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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 War? Pro Peace! : 한국 아나뱁티스트 센터

/주간 기독교

시대 조류에 쓸려 떠오르는 각 시기의 화두가 있다. ‘평화’라는 단어가 살갗을 휘감고 채근하듯 달겨드는 건, 지켜내지 못한 현실에 대한 우리의 자괴감일지도 모른다. 기어이 전쟁은 저질러졌고 짓이겨진 평화는 전 대륙을 황망히 흘러다니며 갈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전장으로 들어간 인간방패들. 각기 다른 모습의 생활인이던 사람들이 모여 ‘반전평화’라는 하나의 깃발을 앞세우고 이라크로 향했다. 그 중에는 한국 아나뱁티스트 센터(KAC : Korean Anabaptist Center 총무·표대문)* 소속으로 떠난 유은하(29) 씨가 있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여러 명이 귀국한 뒤에도 여전히 이라크에 남아 있는 그에겐 CPT 일원으로서의 사명이 현재진행형으로 작동한다. 인간방패라는 임무를 넘어서 ‘기독교평화사역팀’(CPT : Christian Peacemaker Teams)으로서 증인되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미국 시카고에서 결성된 CPT는 기독교 평화주의 원칙에 따라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콜롬비아, 아프가니스탄, 이스라엘 등의 지역분쟁지에 가서 폭력에 노출된 이들과 동행하며 신변보호, 증인의 역할을 맡아온 CPT다. 이미 작년 10월부터 이라크에 대표단을 파견해 조사하고 알리는 활동에 주력하는 이들은 정치적 활동의 일환이 아닌 현장 주민들의 이웃으로 동행하며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애써왔다.

　

아랍 분쟁지역에 평화공동체를 설립하는 꿈을 가져온 유은하 씨는 KAC의 정신과 CPT 활동을 알고 전쟁 3주 전에 직접 찾아가 이라크로 가겠다고 했다. 소정의 훈련과정을 요하는 CPT이고 급박한 상황이라 우선 IPT(이라크반전평화팀) 일원으로 합류했지만 현재 이라크 전장에서 CPT와 함께 활동중이다. 최근 소식으로는 식량 문제 등으로 최소 인원만 남기고 요르단으로 나왔는데, 유은하 씨는 이라크 잔류팀에 속해 있다고 한다

“예수의 평화는 정치적 평화가 아니라 화해의 사역입니다. 우리는 단지 반전(Anti War)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평화지향(Pro Peace)을 말하죠. 은혜와 개인구원만 강조하는 현재의 교회, 역사 속에서 침략적 선교에 골몰하던 기독교는 직무유기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평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거든요. 귀국 후 유은하 씨를 통해 한국교계 안에 평화에 헌신할 단체가 생기길 바래요.”
표대문 선교사와 KAC 평화간사 이재영 씨가 덧붙이는 “교회는 국가의 양심인데…”라는 말에, 예수가 남겨준 평화의 진정성을 얼마나 수호하고 있는지 뜨끔하며 돌이켜 보게 된다.

캐나다 시골의 작은 교회. 예배 중 알림 시간에 ‘엘살바도르와 북한을 위해 기도하자. 헌금과 구호품을 보내자’하는 모습이 마냥 낯설고 조금 우습기도 했는데, 다음 시간에 정말 구호품을 모아 보내는 걸 유학시절 이재영 씨가 보았다 한다. 세계분쟁을 개인의 일로 받아들이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평화’는 더 이상 도덕 교과서 속 단어가 아니었다.
　

한국 아나뱁티스트 센터 www.koreaanabaptistcenter.org
유은하 씨 홈페이지 http://withyoo.cyworld.com

＊재세례파로 알려진 아나뱁티스트의 역사는 16세기 종교개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교가 분리되지 않았던 당시 다분히 정치적 배경으로 치러지던 유아세례를 반대하며 탄압받다 공동체 생활로 순례하게 된 사람들. 아나뱁티스트의 분파 중 하나인 메노나이트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데, 6·25 이후 대구, 경산 지역을 중심으로 20년 간 구제에 전념한 이들이다. ‘평화’를 복음의 핵심으로 삼아 ‘비폭력·무저항’을 실천하는 이들이 구성한 CPT는 신앙에 기초한 비폭력적 대안을 제시한다. 일련의 훈련과정을 거친 후 분쟁지에서 문서, 관찰, 비폭력 중재 등의 역할을 맡는다.

정미현 기자 papaya1@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