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들어가면서

김규항, 김정란, 진중권, 홍세화. 이 네 사람이 만드는 잡지가 드디어 선보일 예정이다. 말이 무성했던 잡지 <아웃사이더>. 발간을 앞두고 "<아웃사이더> 편집진 산문모음"이란 부제의 책을 발간했다. 최소한의 양심과 논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우리사회에서 "아웃사이더"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더 많은 아웃사이더들이 생겨나서 진보적 지식인들이 사회에서 인사이더로 환원될 날을 기대해 본다.

정기 구독을 통해서 이들의 앞날을 축복한다. 아래 글은 본 책의 머리말이다. 일독을 권한다.

모든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지식인이란 것은 인류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처럼 생각하고,

인류의 고민을 자기의 고민처럼 고민하는 사람이다." (김수영, 1966)

모든 새로운 것이 다 그렇듯 <아웃사이더> 역시 몽상에서 출발했다. 올해 초 우리 가운에 한 사람이 9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난 이른 바 전투적인 글쓰기를 하는 지식인들이 힘을 모으는 잡지가 있었으면 좋겠구나 그게 가능만 하다면 세상에 참 유익하겠구나, 혼자 생각했던 게 <아웃사이더>의 시작이었다. 한 사람의 몽상은 이내 네 사람의 열정과 신념이 되었다.

하나의 잡지를 만드는 일에 의기투합했다지만 우리 네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극우집단주의와 싸우는 일이라는 데 전적으로 뜻을 같이 했다. 우리는 이 중요한 싸움을 위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연대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이 작은 연대가 한국의 모든 양심적이고 분별력있는 지식인들의 거대한 연대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아웃사이더>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꾼다. 좌파든 우파든 혹은 다른 어떤 생각을 가진 이든 나름의 생각을 분명히 펼치고 공정하게 경쟁함으로써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그런 세상을 <아웃사이더>는 꿈꾼다. 그런 점에서 자신과 다른 모든 의견에 폭력적인 태돌르 보이는 극우집단주의는 <아웃사이더>의 적이다. (극우집단주의를 말할 때 우리는 그 본산이자 결정체로 <조선일보>를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극우집단주의와의 싸움은 곧 <조선일보>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아웃사이더> 편집진 산문 모음"이라 적은 대로 이 책은 <아웃사이더> 편집진 네 사람이 근래에 쓴 산문들을 골라 묶은 것이다. 이 책은 <아웃사이더> 창간을 앞두고 독자들에게 인사드리는 뜻을 담아 만들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아웃사이더>를 만드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웃사이더>가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건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알려진 대로 현재 우리나라 잡지 유통은 매우 비합리적인 상태에 놓여있다. 일단 <아웃사이더>는 정기구독자를 위주로 살림을 꾸려갈 생각이다. 외람된 말이나 독자들은 <아웃사이더>에 대한 모든 관심과 기대를 정기구독하는 일로 또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웃사이더> 정기구독을 권유하는 일로 표현해주길 부탁드린다.

<아웃사이더>의 목표는 번창이 아니라 쇠락이다. <아웃사이더>라는 잡지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그런 날이 오기를 <아웃사이더>는 진정 바란다. 그날까지 <아웃사이더>는 열심히 연대하고 기꺼이 싸울 것이다. 모든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1999년 11월 15일

김규항, 김정란, 진중권, 홍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