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세대 리포트>

: 날아라 기독신세대1-기독신세대의 신앙교육

**이 글은 <복음과상황> 98년 8월, 9월호에 연재된 이강일님의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지요. 일독을 권합니다.

초봄에 시작한 리포트가 여름의 막바지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재를 마칠 때가 되니 처음 리포트를 쓰기 시작한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되살아난다. 기독신세대는 사춘기 대학생들로서 신세대 문화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뿐이라는 것과, 80년대 중반에 비로소 시도된 총체적인 복음주의기독학생운동을 기독신세대가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서 연재를 감히 시작했다.
이번 8월호와 9월호에 걸쳐, 기독신세대에게 복음주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고서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개인신앙부흥운동으로 기울다>

그동안 기독신세대의 특성을 성장환경과 주변문화에서 찾아왔는데, 대학시절 배우는 신앙훈련에서 찾아보면 그들을 설명할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학시절의 신앙훈련을 통해 평생 지속될 가치관을 형성한다고 할 때, 교육내용에 대한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필자는 기독신세대가 경건주의적 신앙부흥운동에 관련된 훈련을 받고 있다고 본다. 경건주의는 종교개혁 후 독일루터파 교회가 초창기의 활력을 잃고 건조한 교리논쟁만 일삼는 상황에서 시작된 개인주의적 신앙부흥운동이다. 이것은 개신교권의 해외선교를 촉발시킨 영적각성운동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은 19세기 말엽 미국의 SVM(Students Volunteer Movement; 대학생 선교 자원자 운동)으로 이어졌다.

한국개신교도 사실은 이 선교자원자운동 출신 선교사들의 경건주의적 영향을 크게 받았다. 오늘날 기독사역자들은 이와같은 복음주의 선교운동사에 입각해서 개인적으로는 경건한 신앙을 추구하고, 대학에서는 복음을 전하고, 졸업 후에는 선교에 대한 책임을 일깨우는 방향으로 기독신세대를 교육하고 있다.

학생들도 이런 교육환경에서 자라다보니 현실세계를 읽는 균형잡힌 기독교적 세계관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실제로 이들은 경건 서적을 더 선호하고 있으며, 이들의 헌신에 직접 도움을 주지 않는 폭넓은 독서는 부담스러워하는 형편이다. 사역자들도 이들의 신앙성숙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을 도서는 읽도록 강조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때 이와같은 전통적인 교육과는 자못 다른 교육이 80년대 중반부터 일부 기독학생그룹에서 행해졌다. 이른바 총체적 복음주의 교육이 그것이다. 군부독재 상황에서 사회적 실천에 앞장서는 일반 대학생들을 보면서, 신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운동을 모색하다가 기독교세계관 서적을 만나게 된 이들은, 세계 복음주의 기독교의 약속이랄 수 있는 로잔언약이 천명한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 항목을 확인하면서 이 운동을 확산하려 하였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군부독재정권의 민간정부로의 이양 등 국내외 정세와 맞물려 총체적 복음주의운동은 성장도중에 곧바로 잦아들게 되었다. 게다가 기독사역자들은 당시 분위기에 맞춰 기독교세계관 입문서를 읽히는데 그쳤고, 현실세계와의 관련성을 규명하는데 힘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리고는 신앙좋은 학생들이 사회적 실천을 모색하면서부터 활력을 잃고 건조해졌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사역자와 기독학생들 사이에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봐도 총체적 복음주의운동은 사회변혁기에 일어난 기독교계의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한국기독교의 전통적인 취약성을 메꾸는데 기여할 만한 것이었다. 어쨌든 사회 상황이 바뀌고 기독신앙이 사회적 실천에 미숙함이 드러나면서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를 동반자적 관계로 알고 균형있게 실천하려는 총체적 복음주의이ㅡ 추구 자체가 사그러 들고 말았다.

<신앙의 사유화 현상이 걱정이다>

90년대 중반이후 대다수의 기독사역자들은 사역대상의 특성이 현저하게 바뀌었다는 근거로 종래에 모색하던 경건주의적 신앙부흥운동을 복원하고 강화하는 사역방향을 취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렇게 집중한지 벌써 5,6년이 지나왔다. 기독학생들 사이의 주요 이슈도 예컨대 '이땅에 임할 하나님 나라'에서 '개인 내면에 임하는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로 변모했다.

그러나 80년대 당시 상황 때문에 적잖은 학생들이 신앙의 근본적 확신을 변용하려 했던 것처럼, 지금은 내면세계에 매몰되는 개인주의적 신앙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 경건주의적 신앙부흥운동은 학생 개개인의 내면의 회복은 가능할지 몰라도 공동체성과 운동성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복음전도가 곧바로 사회변혁의 영향력으로 전화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격이다. 오히려 학생들이 운동할 영역을 개인의 내면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점차 비복음적인 신비주의적 영성이 이들의 복음주의 신앙을 혼란케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과거 사회참여 문제가 복음주의권의 기독대학생들을 자유주의적 기독교로 경도시켰다면, 개인주의적 영성운동은 이원론적 신앙으로 학생들을 몰아갈 소지가 있다. 어떤 기독사역자는 과거에는 신학적 자유주의와 진화론이 복음주의에 위협을 주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오히려 이원론적 신비주의가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원론으로의 퇴행은 현실세계의 어려움에 대한 극복의지가 없을 때 내면이나 초월세계로 비약하면서 일어난다. 현실을 해석할 틀은 준비되어 있지 않고 종교적 초월에 대한 강한 충동만 남는다면 그것을 강요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기독사역자들이 앞으로도 경건주의적 신앙부흥운동에만 매달린다면 신세대를 닮아가는 기독신세대에게서 신앙의 사유화, 이원론적 신비화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복음주의의 총체적 성격의 구현에서 찾고 싶다. 이런 제안은 80년대 사회참여를 모색하던 복음주의 학생운동의 향수에 젖어 복원을 꾀하려 한다거나 개인주의적 영성문화를 개탄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복음의 총체성이라는 큰 틀이 여러 운동을 균형잡히게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독신세대, 어떤 신앙훈련을 하나?>

선교단체에 속한 대다수 기독교신세대는, 우선 일주일에 한 번 정기예배 때 설교를 들으면서 자신이 변화되어야 할 부분에 대하여 도전받고 새로운 결심을 한다. 소그룹 모임에서는 성경본문을 택해서 공부하고, 역시 자신의 변화를 위한 적용점을 찾아 서로 나눈다. 그리고 매일 아침 교재를 사용해서 경건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신앙간증이나 강해설교 및 인간관계를 다루는 서적 한두 권을 조금씩 읽어나간다.

소그룹 리더들은 여러 명의 조원들을 만나 신앙상담을 하기도 한다. 대체로 이와같은 훈련은 '은혜가 되었다. 와닿지 않는다. 너무 어렵다' 등으로 평가된다. 특히 마음에 와닿아 은혜가 된 훈련에 대해서 기독신세대는 대단히 만족한다.
선교단체에서는 헌신된 제자를 양성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종 모임에서 나누는 셩경본문은 대체로 서신서등 개인의 신앙성숙을 촉구하는 것에 한정된다. 대학시절 성경전체를 공부하려는 욕구는 불신자에게서도 발견되는데, 성경전체를 공부할 수 있는 교육과정은 기독공동체내에 사실상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성경 전체의 맥을 잡는 것은 언제나 기독사역자의 몫이 된다.

학생들은 현실세계의 이해를 바탕으로 성경을 그들에게 적용해야 하는데도 개인 신앙의 변화에만 한정해서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성경 전체의 맥락과 공동체와 현실사회의 분석과 적용까지도 기독사역자에게 책임을 넘기고 그들의 설명에 만족하고 있다.

이미 지적한 대로 기독신세대의 신앙 및 사회관의 보수성과 개인주의적 성향은 선교단체 특유의 경건주의적 신앙훈련을 통해 기존의 틀을 바꾸지 못한 채 강화되는 듯한 인상이다.

<복음의 총체성으로 도전하라>

기독신세대의 신앙은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다. 대체로 현실사회문화 앞에서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미 지적한 대로 이런 방어력은 대학사회의 상대주의적 가치관의 공격에 무너지기 쉽다. 일반 대학사회와 교류가 없는 그들은 기독공동체 내부에서는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울타리를 넘어서는 분야에서는 그렇게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독신세대 특유의 문화적 개방성, 개인주의, 신앙적 보수성은 자신이 변화될 때와 사회에서 자신을 보존하는데 필요한 요소로만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경건주의적 신앙훈련은 이 특성을 별다르게 변모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학시절보다 훨씬 유혹이 많은 사회생활을 앞둔 기독신세대가 이런 교육만 받는다면 사회에 적응하는 단계부터 장애를 겪을 것이다.

예를 들면 사회적 접촉점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해 분리주의적인 신앙태도로 고립을 자초하기 쉽다. 또는 종교감정을 보존하고 좀더 분명한 능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다 보면 더 확실한 능력을 보여주는 이단종파로 빠질 수도 있다. 나머지 대다수는 신앙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에 끼여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기독신세대의 삶을 좁은 범위의 신앙영역에 머물게 하지 않고 기독교적 지도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복음의 총체적 관점을 회복해야 한다. 이런 관점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예수님의 삶을 통해 지지받는 것이다.
예수님은 인간의 일상 속에 성육신하셨다. 세상에 사시면서 동시에 세상에 속하지 않는 독특한 모범을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 보여주셨다.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님의 아들이라는데 두고 세상의 문제에 깊이 개입하셨다. 이러한 예수님의 삶은 인간의 삶 구석구석을 비추었다. 필자는 이런 삶이 총체성을 구현한 삶이라고 이해한다.

경건주의적 신앙훈련만으로 삶의 전 영역에 복음의 영향력을 미치는 삶까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미 1974년 로잔언약과 1989년 마닐라 선언 등을 통해 세계적인 복음주의권 기독교 지도자들은 복음의 총체성이 선교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음을 반성한 바도 있다.

이제는 복음의 총체성을 구현하려고 했던 신앙의 선진들을 추적하면서 기독교회사를 다시 보고 현재 신앙훈련의 내용을 재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복음주의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복음주의 교육내용을 역사, 현실, 영성, 공동체, 성경이라는 다섯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소홀히 가르쳐서는 안된다.

첫째 복음주의의 역사를 균형감각을 가지고 가르쳐야 한다. 복음주의는 16세기 칼빈의 종교개혁 정신, 17세기 독일 루터교회의 경건주의적 신교운동, 18세기 영미의 영적 대부흥기의 사회개혁과 선교운동, 그리고 19세기 말에 시작된 SVM운동에서 맥을 찾는다.

복음주의자들은 특별히 20세기 전반기에 현대사조에 적응하려다 정체성을 상실해가는 자유주의 기독운동에서 자신들의 신앙을 보존하려는 차원에서 분리되어 나온 바 있다. 그 당시 분리주의적 복음주의자들의 정서를 당시 미국에서는 '근본주의'라고 불렀다. 양차대전을 겪은 후 복음주의는 고립을 자초한 근본주의적 분리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음주의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학술 연구의 깊이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일단의 복음주의적 목회자와 학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신복음주의의 조류를 형성하였다.

60년대 자유주의적 기독교권의 선교운동이 종교다원주의로 흐른다는 위기의식에 접한 복음주의자들이 1974년 스위스 로잔과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모여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균형잡힌 복음화 개념을 합의하기에 이른다. 복음주의의 역사는 자유주의적 기독교와 대응 발전하면서 복음의 온전성을 재천명하고 복음화의 총체성을 구현하려는 흐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복음주의의 유산이 학생선교단체에서는 선택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SVM운동은 기독교 선교에 대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집단적으로 헌신했던 운동을 말하는데, 대다수의 학생 선교단체에서는 선교에 헌신한 역사만을 특히 강조하면서 오늘날 한국대학생들에게 선교 헌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종교개혁 당시 칼빈의 사회개혁활동이나 18C 영미의 영적 대각성운동의 영향으로 노예해방, 노동자인권운동 등 산업혁명 당시 문제에 천착해서 이루어진 사회개혁운동의 문제는 항상 부수적으로 취급되었다. 만약 선교와 사회개혁에 고른 힘을 쏟아온 복음주의자들을 발굴하여 소개하고, 예수님의 신인성과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복음주의적 교리를 명확히 세우면서 학생들의 자원적 헌신의 열정등을 골고루 부각시킨다면, 우리의 기독신세대는 복음의 총체성에 마음을 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강일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IVF 간사로 신세대 기독대학생들과 6년째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