적 불온서적을 빠콩 신부님과 공동집필하시는 목사님이 건재하시고, 총선시민연대 활동을 방해하고 극우보수정치인을 팍팍 밀어주는 나·대·모(나라를 사랑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인지 나라를 근심케 하는 대가리 텅 빈 모임인지 모르것다) 같은 엽기적인 모임이 교회에 있는 이상, 좆선일보(딴지의 '좃선일보'는 약하다)를 남근인냥 움켜쥐고 무소불위의 세력을 휘두르는 밤의 대통령 방씨네가 남하한 북한 기독교 세력이라는 것은 결코 놀라운 사실이 못 된다. 또한 제일 심각하게 곪은 자본주의의 종기 재벌이, 북한과 똑같은 방식으로 세력을 유지해가고 있다는 것과, 공산주의가 가장 재수 없어 하는 재벌이 남북경협의 선봉에 서서 북한과 서로 추파를 던지고 있는 것도 다 통하는 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가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겠다. 첫째, "신령한 교회가 파시즘이라니 오버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단호하다. "천만에!" 잘 나가는 일부 교회는 이미 파시즘이 농후하며, 뒤에 상술하겠지만 교회가 예수님의 '머리되심'을 포기하면 어느 집단보다도 파시즘에 의해 휘둘려질 위험이 크다.
둘째, 히틀러와 스탈린의 견원지간을 상기하며, 북한 공산주의와 남한의 파시즘을 어찌 동격에다 두느냐고 따질 수 있다. 그치만 단언하건데 파시즘은 공산주의의 배다른 형제다. 당장 북한 꼬락서니만 봐도 공산주의보다 파쇼에 가깝잖은가. 역사학자 스탠리 페인은 파시즘의 특징을 대중 동원, 민족주의, 지도자 숭배, 권위주의적 일당독재, 폭력의 정당화 이 다섯 개의 파일로 압축시켰는데 여기서 '민족주의’만 빼면 스탈린주의와 정확히 포개지다는 놀라운 사실! 파시즘의 창시자 무솔리니도 한때 잘 나가던 공산주의자였거든.
그럼 앞대가리는 이만 줄이고 지금부터 이들의 닮음꼴을 똥꼬 깊수키 시원스레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짜자잔!

어버이 수령님의 교시를 꿋꿋이 따르는 목회자들

며칠 전 유철 형을 만났다. 기윤실 근처 한 고기집에서 형이 좋아하는 갈비를 뜯었다. 고기가 부족했는지 우리는 소갈비보다 더 질긴 교회 세습 문제를 씹었다. 현재 충현교회, 구로중앙교회, 인천주안교회, 대구서문교회 등이 교회 세습을 완료했거나 완료 직전 단계이며, 소망교회, 강남중앙침례교회 등도 대물림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님은 지난달 최일도 목사님이 복상 대담에서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겠다고 하는 등 곳곳에서 '의병 항쟁'이 봉기하자 쬐금 방향을 트셨다. 아드님게 자리를 물려주는 대신 근사한 새 예배당을 지어주려고 돈가방을 꾸리셨다는 후문이다. 예전엔 가수 태진아 아저씨가 많은 사람 놔두고 하필 "선희야∼ 가방을 왜 싸니." 하고 노래했는지 몰랐는데, 이젠 확실히 알것다.
어버이 수령님의 교시와 재벌 회장님덜의 발자취를 충실히 따른 교회덜은 양철지붕처럼 급히 달아올랐다가 이내 식을 우리네 성정(性情)을 계산, 당분간 철저한 무반응으로 나설 것이 뻔하다. 그치만 이번엔 평소 얌전한 편인 기윤실까지 전면에 나서 비판의 화살을 쏴대니 좀 신경이 쓰이긴 할 거다. 하지만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라. 무대포 투구와 뻔뻔의 방패 등 파쇼의 전신갑주로 완전무장한 이 분덜은 우리의 화전(火箭)쯤이야 넉넉히 견디어 낼 테니.
그렇담 대형 교회 목자님덜께선 헤엄엔 자신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와 많은 양들을 실족케 하면서까지 그리 악을 쓰면서 자식 사랑을 몸소 실천하시는 걸까? 내 쫀쫀한 소견으로 볼 때 먼저 사람이다 보니까 소유욕에 내둘렸다고 보인다. "내가 어떻게 이 교회를 키웠는데…" 하는 식의 섬찟한 발상은 자수성가의 삶을 산 사람이 걸리기 쉬운 덫이다. 회장님덜도 목적어만 바꾸곤 똑같은 문장을 나불거린다. "내가 어떻게 이 회사를 일으켰는데…" 일성이 아저씨라고 "내래 워떠케 지켜온 나란데…" 한 말씀 안 거드시겠는가. 남로당의 거물 박헌영부터 시작해 허다한 정적을 숙청하고 버텨온 자리 아니던가.
근데 교회, 회사, 나라가 어찌 지들 꺼냐? 목사님의 가르침을 받아 이름 없이 헌신한 성도, 회사를 위해 묵묵히 일해온 종업원과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 고저 당과 수령을 위해 몸바친 인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 아닌가? 설교 시간엔 내 가진 모든 것이 주님께서 맡기신 거라며 청지기 정신 운운하시는 분들이, 왜 교회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거라고 생각을 못할까?
담으로, 뿌리 깊은 혈연주의가 웬수다. "그래도 내 자식놈이…"하는 생각은 '능력의 종'이라고 쉬이 떨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목회자들조차 핏줄 숭배를 끊지 못하는 한, 입양을 통해 혈연이라는 우상을 깨트리는 교인도 없을 것이고, 재벌의 세습도 그치지 않을 것이며, 망국적인 지역감정도 계속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리고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면 섭정(攝政)을 통해 교회 운영권이나 재산권을 행사하며 권력의 달콤함을 좀 더 빨아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뒤에서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하는 동안 이전에 저질렀던 잘못이 드러날 리도 없으니 이 아니 좋을쏘냐. 얼씨구!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쇼비니즘

얼마 전 복상 독자모임을 하면서 배도 고프고 해서 스포츠투데이를 오징어 다리 삼아 질겅질겅 씹었는데 참으로 똥맛이었다. 와중에 누군가 규장문화사에서 펴낸 『아름다운 사람 한경직』이 문제가 있다고 하길래 어느 정돈가 싶어 책방엘 들렀다. 한 목사님 사후 영락교회 홈페이지에 사이버 빈소를 만들어 놓고 방명록에 실은 글을 엮은 책이었다. 새삼 목사님의 영향력과 그 분의 됨됨이가 느꺼웠다. 그치만 왕년에 신사참배 한 것이라든지 죤두환 님을 여호수와 같은 지도자라며 축복한 일 등 그 분의 음화(陰畵)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더구나 고인에 대한 본받을만한 모습만을 추려 엮은 것까지는 백 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그 분의 검버섯을 드러냈다고 해서 조국 교회의 현실을 아파하며 사이버 빈소에 올린 글을 지워버린 짓은 하나님도 불쾌해하실 일이다. 독자모임의 누구도 글을 올렸다가 삭제됐다고 한다. 추모라고 해서 찬양 일색으로 도배하라는 법은 없으며, 쓴소리 내는 입을 틀어막는 것은 한경직 목사님도 원치 않으실 게다. 나는 생산적인 비판을 아예 불가능하게 하는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 교회의 파시즘을 재차 확인한다. 사이버 빈소를 관리한 '한경직 목사 기념사업회'는 '한경직 목사 미화사업회'가 되지 말기를 바란다.
비판 말살은 한국교회를 바리새주의로 석고화시켜 가는 가장 강력한 고형제다. 웬만한 교회에서는 평신도가 1년에 한 번 공동의회 시간에 큰 맘 먹고 문제 제기를 해봐야 씨도 안 먹힌다. 개혁주의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나님 외에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은 없다는 것 아닌가? '내적비판의 수준이 곧 그 사회의 수준'이라는 말이 맞다면 교회의 수준은 정말 알 만하다. 후지타 쇼죠는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에서 "비평 정신이 없는 곳에서는 어떤 종류의 민주주의도 자랄 수 없고, 폭력과 추종이라는 두 극단으로 흐를 뿐"이라 통탄한다. 교회에도 비판정신이 없기 때문에 목회자 1인의 독단이라는 폭력과 아무 생각 없이 그를 추종하는 두 극단이 흐르고 있다.
무비판 언론의 책임도 크다. 높으신 분들은 감히 건들지 못하는 교계 언론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교단 신문이 갑갑한 건 그렇다고 치고, 각종 교계 신문조차도 어떻게든 얽혀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고 기사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본인들도 인정하는 바다. 이런 상황에서 감히 누가 스포츠 투데이와 순복음교회를 건들 수 있으랴? <새벽이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동참하는 목사님 한 명 없는 현실이 나를 애통케 한다. 하긴 일반 언론의 경우도 광고 수주 때문에 재벌을 건드는 데 한계가 있음은 내남이 다 아는 사실이다. 재벌이 언론을 소유했는데 누가 누굴 건드리겠는가? 예서 365일 찬양 일색의 로동신문 얘긴 더해서 뭣에 쓰겠는가.

크기와 수량에의 병적인 집착

교회, 재벌, 북한 이들 삼자는 공히 '크기'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 남자들이란 어쩔 수 없나보다. 명색이 대형 교회라면 딴 교회에 꿀리지 않을 아방궁 같은 '성전'에 호텔 수준의 기도원 내지는 수양관은 기본 사양이다. '주의 사자' 목사님이 설교하실 '제단'(내가 왜 이들 단어에 따옴표를 쳤는지 알 사람은 다 알 것이다)과 타시는 승용차, 거하는 사택은 그 분의 사회적 명성에 걸맞아야 한다. 재벌은 어떤가? 사옥 규모도, 소유한 부동산도, 총매출액도 회장님의 쫀심을 지켜드려야 한다. 몇 년 전 삼성에서 국내최고층 건물을 지으려다 주민 반대로 무산된 거나, 코딱지만한 나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머시기 하는 게 그리 많은 것도 다 그 놈의 크기 집착 때문이다. 어버이 수령님은 말할 것도 없다. 입 떡 벌어지는 만수대대기념비의 대형 김일성 동상, 105층 유경 호텔, 15만명 수용의 5·1 경기장, 170m의 주체사상탑 등으로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려 든다(참고로 북한 현대건축의 주류는 당연히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건축양식이다. 건물의 한 층 한 층은 높고 기둥은 육중하다. 문과 창 주위엔 장식이 풍부하다. 혁명을 향한 인민의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수직선을 강조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성전이라며 자랑스레 말하는 이들이 역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건, 전체주의가 판을 치는 데선 공히 대형 건축물이 즐비했다는 사실이다. 나치가 슈페어와 같은 건축가의 도움을 받아 올림픽 스타디움, 총통관저, 나치당사, 집회장 등 고대의 로마를 옮겨놓은 듯한 거대한 세트를 만든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이렇듯 대형 건축물은 파시즘 집단에서 반복적으로 재연(再演)하는 주요동기(Leitmotif)이다.
삼자는 수(數)로 승부한다는 단순무식함에 있어서도 쿵짝이 잘 맞는다. 딴 교회 교인 뺏은 재적 인원 자랑하기, 계열사 확대 같은 지성전 수 늘리기는, 파시즘의 한없이 불어나려는 자체증대의 충동 내지는 팽창을 멈출 수 없는 제국주의적 성향으로밖에 볼 수 없다. 지금은 좀 뜸해졌지만 계열사수·종업원수·매출액 등의 몸집 부풀리기에 목숨 거는 재벌의 작태, 국토의 병영화·전 인민의 무장화 등에서 드러나는 북한의 광기는 괴물 같이 번져가는 파시즘의 자기번식력에 기초하고 있다.
파시즘이란 게 원래 개인을 개무시하니까 그러려니 해야겠지만, 괘씸하게도 한 인격체에 대해선 도통 관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교인들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든 말든 당회장직은 어떻게든 자손대대로 전수될 것이다. 고층빌딩 뒷켠에 판자집이 있듯 화려한 대형교회의 그늘엔 게토화·슬럼화되는 영역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숫자 놀음에만 열중하고 있다.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대의(인지 허울인지 모르겠지만) 앞에 직원들이 무더기로 해임되는 중에도 이건희 회장님께선 편법으로 수 조원의 회사 재산을 아들 이재용 군에게 빼돌렸다. '소액주주 운동'의 장하성 교수님이 지적하듯『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라』등 이건희 회장의 모든 책에 '주주'라는 말이 한 번도 안 나올 정도로 주주를 무시한다(이 책에 아부성 발언을 한 이어령 교수님 등등 증말 실망이다. 혹시 정말 이 회장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차라리 아부였음 좋겠다). 한편 현대는 경영권 쟁탈을 위한 골육상쟁의 비극을 조기 종연하려 했지만 몽구 님의 강한 반발 덕으로 절찬리에 장기공연 돌입했다. 북한 지도층은 개방과 개혁으로 충분히 인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으면서도 체제 붕괴로 인한 기득권 상실을 우려, 민초들이 짐승보다 못하게 굶어죽는 걸 방치해왔다. 중국 시골 남자들의 성노리개로 유린당하는 탈북 처녀들과 땅에 떨어진 국수 가락을 주워 먹는 꽃제비들의 부르짖음이 상달될 때 뒷감당을 어찌하려는지 모르겠다.

파시즘의 주체는 대중

파시즘은 신격화와 동시에 정착된다. 교회 안에는 나폴레옹 숭배자 쇼뱅(chauvin)이 득시글하다. 신격화는 먼저 철저한 위계 질서를 하부 구조로 삼는다. 유초등부 아이들이 괜히 "강도사님 언제 목사님으로 승진하냐?"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교회는 담임목사, 부목사, 교육목사(엄밀히 말해 선교목사, 음악목사와 동격에 있는 직책이 아니다), 강도사, 전도사 등의 위계를 갖는다. 원기'왕성'한 목사님 같은 분은 자기 이름을 도들새김하기 위해 총회장 선거에 헌금을 쏟아 붓고, 또 어떤 분들은 별 관심도 없는 분야건만 명함이 된다 하는 자리는 죄다 꿰차고 있다. 물론 간판격인 유명 목사님을 세워놔야 일이 된다고 생각하는 양반들도 문제다. 재벌도 만만치 않아 그룹총회장, 자동차그룹회장, 각 계열사별 회장 등 회장님만 수십명이다. 하긴 대학부터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 등 있지도 않은 서열을 매기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북한은 역시 한 수
위다. 칼 같은 당내 서열이 존재하고 있으며, 정일 씨한텐 '당총비' '국방위원장' '인민군 총사령관' 등 고급스티커는 다 갖다 붙였다.
신격화를 위해서는 중우정치(mobocracy)가 동원된다. 평신도가 똑똑하면 피곤해진다며 병신도를 만들고, 직원이 회사 속내를 알게 되면 강성 노조 된다며 일하는 기계로만 유도하고("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인터내셔널이 결성된지 136년이 지난 지금도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방해하는 삼성은, 한 외국언론이 비판한 것처럼 교조집단과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인민이 바깥 세상을 알면 체제가 무너진다며 눈귀를 가린다.
그렇담 파시즘은 신격화와 중우정치를 실시한 몇몇 독재자들의 작품인가? 아니다. 그것은 사실 카리스마적 인물을 사모하는 군중의 집단창작작품이다. 1922년 검은셔츠단의 로마 진군과 당시 저질러진 모든 행패는 무솔리니가 지휘한 것이 아니라 군중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알고 보면 파시즘적인 교회 운영을 지지하고 비판을 묵살시키는 이들은 목사가 아닌 교인이며 그 순간 그들은 '성도'가 아닌 '군중'이 된다. 유철 형의 말대로, '만민'의 '중앙'에 서 계신 목사님께서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교회 자금을 장만하려 했다고 해도 그저 '아멘'으로 화답하는 '군중'들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곤혹스럽다. 우리는 비이성적인 광기 앞에 할 말을 잊는다.
그러나 한편 대중들은 교활하다. 43년 무솔리니가 실각, 탈출 도중 사살되어 그의 시체가 밀라노의 어느 주유소 건물에 거꾸로 매달리자, 대중들은 생시의 그를 맞던 때만큼 열광적인 환호를 보낸다. 파쇼를 동원, 교인을 '성도' 아닌 '군중'으로 만드신 목사님들도 조심하셔야 할 겝니다. 세습 문제 등에 있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던 그들도 대세가 바뀌면 당신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서 처음 못지 않은 열광으로 '아멘' 할 테니까요.
1980년, 죤두환 행님이 광주를 토벌하며 더러운 집권욕을 드러낼 무렵 주한미군사령관 위컴이 요러코롬 주디를 놀렸다 한다. "한국인들은 들쥐와 같다. 들쥐의 습성은 한 마리가 맨 앞에서 뛰면 덮어놓고 뒤따라가는 것이다." 뒤에 위컴은 '망언'을 사과했다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들쥐'란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결국은 우리 안의 파시즘이 문제인 것이다.

파시즘은 대가리 달린 유사기독교이다

파시즘은 기독교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넓다. 리오타르가 말하듯 보편적 진리와 합의를 추구하는 근대 계몽사상의 거대담론은 파시즘 등 전체주의와 내적 연관을 맺고 있다. 따라서 거대담론의 일종인 기독교 세계관은 주님의 머리됨을 인정하지 않을 때 파시즘으로 변질되기 딱 좋다. 내가 볼 때, 마르크시즘이 성령 없는 이상향을 꿈꾸는 유사 기독교이듯 파시즘 또한 머리 아닌 대가리 달린 유사기독교다. 영화 <버닝>에 나오는 가위로 예수님의 머리를 댕강 잘라내면 군중은 '목잘린 몸뚱이'로 돌아다니는 것을 그냥 두지 않는다. 기독교 절대자와 파시즘 독재자의 위치가(位置價)는 동일하기 때문에 머리 자리를 노리고 머리 아닌 것이 목 위에 올라서게 된다. 군중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 환영하고, 아무도 머리가 되지 않으려 할 때는 추대하기까지 한다. 이 순간 그 집단은 파시즘으로 전환된다. 머리가 붙어 있을 자리에 손이나 다른 지체가 붙어 있는 몸뚱이를 상상해보라. 징그럽지 않은가? 그래서 파시즘은 괴물 같은 것이다. 한편 소수는 대가리의 머리됨이 얼마나 폭압적인지 알기 때문에 아무도 머리가 되지 못하도록 항거한다. 그 결과 몸뚱이가 사분오열하기 시작하면 그들이 원하는 무정부주의 상태가 된다.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면 인간의 역량으로는 파시즘이나 무정부주의 둘 중의 하나로 갈 수밖에 없음을 역사는 지겹도록 재방송해준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지식인이라면 100여년 전 드레퓌스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 기독인이 특별히 드레퓌스 사건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 때까지 불의에 맞서 싸우는 교회의 예언자적인 능력과 기상이 지식인들에게 넘어갔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역사는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저서 제목 그대로 '극단의 시대'였다. 이 시대에 지식인들은 앙가주망 전통에 따라 30년대 파시즘에 맞서 궐기했고, 68년 5월 혁명의 선두에 섰고,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횡포에 맞서 싸우고 있다. 반면 그간 교회는 내적으로 침잠해 갔고 밖을 향한 목소리는 기어 들어갔다. 이제 교회는 지난 100년간 빼앗긴 주도권을 찾기 위해 애쓰기는커녕 아예 파쇼의 원천이 되고 말려는가?
우리는 먼저 애통해야 하리라. 주님의 심장으로 아파하라. 회개하라. 머리 대신 대가리 달린 교회, 머리 둘 달린 괴물 같은 교회를 보면서도 징그러운 줄 모르고, 아무 문제 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애통하는 자가 되도록 기도해야 한다. 선지자들처럼 교회에 대해 서릿발같은 경고의 말씀을 선포하면서도 교회를 보듬고 울 수 있어야 한다. 예레미아처럼 창자가 끊어지도록 교회를 놓고 가슴앓이 하는 그대가 있을 때 교회에 희망이 있다.
그런 다음 용감하게 까발리라. 맞서서 싸우라. '천황제 파시즘'을 가장 예리하게 분석·비판한 마루야마 마사오에게 배워야 할 것은 자신들의 치부를 서슴없이 드러낸 학자의 `용기'다. 아무도 제 손으로 환부를 도려낼 수는 없다. 분노하는 이가 늘도록 드러내고 아파하는 이가 붙도록 폭로하라. 기독교는 하나님의 절대성에 순복한다는 것 때문에 어느 사상체계보다도 파시즘으로 변질될 위험이 높지만,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부모도 버릴 수 있고, 교회 지도자도 내릴 수 있고, 어떤 전통도 내던질 수 있을 만큼 혁명적이다.
이어 사고하라. 자신을 돌아보라. 생각하기를 멈출 때 파시즘은 고개를 든다. 교회 안의 파시즘은 더 지랄 같다며 욕하는 나도 파시즘에 잠식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난 십 수년간 기독교 세계관 운동과 더불어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한 나무를 심어왔고 또 그 실과를 따고 있지만, 바로 그 아래 파시즘의 잡초 또한 울창하게 번식하고 있음을 보아야 한다.
끝으로 자식 잘 키우자. 파시즘 운운하다 뜬금 없이 가정 얘길 하는 이유가 있다.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가 밝혔듯, 어린 시절 가족 내에서 권위주의에 대한 순응은 사회에서의 체제순응적 심리태도로 이어지며, 권위주의적 가정은 권위주의적 교회, 권위주의적 국가로 재현된다. 그대의 자녀를 '권위'가 아닌 '권위주의'에 굴복시킬 때 그 아이는 장차 커서 불의 앞에 비굴할 것이다. 맨날 하는 말이지만 해민(解民)이 하나 잘 키우면 백성을 해방할 수 있다.
상황은 심히 절망적이다. <스포츠 투데이>가 그렇게 개망나니 짓을 해도 순복음교회의 덩치에 깔려 죽을까봐 그런지 문제 삼는 어른이 없다. 우리가 존경하는 분들은 다 어디 갔는가?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계몽(enlightenment)을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공격적인 글을 써대는 것은, 우리의 무지를 밝혀주는 하나님의 빛과 님의 치료의 광선이 비칠 것이며, 지금도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아니한, 이 땅의 '로메로'가 되려는 칠 천명에게 호소한다. '부자세습' '스포츠 투데이' 문제 등 한국교회의 파시즘에 맞서기 위한 제 1차 기독 인터내셔널 결성을 제안하며 아래 구호를 가열차게 제창하고자 한다.

"교회의 '남은자'들이여, 단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