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T(20-30대 기독인)세대 논쟁을 보면서

　

** 이 토론은 복음과 상황 카페에 실렸던 황석주님과의 토론 내용들을 편집한 것입니다.

　

　

TNT, 요즘 이어지는 논쟁을 보면서.. 황석주

 TNT론에 관한 유은하자매님의 글과 그에 이은 여러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그게 잘 표현이 안되더군요. 제가 아직 제대를 안 한 탓인지 예전 민간인으로 있을 때처럼 아직 지적능력(?)이 회복이 안 되었나봅니다.

 그래도 제가 가진 생각들을 공유하고 또 모자란 부분들에 대해 여러분들의 지적도 받고 싶고 해서 이렇게 카페에 글을 올립니다. 저도 가능하면 복상에 직접 내보고 싶은 꿈(?)이 없는건 아니지만 아직 그럴 수준은 아닌 것 같아서요..^^;

 유은하자매님의 글에 대한 김용주형제님의 비판을 읽고 저는 "이건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유은하자매님의 글을 읽고 결코 그 글이 20대의 개인적 영성으로의 함몰을 방관하려는 내용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글쎄요 그 글 어디에서 20대의 영성은 개인주의적인 영성이며 개인주의영성도 나쁜 것이 아니다 혹은 20대와 30대의 연합에 반대한다라는 내용을 본 적이 없거든요.

 제가 그 글을 읽고 제 방식대로 "해석"한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90년대 들어와서 운동권이 캠퍼스 내에서 헤게모니를 잃은 채 상대주의가 만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기독청년들이 과거와는 다른 방향에서 복음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80년대는 흑백의 논리가 주였고 운동권대 비 운동권, 혹은 민주화를 향한 투쟁과 그렇지 않음으로 나누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 기독대학생들의 고민은 민주화 투쟁에 동참할 것이냐 아니면 보수적인 신앙속에 앉아있느냐하는 것이였죠.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예전같으면 나 예수믿는다 하면 민족과 나라의 역사적 현실을 외면하는 부류로 취급받았을 텐데 - 이런 비판 속에서 우리의 선배들은 복음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 이제는 나 예수믿는다 하면 그래 너 예수믿어라 라는 식으로 상대주의의 한 부분으로 여겨질 뿐입니다. 이런 가운데 90년대의 기독대학생들은 복음이 정말 사상과 철학들, 신앙들 속의 한 부분이 아닌 진정한 진리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은하자매님께서는 이런 맥락 속에서 20대의 복음에 대한 고민과 하나님을 진정으로 만나기 위한 노력들을 가리켜 "그대 길을 가라"고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대학교 때 선교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신앙에 대한 회의와 정체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제 자신도 그런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다시금 깊이 만나고자 하는 노력중에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 글은 20대들이 민족과 사회의 문제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개인영성에만 천착하는 것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에 대한 지적동의와 올바르지 못한 사회구조를 향한 분노 등을 가지고 자신을 소진시키고 있는 20대들에게 하던 일들을 내려놓고 다시금 복음의 진리를 발견하고 하나님 그 분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격려하는 글인 것입니다.

 김용주형제님께서 카페에 올린 글에 나와있는 것처럼 유은하자매님은 복음의 개인적인 영성뿐만 아니라 사회의 문제와 선교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 분입니다. 다만 그분의 글에서 그런 논지들이 - 김용주형제님이 지적한대로 - 뚜렷하게 나타나있지 않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사실 이런 논쟁들은 그것이 가져다 주는 사람들의 TNT세대론에 대한 관심을 제외하고는 소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30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각자가 보기에 달린 것이죠. 그렇다고 연합을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20대와 30대의 차이점을 인정하자는 말입니다. 중요한 점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선배들이 자기가 속한 영역에서 복음을 살아내고 있는 모습들이 자꾸 나타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20대들도 민족과 사회를 향한 관심은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자료를 제시할 순 없겠죠. 그렇지만 그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 분명할 겁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신앙과 기독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의 전수없이 그들을 내버려둔다면 개인주의적인 영성으로 빠져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캠퍼스에서 열심히 활동중인 기독대학생들이 정말 개인의 신앙에만 관심이 있고 더 큰 문제들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선배들의 지속적인 격려와 지도는 물론 필요합니다. 다만 그네들이 자신들의 신앙과 복음을 향한 확신을 가지게 될 때에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선배들의 본을 기꺼이 따르려고 할 것이며 더 나아가 30대들과 연합하는 일에도 헌신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쓰고나니까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좀 더 정리되고 논지가 분명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뭐 이럴 수록 많은 분들이 야 저런 수준의 글도 올리는데 내가 쓰면 더 낫겠다 하시면서 의견을 표시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구차한 변명을 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구요, 아 참 저는 지금 말년휴가중입니다. 이번달 말일에 제대를 하게 됩니다. 많이 많이 축하해주세요. 그럼 평안하세요.

　

　

황석주 님에게

 안녕하세요, 석주님. 반갑습니다. 아마 안면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이 맞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전역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제 글에 대해 언급해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6월에는 그래도 좋은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9월에까지 글을 쓰고 나니 '너무 한 것 아니냐'라고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자중(?)하겠습니다. 이후로는 유은하씨의 글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어차피 저의 3개의 글을 통해 필요한 말들은 다 한 것 같습니다.

 단지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먼저는 20대와 30대의 다른 부분입니다. 저는 그것을 인정하나 다르다는 이유로 20대와 30대의 거리 차를 넓히려는 생각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석주님이 지적한대로 30대가 운동권과 비운동권으로 이분된 데 반해 20대는 상대주의와 다원주의 속에 있음은 바른 지적입니다만, 제 생각엔 한철호씨의 지적대로 지금은 그런 상대주의 때문에 상황을 바로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관점에 동의합니다. 또한, 저는 20대의 신앙의 확인이 왜 30대를 제쳐두고 이루어져야 하는가라는 점과 왜 상황(context)를 제외한 채 자신의 신앙을 확인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20대의 신앙 확인 작업은 저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 그것이 30대와 더불어 이루어져서는 안되고 굳이 '여행'을 가야만 하는지가 알고 싶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또 연합이라는 화두로 다시 여행을 떠나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이건 농담입니다!)

 다음 부분은 좀 길게 인용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사실 이런 논쟁들은 그것이 가져다주는 사람들의 TNT세대론에 대한 관심을 제외하고는 소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30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각자가 보기에 달린 것이죠....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선배들이 자기가 속한 영역에서 복음을 살아내고 있는 모습들이 자꾸 나타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왕 강준만 교수를 언급한 거 이참에 뿌리를 뽑아야겠습니다.(^^) 강 교수는 95년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 이후로 인물과 사상, 김영삼 죽이기, 언론과 하이에나, 뭐 그런 책들을 소모적이다 싶을 정도로 많이 내었습니다. 그 안의 내용은 거의 비슷합니다. 다 "바른"의 문제입니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에 대해 계속해서 "바른" 글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지요. 자신이 말했다시피 강 교수는 자기 글이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더군요. 그런지가 어언 4년, 그의 소모적 글쓰기가 결실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를 이제 사회에서는 언론권력이라 말합니다. 인물과 사상은 정기구독자만 10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TNT세대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 "소모적"이지 않은 것 아닙니까. 제 생각에는 TNT세대론이 좋은 결실을 맺는 운동으로 열매맺을 수 있다면, 매일 글만 쓰다가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하지만 황병구씨의 말대로 회의적이 부분이 적지 않은 편입니다) 왜 소모적이라고 생각하는지요. 20대와 30대가 묶일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서 그렇습니까. 그것이 진정 각자가 보기에 달린 것입니까. 중요한 것은 선배들이 나름의 위치에서 제각기 소금의 역할을 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럼,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에 대해서는 선배들 각자가 나름의 노력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신앙인으로 "바른" 목소리를 내면, 그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교회에서 권위있는 목사님에게 정죄되는 현실에서 연합이라는 화두가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저의 선교단체 지부에 있던 신종렬 간사님은 보수적 교회에 다니다가 눈밖에 나서 기도하러 교회당 안에 들어가는 것까지 저지 당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한 사람 한 사람 우리의 선배들은 바른 신앙인입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황병구씨의 통계대로 20,30대 기독인들은 여전히 교회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그 폭발력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20대는 30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고민들을 처박아 둔 채로 살고, 30대는 사회에서 나름의 생존 전략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음을 들었습니다.

 20대와 30대가 묶일 수 있냐 없냐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에 대한 도전이 없다면, 우리는 서로의 세대에 대해 노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뭘 더 하자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말 그대로 위축된 20, 30대가 본색을 드러내자는 것 아닙니까. 연합이라는 화두가 중요한 이유는 제가 속한 선교단체에서도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지금의 제자도도 벅차하는 후배들에게 학사들과의 연합을 위한 논의가 받아들여지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잖아도 바쁜 이들에게 '그래도 우리 통일 학교 한 번 가보자"라고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CCM캠프다 내적치유 수련회다 바쁜 이들에게 "학사들과 연합 수련회 해서 그들의 고민도 듣고 또 함께 대처할 수 있는 운동들을 모색해 보자"라고 도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혼자서도 잘해요"가 아닙니다. 제 판단으로는 선배들이 자기가 속한 영역에서 잘 못하고 있기 때문에 20, 30대가 사회에서, 교회에서 본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30대의 그 진지했던 고민들이 20대에서 결실을 맺고 이제는 그 긴 고통의 줄이 끊어져서 두 세대가 신앙인으로서 원 위치를 회복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저는 30대의 고민들에 대해 진지하게 반응하고 싶고 제 세대, 혹 제 후 세대에서 좋은열매들을 맺게 되길 소망합니다. 그렇기에 30대가 떠넘긴 고민들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기숙영씨의 말마따나 선배들과 묶인 채로 결승점에 당당히 골인하고 싶습니다.

　

　

김용주님의 글에 대한 답변

 제 글에 대한 의견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용주님의 글을 읽는 것은 저에게 많은 도움과 질책이 되었습니다. 기실 누군가가 제 글에 대한 비판이든 동조든 글을 써주시기를 은근히 바라고도 있더랬습니다. 그래야 제가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또 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을테니까요.

 용주님의 글을 읽고 난 후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출발점이 어딘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답변을 생각하던 중 나름의 주저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글은 제 개인의 이야기이며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한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변명이자 변론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거기에서 용주님과 저의 ?어쩌면 유은하님도 말입니다 ? 입장의 차이가 나오고 있는 듯 합니다. 이 말을 하면 논쟁이 성립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저는 용주님처럼 TnT세대론을 쓰신 황병구선배님 세대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2인3각”경기를 하기 원하는 사람임을 먼저 밝혀둡니다.

 유은하님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할까 합니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우리는 여행에서 돌아오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내가 처하고 있는 일상의 의미들을 새롭게 재발견하기 위함입니다. - 유은하님께서는 어떤 의미로 이 여행을 언급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지만 이 글은 제가 쓴 글이므로 유은하님의 글과 다른 제 개인 별도의 글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 복음과 상황 5월호에 실린 유은하님의 글에 대한 반론인 6월호 용주님의 글에서 용주님은 20대가 여행을 하도록 내버려두면 상황에 대한 문제는 저버린채 개인의 영성과 내면치유 같은 문제들에 천착해버릴 것 같다는 우려를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상대주의가 지배적인 요즘 상황 속에서 20대들이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럼 어째서 유은하님과 저는 이 “여행”을 찬성하는 것일까요. 앞서 말했듯이 이 문맥에서 “여행”은 일상의 의미를 발견코자 함입니다. 이 말을 찬찬히 생각해주십시오. 제가 말하고자 하는 일상은 복음을 어떻게 하면 우리의 상황에 들고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삶이지 내면의 영성에만 매달리고 있는 삶이 아닙니다.

 저도 우리가 믿고 있는 복음이 우리가 살고있는 정치, 경제, 문화적 상황가운데에서 그 영향력을 나타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 2,30대들이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신앙의 선배들의 자취를 물려받아 이제 앞서 말한 복음의 영향력을 위해 함께 달려가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여기서 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의 평가를 제가 한다는게 객관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저도 군대가기 전에 참 열심히 살았더랬습니다. 용주님처럼 교회에서 교사도 하구요 성가대, 찬양팀인도, 청년회 임원, 학교에서는 선교단체 리더, 제가 속한 학교의 기독인연합회임원 등 말입니다. 제 자랑이 아니라 복음과 상황의 많은 독자들 대부분도 이런 바쁜 삶을 보내셨거나 지금도 그렇게 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어떻게 하면 캠퍼스와 이 사회 가운데 그리스도의 복음이 통하는 세상을, 하나님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고는 군대를 왔습니다.

 군대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 왜냐하면 군대 속에서 복음을 향한 더욱 강한 확신을 가지고 제대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 군대에서 제 자신과 제 신앙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달려온 길을 뒤돌아보았습니다. 낭패감이 들었습니다. 잘못 달려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사람을 맥빠지게 하더군요. 하지만 분명히 길은 제대로였습니다. 정작 문제는 그 길을 달려온 이유가, 목표가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억에는 그 이유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그 문제들을 곱씹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하나님께서 주시는 진정한 소망을 찾아야겠다고요. 그래서 저는 사실 여행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 스스로 그런 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유은하님의 글이 나오기 전부터 저는 그 여행을 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TnT세대론이 나왔을 때 하나님 나라를 향한 소망을 가지고 저는 그 글을 기쁘게 읽었고 유은하님의 글이 나왔을 때도 저같은 사람을 격려해주는 그 글 또한 기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30대에게 20대들의 여행을 “곱게”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렇다면 처음부터 20대라는 용어의 의미를 대폭 축소해서 “20대 중에서 상황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자신의 신앙의 확신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20대”로 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들을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비판을 들어도 제가 처음부터 의미했던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20대는 그런 20대입니다. 용주님께서 얘기하신 “그렇지 않아도 바쁜 사람 붙잡아 놓고 통일학교 가자고” 해야하는 20대들은 사실 제가 의미했던 20대가 아닌 것입니다. 물론 저는 요즘의 20대 초반의 그런 분위기에 대한 용주님의 의견을 적극 지지합니다.

 저는 94학번입니다. 제가 보기에 94학번, 특별히 선교단체내에서의 94학번은 386세대로 불리우는 30대와 요즘 내적치유나 개인영성에 많이 집중하는 신세대들 가운데 애매하게 서있는 세대입니다. 상황에 대한 인식도 선배들에게서 물려받았지만 새로운 세대들의 내적성향의 신앙을 보면서 자기 자신 속에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얘긴 유은하님의 5월호 글에서 나온 걸로 기억합니다. 유은하님도 여행을 떠나려는 20대를 그런 20대에 한정시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은하님은 93학번이고 제 판단에는 93,94, 그리고 95학번 정도까지가 제가 얘기하는 좁은 의미의 20대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저는 2인3각경기를 찬성합니다. 용주님의 말씀대로 “30대의 그 진지했던 고민들이 20대에서 결실을 맺고 이제는 그 긴 고통의 줄이 끊어져서 두 세대가 신앙인으로서 원 위치를 회복”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저도 “30대의 고민들에 대해 진지하게 반응하고 싶고 제 세대, 혹 제 후 세대에서 좋은열매들을 맺게 되길” 소망합니다. “선배들과 묶인 채로 결승점에 당당히 골인하고 싶습니다.” 다만 그 이전에 선배들에게서 물려받기만 했던 경주의 의미들을 제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고 난 후 경주를 시작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번 9월호의 글에서 교회수련회를 결국에 못가게 된 예를 들었는데 그 글을 읽으면 용주님의 글을 반대하는 입장 - 나나 유은하님 - 에서는 20대 전체가 30대의 고민을 따라가지 않으면서 앉아서 이리저리 재고 있는 모양으로 그 고민을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며,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 가지 못했던 수련회처럼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거라면 저도 반대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저의 과신일런지 모르지만 (제가 의미하는 20대들이) 이 여행을 마치고 일상의 경주장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지금 여행을 하고 있는 것도 하나님의 저를 향하신 과정중의 일부분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진정 이 “여행”을 통해 제가 달려나가야 할 길의 목표와 이유를 새롭게 내 것으로 만드는 일들을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 문맥 속에서 “20대의 신앙의 확인이 왜 30대를 제쳐두고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답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얘기했던 “20대와 30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20대와 30대가 그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점을 인정해달라는 얘기이지, 연합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런 변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통신을 연결해놓고 글을 쓰다보니 마음이 급해서 제대로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가 버렸습니다. 용주님의 정확한 지적에 감사를 드립니다. 다만 “20대의 신앙의 확인이 왜 30대를 제쳐두고 이루어져야 하는가”라는 용주님의 글은 제 의견이 아닌 용주님께서 해석하신 의미로 보여집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님 앞에서 경주의 목표와 이유를 찾는 과정은 본인을 제외한 아무도 그 답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이시고 각 사람마다 개인적으로 그 답을 주시는 분이시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30대를 제쳐둔다는 말은 제 의견을 약간은 왜곡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는 이 여행을 하면서 제게 주어지는 선배들의 조언을 언제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제가 속한 선교단체 간사님에과의 대화에서 많은 조언과 격려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왜 상황(context)를 제외한 채 자신의 신앙을 확인해야 하는가” 역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해해 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 여행을 하면서 그렇다고 상황에 대한 관심을 아예 버리고 있지 않습니다. 여행은 여행이고 ? 이렇게 말하면 여행을 잘 끝마치고 돌아올 것에 대한 무조건적 낙관주의가 될 까 두렵습니다만 ? 여행 이후의 삶에서 30대들의 본이 놓여져있을 때 20대들이 그것을 바라보면서 상황에 대한 인식과 그 문제들을 풀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용주님의 글에서 “30대의 그 진지했던 고민들이 20대에서 결실을 맺고” 라고 하셨는데요. 30대는 고민을 20대에게만 전수해주면 할일을 다 하는 것입니까. 30대들은 제가 보기에 이제 시작인 세대입니다. 그 고민속에 20대를 함께 동참시키고 고민을 전수시켜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복음의 영향력 발휘의 본을 보여주어야 하는 세대입니다. 왜냐하면 20대 대부분이 학생인 반면 30대들은 캠퍼스를 졸업하고 실제 직장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또 용주님의 다른 질문인 어째서 이런 논쟁이 소모적인가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복음과 상황을 읽고 TnT론을 알고 있는 20대라면 우리가 연합해서 2인3각 경주를 벌여야 한다는 데 크게 이의를 걸만한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유은하님의 글도 제가 보기에 저의 이 글과 크게 다른 의미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 그러므로 전에도 말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0,30대가 연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 이미 그것은 전제된 것으로 볼 수 있기에 -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30대들의 본이며, 거기에 더불어 상황을 바라보고 있지 못하는 20대들에게 30대들의 그런 진지한 고민들을 전수하고자 하는 노력일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복음과 상황에 30대들의 직장얘기나 가정에서의 체험담(?) 같은 이야기들이 실리는 것을 환영하며 또한 30대들의 그런 고민들을 전수 시키는 노력도 함께 복상에서 해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저도 계속 후배들을 그런 고민 속으로 밀어넣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제 미숙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여 이 글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황석주 님에게, 두 번째 생각

 안녕하세요, 석주님. 음...이름이 '주'자 돌림이라 그런지(?) 아무튼 반가웠습니다.

 요사이 느끼는 건데, 복상에서 글을 쓸 때에는 좀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대화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석주님의 말대로 복상을 읽는 대상들 가운데에는 모두 나름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지역교회와 선교단체, 그리고 현실의 삶 가운데에서 신앙인으로 살고자 노력하고 있는바, 논리에는 충실하되 이제는 서로의 생각을 좁혀가는 작업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필요하리라고 반성(?)해 봅니다.

 긴 반론-석주님은 반론이 아니라고 했지만-은 정말 잘 읽어보았습니다. 빨리 답변 드리고 싶지만 시간이 잘 나질 않아서... 연말 즈음에는 좀 시간이 많이 생길 듯도 합니다.

 우선 많은 부분에서 석주님의 생각에 동의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저와 토론하는 사람들 대부분 가운데 토로하는 불만이 제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게 아니라고 또 나름의 의견을 얘기했지만, 제 글의 단점 가운데 하나는 상대방의 의견 중에 제가 공감하는 부분은 대부분 언급을 하지 않아 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 서로간에 안면도 없는 가운데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만을 강조하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란 생각을 나름대로 해 보기도 했습니다.

 석주님의 글 중 대부분은 공감하고 찬성하는 부분이 많았고, 또한 그에 더하여 제 글에서 지적하지 않았던 부분도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말이지요.

 "용주님의 글에서 “30대의 그 진지했던 고민들이 20대에서 결실을 맺고” 라고 하셨는데요. 30대는 고민을 20대에게만 전수해주면 할 일을 다 하는 것입니까. 30대들은 제가 보기에 이제 시작인 세대입니다. 그 고민 속에 20대를 함께 동참시키고 고민을 전수시켜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복음의 영향력 발휘의 본을 보여주어야 하는 세대입니다."

 뭐, 제가 한 말의 의미는 30대에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한국 청년 기독인의 고민이 20대(가 사회에 진출하는 때)에 드디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는, 그런 생각으로 적은 부분인데 30대는 문제의식만을 주고 한 발 물러서는 느낌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그럼, 이제 덧붙여서 몇 가지의 변론을 해야만 하겠습니다.

 먼저, 석주님이 설정하신 20대가 93,94,95학번 정도였다는 사실을 지적해 주신 점은 참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대라고 하면 그 이후의 학번을 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얘기하면 "아~그랬구나~"하시리라 여겨집니다.

 다음. 석주님은 신앙의 개인적인 확인 작업으로서의 "여행"의 필요성을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말씀하여 주셨는데, 우선 그렇게 말씀 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아직도 그 "여행"이란 것에 대한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그런 점에서 저는 90년대 초반 학번에게 그 책임의 일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80년대 학번과는 달리 90년대에는 상황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혼란기였다고 봅니다. 또한, 아래 학번들의 개인적인 성향들이, 집단적으로 감금시켜놓고 '운동'시키는 선배들에 비해 긍정할 부분도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자아상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데, 가정 불화가 잦은 집안 분위기에서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이 세상 집은 내 집 아니네"하며 자신을 소진하며 선교 단체에서, 복음의 개인적이고 실제적인 확인작업 없이 일했던 그들에게 후배들의 '자기 사랑'은 어쩌면 동의하고 선망할 그 무엇이 있었으리란 생각도 해봅니다.

 제가 알기로는 90년대 중반 학번들이 이런 연유로 아웃사이더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들 따라서 열심히 '운동'을 하긴 했는데, 그것이 자신의 신앙 확인조차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은 '여행'이라는 이름의 개인신앙 확인 작업에 들어갔던 것이지요. 사실, 지금의 시점에서 '여행'길에 올랐던 청년들 중 돌아오는 이들의 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주변에서 보아오고 있습니다. 저또한 그런 부류 중 하나라는 사실도 밝혀 두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우리의 '여행'이 최선이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또한, 후배들에게 "그래, 니네들 잘 하고 있어. '운동'하지말고 '여행'을 떠나렴. 상황(context)을 바라보기 이전에 너희들의 '내면'을 돌아보렴. 그 후에도 늦지 않아."라고 얘기해야 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교회에서나 선교단체에서나 개인영성 훈련이랄 수 있는 제자도의 여러 부분들은 그들에게 '필수'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지만, 사회문제, 선교, 봉사, 통일과 같은 부분들은 '선택'이라는 생각을 퍼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섹트'화 되고있는 것이지요. '누가 나의 이웃인가'라는 질문에 미전도 종족을, 혹은 바로 같은 땅 아래서 굶어 죽어가는 수많은 북한 동포들, 그리고 IMF체제하의 걸식 아동들을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선교단체의 신입생들, 교회에 있는 청년부 회원들 정도로 축소시켜 보는 시각에 큰 도전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너무 과중한 짐이 지워졌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너무 앞만 보는 것이 무리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정녕 그랬다면 우리는 내부를 변화시켰어야 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남아서 제자도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무엇이 문제길래 우리가 밖에서 신앙을 확인코자 하는가라는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했습니다. 저는 선배들이 무조건 본받을 만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세대의 '여행'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떠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니네들도 '여행'이 필요해"라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제 돌아온 공동체는 우리의 '여행'으로 인해, 30대는 20대를 '개인주의적이다!'라고 비난하며, 20대는 30대를 '잔말 말고 따라오라고?'라며 그들의 바른, 그리고 서로 도전할 수 있는 진리들을 곡해하고 있습니다. 그 잘못이 우리에게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지요. 이 괴리감 가운데에서 우리는 '여행'대신 바른 제자도의 모습을 발전시켰어야 했습니다. '운동'한다고 자신을 돌아볼 겨를 마저 없는 이들의 짐을 가볍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듯이, 지금처럼 제자도와 영성훈련에 '상황(context)'이 배제되거나 무시될 이유 또한 없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여행'을 떠나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개혁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서라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먼발치에서 손을 흔들어 줘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지금 후배들의 '여행'은 우리 세대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자신의 신앙을 확인하겠다고 떠난 후배들은 졸업이 가까워 오는데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교회 동기는 그렇게 떠나서 불신자와 결혼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훈련받을 시기에, 혹은 이제 뭔가 해야 할 시기에 군대로 가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들을 인내로 방치하기엔 너무 잃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남아있는 이들은 상황이 많이 무시된 영성훈련 과정에도 힘들어하여, '선택'처럼 여기는 통일, 사회참여, 정치와 같은 현실을 이해하고 참여하는데에 회의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저는 목소리를 높일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행해지는 제자도가 너무 내적치유와 자아상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 참여라는 총체적 복음의 한쪽 날개를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개인영성훈련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균형을 잃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앙을 확인할 '자율성'과 '즐거움'으로 인해, 굳이 '여행'이 필요없는 공동체가 어서 빨리 한국 교회에 자리를 잡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제껏 사회복음과 군사독재로 인해 배제되어온 사회참여라는 이슈가 균형있게 기독교회의 제자도와 영성훈련 가운데 회복되어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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