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학

우리의 미학

최근에 좋은 책을 한 권 읽을 기회가 있었다. 보통 한 달에 여러 권의 책을 접하다 보면 타성에 젖어서 읽게도 되고, 모두가 그저 그렇게 흘려보낼 때도 있었는데...요사이는 날씨도 많이 쌀쌀해져서 좀 따뜻한 책을 읽고 싶었다. 꽤 오래된 책이었는데 존 화이트(John White)목사님의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원제: Daring to draw near, 엠마오 역간) 였다.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부제는 <성경에 나타난 10인의 기도임-저자는 성경 속에 나타난 사람들의 기도를 통해 진정한 기도, 즉 하나님과의 교제의 모습들을 그냥 평이하게 서술해 놓았다. 글의 형식은 마치 그의 다른 저서인 <탁월한 지도력>과도 비슷하다. 존 화이트 목사님의 뛰어난 점이리라 여겨지는 부분은, 성경의 텍스트에 충실한 깊은 주해를 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밝힘으로 써 감동과 함께 진정으로 바른 깨달음을 주는 매력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중간 즈음에는 다니엘의 기도가 나오는데 존 화이트는 다니엘이 회개함에 있어 "우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주목한다. "우리는 이미 범죄하여 패역하며 악행하며...듣지 아니하였나이다"(단9장) 저자는 다니엘만큼 당시 이스라엘의 타락한 사회속에서 순전함과 고결함을 겸비했던 이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다니엘은 자신을 백성들사이에서 의롭다고 구별짓지 아니하고 그의 생각 속에서 "우리"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별도 두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사실, 이 대목보다 더 큰 감동과 도전을 주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나는 여기에 주안점을 두려고 한다. 우리는 쉽게 우리의 모임 가운데에서 많은 불만을 토로한다. "그들은 무엇이 결핍되어 있어." 기도할 때에도 "주여 그들 가운데 진정한 회개가 있게 하소서."와 같은 류의 기도를 그간에도 수없이 많이 들어왔고 나또한 많이 해왔다. 그렇게 함으로서 어쩌면 나는 내 자신이 그런 부류에서 구별되었다는 안도감과 진정으로 순결한 신자가 되었다는 기쁨을 가지려 했는지 모른다. 짧은 IVF 선교단체 생활을 하면서 많이 했던 생각은 "나는 이들과 다르다. 이들은 무엇, 무엇이 결핍되어 있다." 라는 것이었고, 자주 좀더 나은 모임으로 소속을 옮길 생각을 하곤 했다.
여전히 캠퍼스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존재할 것이다. 현대인들을 점점 사람들, 혹은 단체 내의 관계를 쉽게 생각하는 듯 하다. 한동안 모임에 참여하다가도 다른 이들로 부터의 비난을 접하거나, 모임 가운데 작은 단점이 보이기만 하면 공동체 안에서의 우리의 정체성은 이내 소멸되어 버린다. 결국에는 "그들"과 "나"사이의 구별만이 남는 셈이다.
간혹 기독교인들에게 비난이 가해질 때, 자신은 그런 답답한 부류의 신앙인이 아니라고 자기 자신의 결백성(?)을 주장하기 쉽다. 또한, 하나님의 심판을 얘기하면서 불신자와 나자신을 용이하게 구분할 수 있는 담대함(?)조차 우리에겐 있는 것 같다. 진정 그들과 나 사이에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이 말의 의미를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본인은 하나님이 선택했지 우리가 스스로 선하기에 신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기 자신이 그렇게 구별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자기 의가 없는 한 우리는 다니엘의 기도를 드려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자신도 너무 오랜 시간을 요나와 같은 삶을 산 것 같다. 마치 니느웨 사람들이 멸망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기 의에 도취된 선지자처럼. 항상 불의한 다수에게서 나를 제외시키려는 마음을 가졌던 과거에서, 이제는 "우리"라는 말을 하나님앞에 고백할 때가 온 것은 아닌지...
"그렇습니다. 하나님 앞에 우리가 범죄하였습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라고 고백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