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을 읽고 나서 (1999.6~)

1.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0년 20일...
그 긴 시간동안을 감옥에서 보냈다는 신영복 교수의 삶은 그 자체로서 나의 관심을 끌었다. <나무야 나무야>를 통해 알게 된 좋은 내면의 스승, 신영복 교수가 20년 20일을 감옥에서 보냈다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책을 든지 어언 6개월 만에 일독을 하게 되었다. 그 분의 다른 두 책을 읽는 데에는 길어야 3~4일정도 밖에 들지 않았는데, 유독 이 책만 그리 길게 읽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책을 읽기 시작했을 무렵 우연찮게 그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 그 분은 그 강연의 서두에서 저자와 독자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거론했다. 저자의 긴 사색끝에 얻어진 글을 독자는 단 30분 만에 대충 읽고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버린 듯이 저자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고언과도 같은 설명이었다.

옳은 말이었다. 하여 이 책을 나는 20년 동안 읽을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하루에 몇 편의 서신만을 읽으면서 신 교수의 당시 생각에 나도 함께 침잠해 보리라 생각하여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면서 몇 편씩을 읽었다. "청구회의 추억"을 읽으면서는 가슴찡한 감동을 느꼈고 이후에 이어지는 그의 현실 속에서의 내면적 사색 속에서 그 겸손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고, 항상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관계론적으로 해석하려는 그의 탁월한 가치관에 매료되었다.

요즘과 같이 대화가 간단히, 그리고 목적 만을 이루고자 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시대에 그가 던지는 말들은 우리에게 어떤 면에서는 철 지난 구식 가구들 같고, 그의 끊임없는 자성적(自省的) 생각들은 영어 단어, 컴퓨터 지식 하나를 더 습득하는데 못 미칠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현대인들이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며, 그런 사람이 다가오는 밀레니엄 시대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 유진 피터슨, <친구에게; 우정으로 양육하는 편지>

유진 피터슨은 벤쿠버의 리전트 신학원에서 영성 신학을 가르쳤던 분입니다. 이 책은 그의 시리즈 책인 'Growing Deeper'중의 한 권을 번역한 것으로 20년간 신앙을 떠나 있었던 자신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된 비교적 짧은 신앙도서입니다. 하지만 이 짧은 편지 안에는 진정으로 그의 신앙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모든 신앙적 행위를 좋게만 판단하지도 않으며, 친구의 실수에 대해 직언을 하기도 하고, 진한 우정으로 사랑의 격려를 보내기도 하는, 참으로 균형잡힌 영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과 같이 흔하게 쓰는 편지들, 만나서 별 의미없이 떠들어 대는 대화들을 상기할 때, 진정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조금만 진지한 얘길 꺼내려 해도 "썰렁하다"는 말로 화제를 피하려는 요사이의 친구간의 교제를 잠시 되돌아보게 하는 양서임에 분명합니다.

3.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아버지의 통곡>

1992년에 양무리서원에서 출판되어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있는 이 책은 손봉호 교수님의 추천사로 소개를 대신하려 합니다.
" 이 책은 바로 기독교 철학자가 생때같은 자식을 잃고, 그 슬픔을 믿음과 사유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표현한 글이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통곡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어떤 거짓도 있을 수 없고, 철학자의 글이기 때문에 단순히 감정의 폭발만은 아니다. 신앙인의 고뇌이기 때문에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 이 책을 나는 단숨에 읽으면서 많은 충격과 심금의 울림을 받았고, 삶과 믿음에 대한 나의 태도가 한층 더 깊어짐을 경험하였다.
이 책은 우선, 자식을 잃은 슬픔, 혹은 그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슬픔 그 자체는 순수하고, 어떤 의미에서 지극히 아름다운 것이라고까지 할 수 있지만, 그 슬픔이 삶에 대한 깊은 이해로 승화하고 발전하면 그 슬픔은 값진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식을 잃었을 때의 뼈를 에이는 슬픔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더욱 더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슬픔에 동참하면서, 그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자는 구약 전도서가 말하는 것처럼 지혜롭고 복된 사람이다. 이 책은 그런 경험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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