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C 세습논쟁에 관련하여

C.C.C 세습논쟁에 관련하여

　

/김용주

"세습 논쟁에 휘말릴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투명하고 공정했다고 생각한다. 오해 살 만한 점이나 부끄러운 점은 없다. 또 욕심을 갖고 있거나 연연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세습 주장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나야 안 하겠다고 떠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김준곤 목사님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박성민 목사, "뉴스앤조이" 인터뷰에서)

　

C.C.C가 세습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웹 상에서 여러 글들을 검색해 보았다. 물론 박성민 목사가 대표가 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몇 년 전에 전해 들은 바 있다.

C.C.C의 공식 발표 자료나 언론 보도를 통해 박성민 목사는 매우 철저하게 검증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과정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주지하다시피 절차 상의 문제는 잘 짜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서 그런 절차를 밟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워낙 글들이 뿌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복되는 이야기들과 자료들은 차치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할까 한다.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이런 것이다.
내가 선교단체의 대표가 되었다고 치자. 그래서 내가 키운 리더들이 아주 많아졌다고 치자. 그 리더들 중에 5년 정도의 주기마다 10여명 정도는 아주 탁월하고 신뢰가 가는 이들이 배출되었다고 치자. 또한 그들은 C.C.C의 제자도의 바닥부터 함께 해 온 차세대 대표자들이었다고 치자.
그런데, 내가 나이가 들어서 사위가 생겼다고 치자. 사위가 아주 총명하고 탁월한 재능이 있다고 치자.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난 차기 대표로 사위를 세울 수 없다. 그건 일차적으로 나에게뿐 아니라 사위를 망치는 길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위는 나의 그늘에 제한될 것이다. 나는 그에게 김용주의 사위, 혹은 낙하산 대표라는 오명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형들이 보는 앞에서 요셉에게 값비싼 옷을 입히는 행위와 같다. 내 나이 새파랗게 젊다. 하지만, 나에게도 바닥부터 함께 해온 선교단체 후배들이 있다. 그들과 몇 십 년을 함께 해 온 후에 아들 뻘 되는 사위에게 대표직을 건의할 자신이 없다. 그건 일종의 부끄러움이다. 도리어 사위에게는 다른 식으로 자생력을 갖게 하는 게 그에게 더 건강한 일이다.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를 강조했다. 나는 왜 굳이 중간 리더십, 그것도 C.C.C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해 온 아래 세대를 다 무시한 채로 적법한 절차로 아들뻘 되는 친인척에게 세습이라는 오명을 안고도 "적법한 대표직 임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왜 굳이 한국사회의 불신자들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김일성 부자와 재벌과 동일시되는, 그래서 결국에는 복음의 확장에 방해요소로 까지 번질 수 있는 대표직 세습을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가면서까지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사위에게 세습을 강행할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굳이 친인척에게 이양할 만큼 다른 중요한 일들이 내부적으로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는 말이다. 단순히 리더십의 이전이 아닌 구조적으로나 행정, 재정 상의 어떤 안정을 주기 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왜 굳이 세상 사람들조차 문제삼고 불편해 하는 세습 논쟁에 휘말려가면서까지 "공정하고 적법한" 차기 대표직 임명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좀더 시간을 갖고 내부적인 문제들을 지켜볼 일이다.

글이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얘기하자면 그렇다.
장인어른과 주변의 친한 분들이 자신 신앙과 리더십을 인정하여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자신이 대표가 되었다고 치자. 나는 박성민 목사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저에게 많은 가능성을 보고 대표자라는 위치에까지 언급하여 주신 것은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저의 장인어른과 저 사이에는 C.C.C에서부터 훈련을 받아서 저보다 더 많이 헌신하고 고생한 중간 세대의 리더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분들의 능력이나 자질이 결코 저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여기에서 제가 대표를 맡게 된다면 장인어른의 고귀한 업적에 흠을 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친다 하더라도 제가 그 자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제자도의 기본에 어긋나는 무엇입니다. 저는 부끄럽지 않은 위치에서 사역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