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통해 획득한 삶의 통찰력

김용주 씨의 책읽기

선교단체 IVF 리더, 기독학생연합회 문서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주(25·한양대학교 기계과 3년) 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복음과 상황>에 실린 글을 통해서였다. 사랑스런 아이를 통해서 느끼는 소박한 감정을 담은 감성적인 글부터 시대의 흐름을 읽는 논리적인 글까지, 글을 보면서 참 다양한 빛깔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과연 무엇이 그를 그토록 다양한 색을 품게 했을까?

갈수록 사역이라는 이름의 일들이 맡겨졌지만 자신의 검증되지 않은 신앙에 회의감이 들었단다. 사람들은 기도가 부족하다고 충고했다. 논리적으로 설득 당한다고 믿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믿어야 한다고, 믿으면 알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기도를 해도 여전히 신앙에 대한 회의는 없어지지 않았다. 영상문화에 익숙해져 메시지를 얻기 위해 책장을 넘기는 일이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책 읽기를 싫어했던 그였지만 신앙에 대한 갈급함으로 그는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5년여 동안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사물을 관계론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가치관에 매료되었어요. 20년 20일을 감옥에서 보내면서도 내면이 망가지지 않고, 더 깊어지는 것을 보면서 제 자신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죠. 그 외에도 강준만 교수나 강만길 교수의 책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프란시스 쉐퍼의 3대 저서인 <거기 계시는 하나님>, <이성에서의 도피>, <거기 계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은 기독교인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게 죄가 아니라는 가치관을 심어준 책이죠.”
한 달에 10여 권의 책을 꾸준히 읽지만, 가벼운 책 읽기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또 다른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 역사, 강해서 등 각 분야별로 선택한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챕터별로 나눠 읽는다. 요즘은 <코드훔치기>(고종석), <로마서 강해 3>(마틴 로이드 존스), <위기에 처한 이성>(필 립 존스) 등이 그의 손에 붙들려 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중 <소명>(오스 기니스)은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아까운 책이었어요. 책 읽기를 싫어하는 대학생이라면 대학 4년 동안 이 한 권만 읽으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이 책을 읽고 제가 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의 손을 거쳐간 방대한 양의 책, 그가 좋아하는 조규찬의 감미로운 음악, 그리고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확신하는 조나단 에드워즈, 프란시스 쉐퍼, 제람 바즈…. 그의 삶을 이루는 이러한 갖가지 요소들 중 오늘의 그를 형성하게 된 몇 가지를 짚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느 하나를 말하는 게 좀 껄끄러워요. 어떤 것 하나가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한 시점에서 어떤 특정한 책을 읽고 생각의 전환이 있었고, 그것이 제 삶에 변화를 가져오긴 했죠. 하지만 그전에 있던 걸 무시하거나 하면 전 또 다른 하나를 잃는 거잖아요.”

그를 변화시킨 어떤 한 가지를 끌어낸다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어디선가 한 권의 책을 펴놓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삶의 법칙들을 발견해가고 있을 게다. 그렇게 그는 지금도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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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기자 haram@c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